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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자전거길

7. 택배가 왔어요. 자전거 여행 선배님들 이야기로는 잊고 살 때쯤 도착한다더니. 부산에서 마지막 인증 도장 찍었던 게 정확히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무렵 과연 택배가 왔다. 두 달하고도 열흘 정도만의 일이다. 박스 안의 구성물은 세 개였다. 묵직한 나무 상자 하나. 비닐봉투에 든 상장 하나. 메달에 다는 끈 하나. 앞면이야 그렇다 치고. 이름 석 자 백힌 상 받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그것도 체육 과목에서 받는 것은 정확한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예 처음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이예요 행자부. 인증해 줘서 고맙습니다. 혼자 있어서 목에 메달을 건 사진은 찍지 못하고 일단 이층 침대에 걸었다. 상장은 책장 한 가운데 한 칸을 비우고 정중앙에. 설마 끝이 나겠나 싶었던 일을 그럭저럭 마무리 지은 증명이니 몇 달만 세워 놓고 생색.. 더보기
6.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 삼랑진에서 이 다리는 삼랑진교이다. 삼랑진교를 넘어가면 삼랑진역이 나온다. 삼랑진역은 춘원 이광수의 의 마지막 무대이다. 비교적 능숙하게 교직해 왔던 인물 간의 첨예한 갈등을 홍수 앞에서의 대화합이라는 장치로 한 쌈 크게 싸서 꿀떡 삼켜버린 그 장면이 펼쳐진 곳이다. 그 삼랑진에 진짜 왔구나, 하는 감회가 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 건 아니고 무릎이 욱신거려서 멈춘 거지만 멈춘 김에 찍었다. 젊은 사람이 다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먼저 앉아 쉬고 있던, 화려한 자전거 의상을 입은 오십대 초반 쯤의 부부가 으데서 왔습니꺼, 하고 말을 붙여왔다. 서울에서 왔어요. 안동 사람인 아저씨와 하동 사람인 아주머니가 부산 옆의 양산에 살기 시작한 지는 십 년이 조금 못 되었다 했다. 마침 나와.. 더보기
6.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적교장에서 푹 자고 출발. 빵빵한 배터리 사진은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봐도 흐뭇하다. 계기판 왼쪽에는 휴대폰과 4대강 수첩 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다. 그 안에 보이는 작은 지도는 적교장 명함의 뒷면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표지판과 도로에 새겨진 표식만 잘 따라가면 인천부터 부산까지 갈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따로 지도가 필요한 이유는. 한강과 낙동강의 모든 자전거길이 효율적으로 건설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터무니없이 크게 돌아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에누리 없이 강에다 딱 붙인답시고 엄청난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짤막짤막한 지름길과 우회로 등을 공유하곤 한다. 해당 정보를 찾아 볼 만한 시간이 없거나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막상 .. 더보기
6.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 왜관에서 적교장까지 출발길. 새로 이사온 중곡동으로는 중랑천이 지난다. 아침 일곱시 이십분 ITX를 타기 위해 나서는 길. 군자교 너머로 모르도르 산이나 에 나오는 외로운 산 같은 풍광이 펼쳐지기에 첫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는 배봉산 아니면 용마산. ITX는 이번에 처음 타봤다. 지난번에 구미보까지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칠곡보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칠곡보 인근으로는 시외버스가 가는 것이 없었다. 기차는 어떤가 검색해보니 마침 인근에 ITX 왜관역이 있어 그리로 가기로 한 것이다. ITX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었다. 거치대 인근에는 콘센트가 있다. 출발지까지 가는 동안 소모되는 배터리 양이 언제나 고민되는 전기자전거 라이더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ITX를 타실 것이라면 부스터 만땅으로 올려놓고 기차역까지 쌩쌩 달..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이화령 도보길 마애불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제법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20여 미터나 달렸 을까. 엉덩이 밑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달각달각. 달각달각. 새재길은 길이 안 좋네, 생각하며 계속 달렸는데 위아래로 흔들리는 진폭과 바퀴 쪽에서 나는 소리의 크기가 점차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되기 시작했 다. 무슨 일이지, 하고 바퀴 쪽을 바라본 나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영영 안 찾아올 것처럼 생각하고 살던 펑크가 찾아온 것이다. 하기사 4 대강 자전거길의 다른 길들도 도심으로부터 머얼리 떨어져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마는, 아무튼 인적 하나 없 는 산길에서, 그것도 이화령을 눈앞에 두고 펑크가 나다니. 자전거 선배님들에게 혼구녕이 날.. 더보기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끝이 좋으면 다 좋다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 되어버려서 3구간의 사진은 한 장도 없다. 배터리가 있었더라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지는 못했을 것이다. 3구간은 4차선 차도 옆을 지나는 길과, 한적한 밭과 강변을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차도 옆을 지날 때엔 전방에서 내 쪽으로 연이어 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밭과 강변 사이를 지날 때엔 말 그대로 어두워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나올까 무서운 것은 둘째치고 나는 전방 플래쉬를 달 지 않고 야간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 날 실감했다. 앞으로는 잘 챙기든지, 안 챙겼으면 달리질 말든지, 아니면 근처에서 싸구려라도 얼른 구입해서 달고 타든지 해야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다. 시간은 이미 .. 더보기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하늘을 날다 하하하 15km. 하하하 성장한 내 마음. 신나게 달리다가 이름도 처음 듣는 '마석역'을 지나게 됐다. Magic Stone Station. 스네이프 교수가 호그와트로 출퇴근하는 역 이름 같구나. 언제 또 와보랴 싶어 사진도 찍고 마석역 앞의 읍내도 둘러본다. 이차로를 중심으로 하여 양쪽으로 2-3층 가량의 상가가 늘어선, 전형적인 읍내 풍경이다. 닭 집에선 튀긴 닭 냄새가 흘러나오고 분식집에선 하루 종일 끓여 걸쭉해진 떡볶이에 윤기가 흐른다. 어디 들러서 식사를 하며 충전도 할까, 하며 북한강자전거길에선 습관이 된 노선 검색을 해 본다. 뭐래 이거. 아까는 15km랬는데 갑자기 19km가 넘게 나오다니.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며 부모보다 더 믿어왔던 지도 어플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마주치게 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