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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2007년 3월, <라디오의 시간> 일본의 츄오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가 있는 김신각 선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 ost를 구했 다는 일기(http://shingak.tistory.com/122)를 올렸다. 은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데뷔작으로, 그 가 쓰고 연출하였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다. 1997년 일본 아카데미에서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고 우리 나라에는 라는 제목으로 2000년대 초반에 개봉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술먹고 연극하 고 연애하던 천둥벌거숭이 시절에, 넋을 놓고 이 영화를 보던 기억이 난다. 무척 재미있었고, 눈물이 아주 많이 났었다. 스물여섯의 겨울에 제대하고 다음 해 연극부로 돌아와, 신입생과 갓 2학년으로 올라간 학생들이 대부분인 상황 에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맡게 됐다. 그 때 골라든 것이 이었다. 사실 꼭 그 작.. 더보기
2006년 10월 인도에 다녀온 뒤로는 가을 바람이 불면 갠지스 강이 생각난다. 여전히, 수중에 돈이 넉넉히 있어도 해외여행 은 부자들이나 가는 거라고 홍콩조차 가지 못 하는 깜냥인데,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인도 여행은 준비할 때부 터 돌아올 때까지 한 번도 그것이 신기한 결정이라거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야할 곳에 가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학교의 서문 밖에 있는 내 방으로, 노천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고전의 응원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부럽 고 배가 아파 쌓인 일 제쳐두고 블로그의 재미있는 글들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지금 인도 여행을 하고 있는 이 가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쓴 일기를 읽었다. 요새 세상에는 이 억을 준 사람은 감방에서 추석을 보내는 판에, 십 수 억을 받고도.. 더보기
靑空 새로 쓰기 시작한 토렌트로, 그간 여러 경로로 구해 봐도 성공할 수 없었던 Blue Hearts의 전집을 다운받았다. 많이들 알고 계실 Blue Hearts의 노래는 '린다, 린다, 린다'이지만, 내가 구하고 싶던 한 곡의 노래는 靑空였다. 독음은 아오 소라. 아오이 소라가 아니다. 여행 가방보다 훨씬 큰 기타를 들고 다니던 코타. 바라나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인데, 인도 여행을 떠나며 기타를 시 작했다는 터무니없는 연주자였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옥상은 옆 숙소의 옥상과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경관이 좋아 두 숙소의 투숙자들은 밤마다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했다. 나는 대개의 여행자들보다 술을 잘 하는 편 이었고, 코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녘이 되면 둘만 있는 것을 발견.. 더보기
연극과 인생 제 27회 정기공연 &#039;라디오의 시간&#039; 연출의 글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갠지스 강가에서 머물며 산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로 소요하던 나는 며칠 전부터 눈여겨 보던 보트를 흡 족하게 그리고는 신이 나서 걷고 있었다. 거리에서 산 인도옷의 허리춤에는 인도피리가 꽂혀져 있었고, 짐이라 고는 바지끈에 매달아 놓은 숙소의 열쇠 뿐이었다. 화장터를 지날 무렵 강가에 앉아 있던 늙은 힌두교 사제가 그 쪽으로 가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 보다가 목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가 되자 ‘너는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라고 말을 건네왔다. 이전의 나였다면 멈춰 서서 감사의 인사를 하든지, 혹은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겠지만, 그날의 나는 웃음을 짓거나 멈추지도 않고, 자신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는지조차 의식하지 못 한 채, 마치 들이마쉰 숨 을 내뱉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그렇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