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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0911, <가오나시> 풀네임은 '일하기는 싫고 교토에나 놀러가고 싶은 마음에 그려본 가오나시'. 십수년 전 처음으로 을 보았을 때엔 왜 저런 캐릭터가 인기를 끌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특유의 낮은 신음소리 나 굼뜬 동작이 귀엽나봐, 정도로만 여겼는데, 그 뒤로 수십 차례나 따라 그려볼 기회가 생기면서 캐릭터 디자인 상으로도 그만한 인기에 값할 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더보기
140812, < 로빈 윌리암스 (1951-2014) >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죽었다. 현지 경찰은 사인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한다. 슬픔의 감정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었던 코미디언이었던만큼 그 퇴장도 영화의 한 장면인 것만 같다. 변변한 영어학원 하나 없는 인천에서 혼자 영어 공부해 보겠다고 자막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수백 번 돌려보 던 소년기의 기억이 있다. 그 가운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언제나 즐거웠던 장면은 에서 그가 더빙을 맡은 캐릭터인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오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내게는 가장 친근한 목소리의 배우 가운데 한 명 이 되어, 서른이 넘은 뒤로도 이따금 피곤해질 때에는 유투브에서 그의 이름난 스탠딩 코미디 씬들을 찾아 듣곤 했었다. 그 목소리와 몸짓, 그리고 독특하게 일그러지는 웃는 입매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 더보기
140809, <마르코> 커피숍에 앉아 그렸다. 원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를 구상하면서 그렸던 그림과 설정들을 모은 에서. 주인공인 마르코가 돼지로 변신하기 전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다. 더보기
140807, <오도바이> 간헐적으로 도지는 상사병. 전기자전거를 산 뒤로는 한동안 잠잠했는데 갑자기 몰린 강의와 휴일마다 이어진 태 풍 탓에 보름 정도 못 탔더니만 금세 오도바이 병이 도졌다. 보는 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오랜만에 펜을 꺼 낸다 마커를 꺼낸다 소란을 피워가며 그림을 그렸다. 작년 한 해 내내 꽂혀있던 벤리 110 말고, 올해부터 이상 스레 눈에 자꾸 밟히는 혼다 수퍼커브. 그 튜닝작품 중의 하나를 따라 그렸다. 그리면서 새삼 느낀다. 지극히 효 율적인 디자인은 지극히 아름다운 디자인이기도 하다. 못 타더라도 갖고는 싶다. 사놓고 안 탈리도 만무하지마 는. 혼내줄 사람이 자리에 없는 것은 슬픈 일이긴 하다. 더보기
지미 볼리외, <센티멘털 포르노그래피> (미메시스. 2013, 11.) 위의 표지 그림은 벗겨내는 표지에 그려진 것일까?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앞표지에는 글자 하나 없이 그림 만이 있다. 깜깜한 벽을 배경으로 하여 빛이 새어나오는 구멍을 남녀 주인공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들여다보 는 그림인데, 그 대담함과 색채의 아름다움에 반해 책장을 넘겨보게 됐다. 이 만화책의 작가는 캐나다인이다. 서양의 만화책을 읽을 때 불편한 것은 아무래도 '단절'의 느낌일 것이다. 개 별 컷에 들어간 수고는 흔하게 접하게 되는 일본 만화의 일반적인 컷에 비해 엄청난 수준의 것이고, 대사의 정 보량과 깊이 또한 현격하다. 하지만 덕분에 '만화책이라면 역시 휘릭휘릭 읽어나가는 재미'에 습관화된 처지로 서는 컷마다 멈춰 서서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 단절감이 불편하다. 파격적인 구도나 .. 더보기
김재훈, <라이벌> (아트북스. 2012, 9.) 전작인 1, 2권에서 캐리커처의 형식을 통해 20세기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풍성하게 소개하 였던 김재훈의 후속작. 전작을 재미있게 읽고 구입까지 했는데 어째서 같은 작가의 후속작을 찾아볼 생각을 하 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출간된 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난 때에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독특한 캐리커쳐와 짧은 나레이션으로 대상을 소개하는 형식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소재의 영역을 확장 하였다. 총 다섯 개의 챕터 중 '그래픽디자인 & 비주얼 아트', '패션 & 프로덕트 디자인'은 전작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문화 아이콘', '대중매체', '클래식 음악'은 인물, 매체, 예술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포섭한 결과이다. 거 기에, 해당하는 인물이나 사물의 '라이벌'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대.. 더보기
140202, <겨울 왕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 오랜만의 흥행을 가져다 준 을 3D로 관람했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 가 재미삼아 검색해 보니 영화 속 유명한 장면과 팬들이 그려서 올린 주인공 그림 등이 이미 많이 올라와 있었 다. 그 중 쉽고 빠르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골라서 그려봤다. 윗 그림은 당근 매니아 김당근에게, 아랫 그 림은 흠뻑 이입해 영화를 본 김자매에게 보냈다. 더보기
140107, <대만의 다쨩> 노란색 우비가 잘 어울리는 다쨩을 위해 그렸다. 원화는 다쨩이 찍어 온 대만 사진. 유명한 사진이나 그림을 원 화로 하지 않고 나만이 가진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라 무척 즐거웠다. 그러나 배경이 있는 그림에는 함부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깨달음도 함께 얻었다. 더보기
나카무라 요시후키,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사이. 2013, 10.) 처음에는 들어본 듯 낯선 듯 외우기도 힘든 이름이었는데 이제는 신간이 출시되면 반색하며 찾아보게 되는, 건 축가 나카무라 요시후키中村好文의 2013년 신작. 유명하거나 혹은 유명해질만한 가치가 있는 집들을 찾아다녔던 전작 와 와 달리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짓고 살아 본 오두막의 이야기 를 전한다. 전작들과 같은 출판사인 '사이'에서 나왔는데 나름 컨셉 있던 책제목 짓기의 방식을 이번에는 바꾼 이유가 궁금 해졌다. 책의 인지에는 일본판 원제목이 'koyagurashi'라고 영어 표기로 적혀 있어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구글 저팬을 통해 저자의 출판 이력을 검색해 봤다. 쭉 훑어보니 최근의 저서 가운데 가 눈에 띄었다. '小屋'의 독음이 'koya'가 아닐까. 추리의 근거는 일본 친구 '코타로'의 명.. 더보기
131117, <월동 계획> 뻥튀기 패딩잠바에 헛돈 쓰지 말고 틈나면 잠을 자자. 더보기
131117, <현장포착>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인기 캐릭터 '가오나시'가 쓴 가면의 입 모양은 사실 콧구멍이다. 더보기
오랜만의 몽타주 놀이 한여름. 방에 앉아 있자니 선풍기를 쐬든 물에 적신 수건을 걸치고 있든 어떻게 해도 더위를 피할 길이 없길래 해가 지기를 기다려 산책을 나가 보았는데, 아주 밀도가 옅은 온수 속을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휩싸여 있다, 무언가의 안에 들어와 있다, 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무척 뻑뻑해지는 자정 쯤에나 바람 쐬는 겸 해서 다시 나가보기로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면지의 구석에 이런저런 그림을 끼적이며 놀았 다. 개중 웃는 여자와 웃지 않는 여자의 그림 두 장이, 배치의 순서에 따라 몽타주 효과가 달라지는 것 같길래 재 미삼아 올려본다. 1번. 웃는 여자 → 웃지 않는 여자 2번. 웃지 않는 여자 → 웃는 여자 나는 개인적으로 2번, 그러니까 웃지 않는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더보기
130730, <그랜드 피아노> 만 20대의 마지막 해가 시작된 예비 피아니스트에게 생일카드를 쓰며 삽화로 그렸다. 원화는 시마다 토라노스케 의 . 전자 키보드를 생일 선물로 준비하면서부터 카드에 그릴 피아노 그림의 원화를 여기저기에 서 틈틈이 수집하였는데, 와중 출판사의 책소개에서 본 의 그림체가 무척 독특하여 구입하게 됐 다. 인물이나 배경을 묘사한 다른 그림들도 추후에 이 블로그를 통해 다시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뭐라 해도 가장 눈이 갔던 것은 피아노 본체를 표현하는 기법. 낡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부분부분 빛이 비 친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덕분에 새로운 가르침 익히며 즐겁게 그렸다. 더보기
제자들에게 물이라는 것은, 가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다 채우고 나서야 다시 흘러 큰 바다[四海]로 나아간다. 당장에 무용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인생에는 훗날의 언젠가를 위해 묵묵히 채워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다. 오후 무렵 홈페이지에 갑작스레 방문 수가 늘어나서 무슨 영문인가 추리를 해 보았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지난 학기 강의를 했던 고등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라는 사실이었다. 맞는지 아닌지야 알 수 없 는 노릇이지만, 틀린 추리라 할지라도 힘든 시험을 끝내고 연어처럼 선생에게 돌아오는 제자들에게 도움 되는 한 마디를 보내는 것이 무어 해가 되랴 싶어, 마침 공부를 하고 있던 맹자 중의 한 귀절을 뽑아 붓으로 쓰고 간 단한 그림을 그렸다. 고등학교 2학년, 인간으로서 보내는 그들의 마지.. 더보기
130704, <손> 발단은 한 포털에 인기 게시물로 올라와 있던 이 사진. 설마 되겠나 싶으면서도 과정이 워낙 명확하게 나와 있길 래 언젠가 시도해 보아야지, 하고 갈무리해 둔 바 있었다. 담배갑 은박지에 그림 그리던 박수근 선생을 생각하며 피자스쿨의 피자박스 윗판 안쪽에 그려보기로 한다. 일단 완성작은 이것. 잠시 기분전환 삼아 슥슥 칠해본 것이라 중간 과정도 찍지 않았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라 면야 그런대로 봐줄만 하긴 하지만 영 찜찜해서 원화와는 무엇이 다른가 살펴보았다. 제일 중요한 차이점은 특 히 입체감이 생겨나는 부분, 그러니까 '바닥'과 '손 모양'이 만나는 지점의 처리법이었다. 그냥 죽죽 칠해나간 내 그림에 비해, 원화는 설렁설렁 그린 것 같지만 확대해서 살펴보면 직선과 곡선의 접점마다 그림자가 지는 듯한 .. 더보기
130626, <raining jellybeans> 우연히 위의 원화를 보았을 때부터 언젠가 도전하리라 마음먹었던 프로젝트였다. 하늘에서 젤리빈이 내리다니, 귀엽기도 해라. 준비물은 액자와 순간접착제, 흰 도화지, 그리고 때깔 좋은 젤리빈. 많지 않은 시간 때문에 난제는 젤리빈이었는 데 다행히도 연희동의 자주 가는 동네형 마트 안에 수입상품점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색깔 좋은 것으로 몇 개만 골라내어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작업 중 짬날 때마다 하나씩 주워 먹었다. 계피맛 젤리빈이 있다는 것은 태어나 이 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쯤 두어야지, 하고 예습을 해 보았다. 원화에서는 전체 그림에 비해 젤리빈의 크기가 작고 귀여운데, 액자 의 크기에 맞춰 잘라둔 도화지에 실제 젤리빈을 올려놓아보니 생각보다 조금 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더보기
박재동,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한겨레출판. 2011, 11.) '시사만화의 대부' 박재동 화백이 생각날 때마다 손에 잡히는 곳에 그린 '손바닥 아트'들을 모은 일기장. 그 중에 는 법어와 같은 깨달음을 주는 그림도 있고, 화백 본인이 '찌라시 아트'라고 부르는, 광고지나 영수증의 여백에 끄적인, 그야말로 '낙서'도 있다. 불알 친구 중의 불알 친구로부터 휴가를 내고 입원을 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 번 다른 불알 친구의 결혼식에 서 얼굴을 보았을 때, 요새 몸이 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회사를 쉬면서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아픈 것이었다니. 고향인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에 다음 날 내려가기로 하고, 무료한 병원 생활에 무엇이 좀 도움이 될까 방 안을 둘러보다가 두어 해 전 샀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로, 박 화백.. 더보기
130531, <발레리나> 반디앤뷰 어워드로 받은 반디앤루니스 적립금이 제법 쌓였다. 액수로만 따지자면야 다른 일들로 버는 돈의 크기 에 비할 바 아니지마는 마음으로는 무척이나 뿌듯한 돈이어서, 내게 필요한 책보다는 평소 신세를 지는 귀한 사 람들에게 건넬 선물 책을 사기로 했다. 그 중 한 권이 오늘인 2013년 6월 3일에 독후감을 올린 . 만학의 발레리나 지망생을 위해 샀다. 건네는 말을 쓰기 위해 속표지를 들춰보니 마침 새까만 색이어서, 언젠가 은펜으로 그려서 건네주고자 했던 발 레리나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이미지는 해당 발레리나에게 선물로 건넨 바 있는 발레리나 펜던트의 모양에서 따 왔다. 손도 손이지만 다리를 그냥 선으로만 표현하면 원래 이미지의 아름다운 질감이 사라질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막상 그려놓고 보니 성실 하게.. 더보기
130515, <춘원과 구보> 현대 한국소설을 강의할 때 사회와 작가가 작품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항상 춘원 이광수의 과 구보 박태원의 로 수업을 시작한다. 직접 작품을 논하기 전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가정 환경, 인생관 등을 설명하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때 사진이나 영상 등을 잠시 보여주는 것은 수강생을 집중시키는 데 꽤나 효과가 있다. 물론 계속 띄워놓으면 강사인 내가 아닌 화 면으로 주의가 흘러가서 방해가 되는 탓에, 어지간히 수업 분위기가 어지럽지 않은 이상 좀처럼 쓰지 않는 일종 의 극약 처방인 셈인데. 이번 학기에 나가고 있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가르치는 반이 바뀌었다. 큰 흐름을 잡 아놓아서 작은 애드립 하나로도 수업 분위기를 잡을 수 있게 .. 더보기
130426, <아이언 맨> 의 관람을 기념하며 그렸다. 골판지에 마커. 골판지 자체의 옅은 황갈색 때문에, 칠을 하다 보면 마커의 본래 색이 잘 나오질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하지만 아이언 맨의 경우에는 싸구려 종이에 인쇄되던 원래의 수퍼히어로 만화 같은 색감이 들어서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왔다. 맨눈으로 보면 별다른 효과가 나지 않지만 어플의 효과를 적용해 보면 성과가 있을 것 같아, 마커를 몇 차례 덧칠해서 가벼운 음영을 입혀 보았다. 아래부터는 어플 효과를 입힌 결과물. 이번에도 역시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옛말은 거짓부렁. 신기함과 기쁨을 받는 대신 성취감은 좀 빼앗기는 기분이 다. 더보기
130416, <고양이만도 못한 사랑> 크기도 성별도 다른 고양이들도 이렇게 서로 보듬고 자는데, 사랑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투기하라는 준엄한 질책 받고는 오체투지를 하며 그렸다. 그림의 모델은 연희동 이웃사촌인 조 작가님의 반려 고양이 두 마리. 큰 러시안블루가 '검치', 작은 코리안 숏헤 어가 '모래'. 단, 모래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 들어봤기 때문에 모래인지 모레인지는 모른다. 모래색이라 모래라 고 붙이지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하면서 일단 모래라고 쓰기로 했다. 다행히도 선으로 따기가 쉬워 금세 그렸다. 검치의 프라이버시와 '현실적 감각'을 위해, 그리는 과정에서 그의 덩치를 조금 줄였다. 여기서부터는 어플느님들의 강 같은 은총. 하지만 이 첫 번째 은총은 사실 -뻐기는 것이 아니라- 강 정도의 은총 은 아니었다. 이전에 낙서를 하면서 우.. 더보기
130405, <For Anna> 디즈니랜드도 가고 싶고 칸 영화제도 가고 싶은 사춘기 소녀를 위해, 66회 칸 영화제 포스터를 보고 따라 그렸 다. 이번에야말로 사진 어플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더보기
130312, <드림 카> 얼마 전 지인 중 한 명에게, 지금 당장 드림 카 한 대가 갑자기 주어진다면 어떤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 었다. 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람보르기니 한 대를 받아서 팔고 모닝을 사겠다고 답했다. 무의미한 공상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례한 답안이었지만 내심으로는 우문현답이라고 크게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을 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람보르기니 팔고 모닝을 사고 난 차액이면 서울의 어디쯤에 전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추가 로 토론을 하였다. 질문을 고안하며 먼저 생각했던 나의 답안은 다이하츠의 코펜과 피아트의 친퀘첸토, 그리고 BMW의 미니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셋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 혼자만의 무의미한 공상 게임을 다시 시작하다가, 십 년 전 쯤이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텐.. 더보기
130202, <무지기(無支祁)> 우임금의 치수에 관한 글을 읽는데 무지기(無支祁)에 관한 언급이 나오길래, 좀 더 자료를 찾아 글을 쓰고 테라 다 카츠야의 손오공 그림을 본따 그림을 그렸다.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chleogh.tistory.com/1742 원화에서 손오공의 머리칼은 좀 더 촘촘하게 칠해져 있는데, 나는 공부하던 중 잠깐의 틈을 내 그리는 터라 일일 이 칠을 채워넣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텅 비워놓으면 원화의 가장 멋진 맛 중 하나인 머리털의 역동성이 전혀 살아나질 않아서, 시험삼아 붓펜의 끝을 굵게 찍어눌러 보았다. 종이 위에 그려진 결과물은 비워놓은 것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였지만, 수정 어플리케이션으로 손을 좀 보자 실력에 과분한 결과가 나왔다. 나무를 깎아놓은 듯 한 질감이 느껴지는데, 이를 더.. 더보기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130117,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130112,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30110, <지퍼를 내리는 손> 한참 책을 읽다가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보면 바지의 지퍼가 이미 열려 있다. 전에 열고 안 닫았을 수도 있 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을 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열었을 수도 있으니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튼실히 끝까 지 올리는데, 몇 시간이 지나 다시 화장실에 가 보면 지퍼는 어느새 또 내려가 있다. 바지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바지를 입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였을 때 그가 앉은 의자 밑에서 스윽하고 손을 올려 지퍼를 살살 내리는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었다. 더보기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