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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강단에서 3월의 마지막에 쓰는 감상으로는 조금 때늦지만, 새 학기가 시작됐다. 내가 들어가는 방과후수업 강의는 3월 중순이 넘어서나 시작을 한다. 한 반에 4강씩 들어가서 열 반을 다 돌고 나면 한 학기가 끝난다. 같은 강의록을 들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교실에 서 있는데도, 한 해는 과연 지나 이제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구나 하고 첫 번째로 실감이 나는 것은 인사이다. 한 학기나 한 해가 끝나가서 모든 반에 못해도 한 번 씩은 들어간 뒤로는 복도를 걸어가며 인사를 받거나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수업을 열심히 듣던, 그래서 눈에 익은 얼굴들도 종종 있어 수시로 반가운 마음도 든다. 그러던 것이 몇 달 간의 겨울방학이 지나고 나면 출석부를 들고 사복을 입은 아저씨가 지나가니까.. 더보기
종강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수업을 듣는 입장일 때에는 아무리 재미없고 관심이 가지 않던 강의라도 마지막 시간에는 저마다 나름의 소회가 생기는데, 강의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면 무척 인상깊고 즐거웠던 수업이라 할 지라도 마지막 퇴근길 또한 여느날의 퇴근길과 마찬가지로 저녁 반찬에 대한 고민 이상의 무엇이 생기기 어렵 다. 굳이 더 꼽아보아도 다음 학기까지는 출근 안 하네 정도가 다일텐데. 이번 학기에는 전반기에 두 반, 하반기에 두 반, 총 네 반을 가르쳤다. 그 중 하반기에 강의를 했던 두 반 중 한 반의 학생들이, 1학기의 마지막 강의였던 오늘, 수업이 끝난 뒤 선물로 롤링페이퍼와 호두파운드 롤케익을 주 었다. 실력으로야 일천하지만, 마음의 경력으로라면야 음식 선물 정도에 일희일비하는 시점은 참여.. 더보기
130515, <춘원과 구보> 현대 한국소설을 강의할 때 사회와 작가가 작품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항상 춘원 이광수의 과 구보 박태원의 로 수업을 시작한다. 직접 작품을 논하기 전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가정 환경, 인생관 등을 설명하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때 사진이나 영상 등을 잠시 보여주는 것은 수강생을 집중시키는 데 꽤나 효과가 있다. 물론 계속 띄워놓으면 강사인 내가 아닌 화 면으로 주의가 흘러가서 방해가 되는 탓에, 어지간히 수업 분위기가 어지럽지 않은 이상 좀처럼 쓰지 않는 일종 의 극약 처방인 셈인데. 이번 학기에 나가고 있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가르치는 반이 바뀌었다. 큰 흐름을 잡 아놓아서 작은 애드립 하나로도 수업 분위기를 잡을 수 있게 .. 더보기
메일 정리를 하다가 지난 여름의 강의 사진을 찾았다. 매일 아침 출근해야 했던 방학 중 방과후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 신이 나서, 학 생들에게 잠시 포토 타임을 준 뒤 찍은 사진을 내 메일로 보내도록 하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에는 소정의 상 품을 지급한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을 올린다. 당일 수업은 한중록과 사씨남정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