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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선대인,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웅진지식하우스. 2013, 11.) 1. 한편에서는 '99%를 위한 편파 방송'의 급부상하는 인기 패널로,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우는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의 2013년 근작. 부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 더 이상 피할 수 없 는 것들'이다. 메시지는 짧고 명료하다. 그간 여러 팟캐스트와 토론에 나와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던 바를 정리하고 각각에 해당 하는 자세한 근거들을 덧붙인 책이다. 방송을 일일이 찾아 들을 의지나 시간이 없는 사람, 혹은 들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정리하며 그 근거까지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다 할 수 있겠다. 방송에서는 길고 재미없다고 타박받는 것이 일쑤인 선대인이지만, 책만큼은 간명하고 논리적이어서 고맙기 그 지없다. 선 하나짜리 그래프만 나와도 귀신 낯 본 듯 .. 더보기
옥성호, <서초교회 잔혹사> (박하. 2014, 3.) 1. 이 블로그에는 의 독후감을 통해 소개한 바 있었던 옥성호 씨의 신작. 그간의 저서에서는 주 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독교의 병폐를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 왔던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전의 저서들도 그러하였지만, 이 소설은 특히 출간되기 전부터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제목과 내용, 저자의 이력을 감안해 볼 때 비판과 풍자의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이 대형교회 일반이 아니라 특정교회를 가리키는 것 으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대강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2. 소설의 주인공은 대형교회인 '서초교회'의 부목사인 '장세기'이다. 이 장세기의 시점에서 서초교회에 일어나는 변화상들을 관찰한 기록이 큰 얼개이다. 주인공인 장세기는 쟁쟁한 유학파인 다른 목사들과 달리 교회의 청년부 간.. 더보기
한홍구, <유신> (한겨레출판. 2014, 1.)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인 사학자 한홍구의 신작. 부제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저자 서문'에 집필 동기가 밝혀져 있다. 2011년 모처에서 한국사 학자 몇 명이 모여, 다음 해인 2012년이 유신 이 선포된지 40년이며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고 또 그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유력한 후보로 나서 는 때에, 한국사 학자들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다 한다. 학자들은 그 시대를 체험하지 못한 세대들을 위해 특히 유신 시대를 개괄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데 중지를 모았고, 모임의 막내인 한홍구 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한홍구는 오랫동안 여러 일을 같이 해 왔던 의 에디터 고경태를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였고 고경태는 토요판에 새 코너를 개설해 주었다. 1년 반 가량 인.. 더보기
김충식, <남산의 부장들> (폴리티쿠스. 2012,11.) 열 살 무렵까지 살았던 동네에는 기묘한 건물이 있었다. 교도소도 아닌데 철책은 높았고 드나드는 차는 하나같 이 80년대의 인천에는 흔치 않았던 중형 세단들이었다. 유년기의 관찰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위압적인 인상을 풍기는 각그랜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공교육 과정에 영어 과목도 없었고 동네에 학원이라고는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 정도 뿐이었던 시 절이라 우리의 방과후는 자기 전까지 대개 동네 탐험과 저녁 식사, 그리고 제 2차 동네 탐험으로 이루어져 있었 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와중에 문방구에서 혀가 새빨개지도록 불량 식품을 사먹어도, 뒷산 절간에 바쳐진 사 탕을 훔쳐먹어도, 심지어는 동네의 무고한 창문을 깨먹어도 꿀밤 몇 대로 끝나곤 했지마는, 앞서 말한 '기묘한 건물' 근처에서는 .. 더보기
지미 볼리외, <센티멘털 포르노그래피> (미메시스. 2013, 11.) 위의 표지 그림은 벗겨내는 표지에 그려진 것일까?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앞표지에는 글자 하나 없이 그림 만이 있다. 깜깜한 벽을 배경으로 하여 빛이 새어나오는 구멍을 남녀 주인공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들여다보 는 그림인데, 그 대담함과 색채의 아름다움에 반해 책장을 넘겨보게 됐다. 이 만화책의 작가는 캐나다인이다. 서양의 만화책을 읽을 때 불편한 것은 아무래도 '단절'의 느낌일 것이다. 개 별 컷에 들어간 수고는 흔하게 접하게 되는 일본 만화의 일반적인 컷에 비해 엄청난 수준의 것이고, 대사의 정 보량과 깊이 또한 현격하다. 하지만 덕분에 '만화책이라면 역시 휘릭휘릭 읽어나가는 재미'에 습관화된 처지로 서는 컷마다 멈춰 서서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 단절감이 불편하다. 파격적인 구도나 .. 더보기
니콜라이 바이코프, <위대한 왕> (아모르문디. 2007, 8.) 어쩌면 가장 핵심적일 정보부터 먼저. 2007년에 발간된 이 책은 2014년 3월 현재 절판됐다. 인터넷 서점 가운 데에는 더러 재고가 있는 곳이 있으니 참고하시라. 노란 바탕과 선명한 검은 글씨의 표지가 눈길을 이끈다. 제목의 타이포그래피 또한 요리조리 살펴보게 하는 맛 이 있다. '왕'을 내려서 배치한 것도 재미있고, '한'에서 'ㅎ'을 처리하는 방식도 낯설고 신기하다. 단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야생호랑이의 거친 일생을 다룬 책의 내용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책의 서두에는 손꼽히는 '자이니치' 지식인 중 한 명인 서경식 도쿄 게이자이대 교수의 발문이 있다. 서경식은 여기에서 작가의 소개와 이 책의 창작 배경, 그리고 본인의 독서 경험 등을 아울러 소개한다. 생생한 체.. 더보기
나카무라 요시후미 / 진 도모노리,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더숲. 2013, 9.) 독서일지에 어느덧 세 번째 출연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 好文의 2013년 작. 원제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PANYA NO TEGAMI'라 적혀 있다. 빵은 일본어로도 빵, 야는 나고야名古屋할 때의 가게 옥屋자렷다. 노는 of이고, 테가미가 난제였으나 다행히 일본 노래의 제목에서 보았던 '편지'라는 단어를 기 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합해 보면 '빵집의 편지'이거나 '빵집으로부터의 편지' 정도가 되겠다. 질박한 원제 쪽 이 마음에 들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저자의 유명세가 덜 할 터이니 대강의 내용을 설명한 평범한 제목으로나마 출간해 준 것이 고맙다. 전작들과 다르게 진 도노모리神 幸紀라는 공동 저자가 있다. 책날개를 들춰보니 직접 지은 빵집의 리모델링을 나 카무라 요시후미에게 맡긴 젊은 빵집 주.. 더보기
김재훈, <라이벌> (아트북스. 2012, 9.) 전작인 1, 2권에서 캐리커처의 형식을 통해 20세기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풍성하게 소개하 였던 김재훈의 후속작. 전작을 재미있게 읽고 구입까지 했는데 어째서 같은 작가의 후속작을 찾아볼 생각을 하 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출간된 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난 때에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독특한 캐리커쳐와 짧은 나레이션으로 대상을 소개하는 형식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소재의 영역을 확장 하였다. 총 다섯 개의 챕터 중 '그래픽디자인 & 비주얼 아트', '패션 & 프로덕트 디자인'은 전작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문화 아이콘', '대중매체', '클래식 음악'은 인물, 매체, 예술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포섭한 결과이다. 거 기에, 해당하는 인물이나 사물의 '라이벌'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대.. 더보기
류신,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민음사. 2013, 12.) 1. 우리가 일상으로만 소비해온 공간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출판계의 한 트렌드이다. 매일매일 그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공간의 의미를 음미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공간은 '계속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사회적 환경, 그리고 미래의 발전 방향성이라는 '의미'를 지속적으 로 함유하고 있는 곳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사람에게 의미가 없는 공간은 있을 수 없다. 너무 당연한 사실 인데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이 하나의 신선한 지적 충격이라, 이 지점을 다룬 책들이 인기를 얻어왔던 것이다. 근래에는 부산과 인천 등의 도시를 대상으로 하여 공간의 의미를 탐색한 결과물도 나오고 있지만, '일상'과 '의 미'와의 간격이 가장 현격한 곳은 역시 서울이.. 더보기
권혁태,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교양인. 2010, 8.) 얼마 전에 썼던 독후감의 끝에 곧 다시 소개하겠다고 언급했던 권혁태의 . 소재가 흥미롭고 논리가 탄탄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필기해 가며 천천히 읽느라 시간이 걸렸다. 책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 득한 '일본통'이다. 일본에 체류하며 관찰하고 공부한 결과를 바탕으로 특히 '전후' 일본 사회상을 밝혀 오는 데 매진하고 있다 한다. 나는 몰랐던 저자라 저서와 논문을 검색해 보니 특히 일본 내 진보 운동의 역사와 현대 일 본의 국가관, 역사 의식 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인 2013년 출간한 를 통해 2000년대 일본의 우경화 경향은 80-90년대의 문화적 흐름이 낳은 결과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프.. 더보기
김은식, <삶의 여백 혹은 심장, 야구> (한겨레출판. 2013, 11.) 1. '야구평론가' 김은식의 2013년 11월 작. 인천문화재단이 한겨레출판과 함께 발행하고 있는 '문화의 길' 총서 기획의 일곱 번째 책이다. '문화의 길' 총서는 이 작품처럼 하나의 소재를 정해 두고 그를 통해 인천의 근현대사를 조망해 보는 일종의 지역문화사이다. 지금까지 총 일곱 권이 출간되었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波市 2. 화교 문화를 읽는 눈, 짜장면 3. 질주하는 역사, 철도 4. 시공간을 출렁이는 목소리, 노래 5. 도시와 예술의 풍속화, 다방 6. 노동의 기억 도시의 추억, 공장 7. 삶의 여백 혹은 심장, 야구 해안도시라는 지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파시'나 '짜장면', 서울의 외항이자 수도권 공업단지의 주축이라는 산업적 특성을 보여주는 '철도', '공장.. 더보기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길찾기. 2012) 1. 오랜만에 올리는 만화 독후감. 근래의 막걸리 열풍을 타고 함께 유명해졌던 만화인 , 혹은 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오제尾瀬 아키라あきら의 이다. 일본에서는 1992년부터 다음 해인 1993년까지 만화 잡지인 에 연재된 바 있으며 총 7권으로 완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재작년인 2012년 3월부터 5월까지 한꺼번에 출간되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한 마을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을의 이름은 산리즈카三里塚로, 한자만을 풀어 보자면 세 개의 마을(里)이 있는 언덕, 혹은 삼 리, 즉 약 1.2km 길이의 언덕 정도의 뜻이다. 별다른 유래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다소 따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름의 이 마을에, 40여년 전 주민과 경찰이 사망하는 큰 사건이 있었고, 이 대치 상태는 긴 시간.. 더보기
고경태, <대한국民 현대사> (푸른숲. 2013, 5.) 1. 12월만 되면 떠오르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 십여 년 전인 2002년 말의 어느 날이다. 대학교 2년 째의 겨울방학 을 맞아 본가에 내려가 있던 나는 아침 나절부터 TV 앞과 컴퓨터 앞을 분주히 오가다가 자정 무렵 환호성을 질렀 고 아버지는 여덟 시 무렵부터 아예 안방의 방문을 걸어닫고 드러누웠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일이다. 아버지는 수십 년 된 의 열독자이다. 내가 투표권을 얻게 된 뒤로 치른 세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같은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 작년의 18대 대선에서는 그동안 지지했던 정당의 후보가 아닌 다른 이를 찍으셨지만 그마저도 겹치지 않았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으나 불충한 아들은 '2번'을 찍기 위해 서가 아니라 '1번'이 여자였기 때문에 노선을 바꾸셨던.. 더보기
박가분, <일베의 사상> (오월의봄. 2013, 10.) 1. 출판사 '오월의 봄'에서 나오는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시리즈의 열세번째 책. 부제는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 생'이며 표지에는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라는 문장이 추가되어 있다. 이 책은 근래의 몇 년간 가장 많은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약칭 '일베'를 분석 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필자의 몇 가지 주장들을 함께 묶은 결과물이다. 책의 내용은 일베의 연원, 일베의 사 상적 기반과 정체성, 그리고 결론의 세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다시 말해, '일베는 어디에서 왔는가', '일베는 무 엇인가', 그리고 '(일베가 아닌, 혹은 아니고자 하는) 우리는 어떻게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각각의 답 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세 부 모두 일베라는 소재를 다.. 더보기
부경복, <손석희가 말하는 법> (모멘텀. 2013, 8.) 도서관의 출입구 언저리에는 아주 큰 책상이 있다. 여기에는 반납된 후 원래의 자리에 꽂히기를 기다리는 책들 과, 학생들이 따로 대출을 하지 않고 도서관 안에서 읽은 뒤 이 탁자 위에 올려둔 책들이 있다. 대출과 반납이 활 발한 책들은 대부분 수업의 과제와 관련된 것이고, 도서관 안에서 많이 읽히는 책들은 만화책, 판타지 소설, 자 기계발 류의 것이 많다. 때문에 나는 대체로 이 탁자 위를 눈여겨 보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편인데, 시간이 많 은 때나 혹은 무척 기대하고 찾으러 갔던 책이 서가에 꽂혀있지 않는 날에는 못내 서운한 마음에 잠깐이라도 뒤 적거려 보긴 한다. 위의 책도 거기에서 찾았다. '손석희처럼 생각하는 법'이나 '손석희가 성공하는 법'과 같은 제목이었다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 더보기
프레드 반렌트 / 라이언 던래비 <만화로 보는 지상 최대의 철학 쑈> (다른. 2103,5.) 1. 제목과 표지의 메시지 그대로, '지상 최대의' 철학 사상을 만화의 형식으로 만나 보는 책이다. '콘서트'와 함께 인문학 도서 판매 전략의 단골 마담이기 때문에 제목에 '쑈'라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표지의 좌측 상단, 마스크를 쓴 캐릭터의 왼쪽 위를 보면 '미국 도서관협회상' 이라는 박스가 달려 있다. 경계심을 풀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표지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면 적어도 만화화의 과정에서 유머나 재미가 핵심적인 전략으로 고려되었을 것이라 여겨져 한편의 다행이다. 본문은 300쪽이 약간 넘는 분량에 40개의 소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300쪽에 40개 소챕터면 하나의 소챕터 당 평 균 7쪽에서 8쪽 정도가 할애되는 것으로 계산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평균은 잘 .. 더보기
나카무라 요시후키,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사이. 2013, 10.) 처음에는 들어본 듯 낯선 듯 외우기도 힘든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신간이 출시되면 반색하며 찾아보게 되는, 건 축가 나카무라 요시후키中村好文의 2013년 신작. 유명하거나 혹은 유명해질만한 가치가 있는 집들을 찾아다녔던 전작 와 와 달리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짓고 살아 본 오두막의 이야기 를 전한다. 전작들과 같은 출판사인 '사이'에서 나왔는데 나름 컨셉 있던 책제목 짓기의 방식을 이번에는 바꾼 이유가 궁금 해졌다. 책의 인지에는 일본판 원제목이 'koyagurashi'라고 영어 표기로 적혀 있어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구글 저팬을 통해 저자의 출판 이력을 검색해 봤다. 쭉 훑어보니 최근의 저서 가운데 가 눈에 띄었다. '小屋'의 독음이 'koya'가 아닐까. 추리의 근거는 일본 친구 '코타로'의 명.. 더보기
지승호/표창원, <공범들의 도시> (김영사. 2013, 10.) 0. 이 글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으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숙제로 쓴 리뷰를 간단히 수정한 것이다. 1. 지승호 씨의 인터뷰 북 시리즈 근작. (2013년 10월에 출간되었는데, 한 달 뒤 이 리뷰를 쓰는 시점까지 두 권의 책이 더 출간되었다. 신작이라고 쓰기 애매하게 된 셈이다.) 이번의 인터뷰이는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씨이다. 작년, MBC 해직기자 이상호 씨와 진행한 나 영화감독 양익준 씨와 진행했던 에서 전문 인터뷰어로서의 직능적 회의감과 현실적인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토로하였던 저자 는,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 올해엔 정말로 정력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사정없이 날뛰는 인터뷰이를 따라가 기만 하면 되었던 정봉주와의 은 그렇다 치더라도, 두께에서 압도당하고 내용에서 한 번 더 압도당했던 이나, 전.. 더보기
고나무,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 (북콤마. 2013, 6.) 이 표지, 대단하다. 근래 접한 표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다. 위에 실은 표지 그림은 띠지가 포함된 출판사 제공 이미지이다. 띠지를 제하고 나면, 바닥을 탄탄하게 밟고 서 있는 발 끝까지 전신의 모습이 드러난다. 주름 없는 품에 가려져 있지만 어깨는 단단하고, 요새의 유행에 비해 다소 넓은 바지통은 그대로 강력한 다리를 연상케 한다. 적당한 중키에 주머니에 찔러 넣은 팔까지, '강인함'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얼굴이다. 목과 색깔이 달라 합성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감정 없는 눈매와 가볍 게 다문 입술은 몸이 이미 전달한 언어와 동일한 내용을 갖는다. 그리고 반쯤 가려진 그 모습. 어딘가의 뒤에 숨 어있는 것일까. 숨었다고 보기에는 이미 당당하게 드러난 반신이 있다.. 더보기
심진송, <신이 선택한 여자 두 번째 이야기> (느낌이있는책. 2012. 6.) 벌써 18년이나 됐나 싶다. 1995년 출간되었던 전작 는 무당으로서 겪어야 했던 극적인 여력 과 당시 한국 사회의 주요한 쟁점에 관련된 예언 등이 어우러져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거기에 연예인 못지 않은 미모와 재력가, 정치가들이 고액을 지불하며 앞다투어 상담을 한다는 뒷소문 등이 합해져 저자는 꽤 큰 사 회적 영향력을 누렸다. 마야력이나 노스트라다무스 등의 단어가 시사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당당히 차지하던 세 기말의 분위기 또한 그러한 흐름에 한 몫을 거들었다. 고대 문명이나 예언, 외계 등에 내밀한 취미를 갖고 있는 나도 그 책을 구하여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뚜 렷하지는 않지만,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그 책에 실려 있는 예언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달뜬 기분이 되 었던 것도 몇 장.. 더보기
버트런드 러셀, <인기 없는 에세이> (함께읽는책. 2013,8.) 1. 길지 않은 서양 철학사의 독서에서, 나는 이렇게나 상냥한 책을 만나본 적이 없다. 이 책의 상냥함은 조지아대학교의 사학과 교수인 커크 윌리스의 2009년 판 서문에서부터 전투적으로 육박해 온 다. 서양 철학사 개론서 몇 권의 끄트머리에서 버트런드 러셀의 이름 정도나 몇 차례 접해본 것이 전부인 나에게 는, 건조하고 딱딱한 논문 식의 문체, 혹은 그 감동의 깊이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찬사의 문체로나마 연대기나 활 동, 사상 중 하나 만이라도 설명해 주는 서문이 있다면 감읍하며 받아들여야 할 첫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그 런데 15페이지의 짧은 분량에서, 커크 윌리스는 자연인 버트런드 러셀의 연표, 사회인 버트런드 러셀의 종횡무 진하는 이력, 그리고 지성인 버트런드 러셀이 남긴 사상과 그 영향을 일목.. 더보기
김종대,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 (메디치. 2013, 8) 민간 군사 전문가이자 군사-국방 전문지인 디펜스21플러스(http://defence21.hani.co.kr/)의 편집장 김종대 씨의 신작. 부제는 '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하다'이다. '머리말'에 따르면, '한반도 전역에 평화가 정착된 데 비 해 유독 서북 해역에서만 1990년대 이후 다섯 번의 교전이 발생했'다 한다. 따라서 서해를 말하고 있는 이 책은 실은 우리나라 전체의 안보와 국방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진실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그 기록은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다섯 차례 교전의 경과와 영향을 분석하면서 이것이 구조적으로 발원한 문제이며 장차 더 심각한 무력 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예 측한다. 미래 세대에게 남기는 역사적 교훈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 더보기
야스다 고이치, <거리로 나온 넷우익> (후마니타스. 2013, 5.) 1. 기자 출신인 프리랜서 작가 야스다 고이치의 2012년 작. 책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작가는 이 책으로 2012년 일 본저널리스트 회의상과 제 34회 고단샤논픽션상을 수상했다 한다. 이 책에서 주된 취재의 대상으로 삼고 그 연원과 활약, 의의를 다루고 있는 모임은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在日特権を許さない市民の会', 약칭 '재특회'이다. 일어로 '자이니치'라고 읽는 '재일在日'은 일본에 살고 있는 남한과 북한 국적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 래대로라면 '재일 한국인'이나 '재일 조선인'이라는 말이어야 할텐데도 그저 '재일'로 통칭한다는 데에서 그 사 회적 맥락이 간단하지 않은 용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개인적 차원의 차별, 멸시 등은 물론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과 같은 행정적 절차.. 더보기
김종철, <폭력의 자유> (시사IN북. 2013, 7.) 1. 서른이 넘은 뒤로는 인천의 본가에 갔다가 하루 자고 오는 일이 더욱 줄었다. 계획에 없이 갑자기 자게 되는 일 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자리를 펴게 되는 것은 명절날의 전날이라든지, 혹은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약속이나 행정적인 업무가 심야나 오전에 있을 경우 등으로 한정되었다. 볼 일이 있기 전까지는 꼼짝 않고 자리라 생각하지만, 잠귀가 밝은 나는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밖이 아직 어슴푸레할 무렵, 잊고 있던, 그러나 십수 년 간 들었던 터라 삽시간에 귀에 달라붙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잠 을 깬다. 때는 아침 여섯 시. 아버지가 가지러 나가는 소리이다. 그러니, 내가 세상에는 세 종류의 신문만이 있는데 를 보던 사람들이 조금씩 심심해지면 보는 것이 와 인 줄로만 아는 유년기를 보냈다든지,.. 더보기
이동형,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왕의서재. 2013, 6.) 작년인 2012년 12월에 치루어졌던 제 18대 대통령선거는 명백히 사자(死者)들 간의 전투였다. 몇 차례의 선거 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는 하였으나 자신만의 정치 철학이나 구체적 정책 비전을 보여준 적은 없었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의 정무적 경력은 있으나 실질적인 정치 이력은 전무하였던 민주통 합당의 문재인 후보. 인물만을 놓고 보자면 그간의 대선 구도에 비해 다소 심심할 수도 있었던 이 선거가 그토록 치열한 경쟁과 정쟁을 거쳤던 것은, 이들이 이른바 '박정희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가장 적확한 대리인이자 구 현자라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5대부터 9대까지 직선과 간선을 포함하여 총 다섯 차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실질적으로 권좌에 있었던 시간 은 무려 19년. 해.. 더보기
황교익/정은숙, <서울을 먹다> (따비. 2013. 3.) 짬이 나면 '초능력이 두 개만 생긴다면 무엇을 택할까', '딱 한 곡, 내가 작곡하고 부른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 떤 노래를 고를까' 따위의 잡상까지도 마다 않는, 그래서인지 때이른 흰머리가 장마 뒤 잡초처럼 쑥쑥 잘도 나는 천성이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잡상 계의 수퍼스타는 어쩐지 내 마음을 잡지 못했 다. 사람은 그때그때의 깜냥, 그러니까 능력과 그릇, 딱 그만큼의 지식과 품성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그 때 모르고 있었던 거라면, 미래에서 내가 슝 하고 날아가 붙잡아 앉혀 놓고 일일이 가르쳐 주더라도, 제가 직접 생각하거나 겪기 전까지는 크게 깨닫고 몸에 새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 정도의 애매한 각오라면 모르고 살았던 것의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로를 걸.. 더보기
박재동,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한겨레출판. 2011, 11.) '시사만화의 대부' 박재동 화백이 생각날 때마다 손에 잡히는 곳에 그린 '손바닥 아트'들을 모은 일기장. 그 중에 는 법어와 같은 깨달음을 주는 그림도 있고, 화백 본인이 '찌라시 아트'라고 부르는, 광고지나 영수증의 여백에 끄적인, 그야말로 '낙서'도 있다. 불알 친구 중의 불알 친구로부터 휴가를 내고 입원을 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 번 다른 불알 친구의 결혼식에 서 얼굴을 보았을 때, 요새 몸이 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회사를 쉬면서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아픈 것이었다니. 고향인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에 다음 날 내려가기로 하고, 무료한 병원 생활에 무엇이 좀 도움이 될까 방 안을 둘러보다가 두어 해 전 샀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로, 박 화백.. 더보기
최장집 外,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3, 4.) 카테고리에 올리기 위해 독후감을 쓸 때에는,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갖는다.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다 하더라도 공부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 두는 학생으로서의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독서의 과정에서 느꼈던 감흥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고 싶어하는 독자로서의 나를 위한 것인가. 남을 위한다 하더라도, 내 독후감에 감흥을 받아 그 책을 구해 읽고 또 언젠가는 그 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 동지(同志)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저 사람은 저런 많은 종류의 책들 을 읽는구나라고 찬탄해 줄 관객을 위해서인가. 글을 쓰는 '자세', 혹은 '위치'에 대한 생각이 끝내 확립되지 못 한 채로 마치는 독후감은 대개 다시 읽어봐도 조잡할 때가 .. 더보기
송호근,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 (이와우. 2013,3.) 40대를 맞이하는 여러 개인적 소회가 적혀 있던 우석훈의 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언젠가 내 세 대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쓰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를 한 바 있었다. 어느 집에서 태어나 어느 학교에 가서 어 떤 배우자를 만났느냐 등에 따라 각자의 삶은 천양지차이겠지만, 그래도 1981년의 어느 날에 태어났다는 점만 으로도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선을 찾아 어떤 것은 함께 깔깔 웃고 어떤 것은 함께 위로하는 책 한 권이 꼭 쓰고 싶노라고. 와중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송호근 씨가 자신을 포함한 '베이비부머' 세대에 관한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기대가 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무렵 인수위원장이나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이인 만 큼, 정치적 성향이 달라 .. 더보기
조던 매터,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SIGONGART. 2013, 4.) 오늘의 독후감은 좀 속 편하게 쓰려고 한다. '스압'을 감당하고라도 아름다운 사진들을 감상할 각오가 되신 분이 라면, 내가 주절주절 써 놓은 말일랑 큰 신경 쓰지 마시고 느긋하게 스크롤해 보시라. 너스레 떨지 말고 직구로 던지자. 책날개의 소개에 의하면, 저자는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시기에 우연히 관람했 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을 계기로 인물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다. 여러 종류의 인물 사진을 찍다 가 무용수들의 공연 사진 촬영을 맡게 된 저자는, 무용수들의 몸이 참으로 아름다운 피사체라는 인상을 받고 일 상적인 장면에 그들의 동작과 움직임이 녹아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앞서의 공연 사진 촬영 중 알게 되어 섭외한 무용수들, 혹은 SNS를 통해 즉석에서 모집하기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