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11.02.24 브람 스토커, <드라큘라>
  2. 2011.02.21 박수근, <일상풍경>
독서일지2011.02.24 16:10



























헌책방서 구입한 세 권의 책 중 마지막. 원가 12,000원에 4,500원의 값이 매겨져 있어 다른 책들에 비하면 엄청

난 할인 폭은 아니
었지만 워낙 책이 두꺼운 탓에 사면서 가장 기뻤던 책이다. 물론 영미에서야 고전 소설로 인

정받는 명작이지만 아무래도 드라큘
라라는 소재가 일종의 뷸량식품처럼 여겨졌던 탓에 오랫동안 손가락만 빨

아왔는데 이제 와 사게 되어 즐겁다. 그렇지 않겠는가.
누가 천 원 주고 쫄쫄이 한 줄을 사 먹나. 비엔나를 사 먹

지.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영화가 워낙 많은 탓에 검색할 엄두도 안 나는데, 내가 제일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1990

년 무렵에 주말의
영화에서 상영해 줬던 작품이었다. 영화 전반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아무튼 결말부에

서 주인공을 도와주러 드라큘라 백작
의 성으로 달려온 일행들마저 모두 흡혈귀가 되고 말았다. 그들과의 격투

끝에 주인공은 겨우 여자친구만을 구해 내어 성의
한 구석진 방으로 달려가 문을 걸어닫는다. 탈진하여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한차례 쉰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돌아 보며
안위를 묻는데, 청순하던 여자친구가 기괴한 얼굴의

흡혈귀가 되어 화면을 향해 왁 하고 달겨드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
었다. 다 끝난 줄 알고 안심하고 있던 나는 정

말로 대경실색하여, 이후로도 몇 년 간 이따금 꿈에 나오는 장면이 되었
다. 식스센스가 나오기 십여 년 전이었

으니, 서울의 위성도시에 거주하며 3개 채널이 문화생활의 전부였던 소년에게
는 충분히 경악스러운 반전이었다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예능의 숨은 고수 김장훈 선생께서는 무릎팍 도사
에 출연하여, 귀신영화의 마

지막에 깜짝 놀래키는 귀신의 장면이 실린 영화는, 감독이 자기가 만들어 놓고도 무섭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육지책을 쓴 것이라고 촌철살인의 평을 날리셨다.



나는 근래 좀 허무하게 느껴져서 소설을 거의 읽지 않고 있던 터라 반이나 읽으면 다행이지 하며 독서를 시작하

였는
데, 누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끝을 내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여러 화자를 설정해 두고 각자의 술

회를 교차
로 편집하여 사건을 재구해 내 가는 구성은, 영화의 문법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그저 익숙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지
만 당대에는 대단히 충격적인 실험이었을 것이다. (혹 영미 문학사를 전공하신 독자께서는 이것

이 브람 스토커의 실
험인지, 아니면 당대에 이미 유행하고 있었던 것인지를 깨우쳐 주시라.) 아울러, 개인적으

로 가장 흥미를 느꼈던 것은,
필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던 것이 확실하지만, 주인공들이 아주 수다스러운 것이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다른 이들
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갓 빠져나온 이가, 현란한 레토릭을 사용하며

약 한 쪽 분량에 걸쳐 감사의 마음을 표한
다든지 하는 장면이 그런 것이다. 위급한 상황을 막 피한 이가 그 정도

인데, 보통의 사람들이 '사랑한다'나 '아름답다'
는 말을 표현할 때엔 어떻겠는가. 그 과장된 언사를 지켜보는 것

이 아주 재미있어서, 700여 쪽을 읽는 데에도 독서의
호흡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다.


아울러 책의 판형에 관한 불만이 있다. 출판사인 열린 책들에서 주로 이런 흐름을 주도해 온 것 같은데, 많은 분

량의
책을 두꺼운 한 권으로 묶어 내면, 꽂아놓고 이따금 쳐다 보기에야 흐뭇하지만 정작 독서를 할 때에는 아

주 고역스럽
다. 사람들의 독서 행위보다는 수집 행위를 자극하는 것이 매출에 더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

면 여러 권의 표지
를 만들고 편집하는 것을 한 권으로 줄이면서 비용이 감소되었기 때문일까. 재미있게 읽고 났

으니 내용이 다 떠오르는
향후 몇 년 간은 이제 읽을 일이 없어 별 상관 없게 됐지만, 다음 번 독서 때에 또 투덜

거리게 될 것 같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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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1.02.21 21:41




<일상풍경> (박수근 삽화, 유홍준 구성. (주)태평양. 2003)


사진의 위로부터 세 권은 <대머리 여가수> 관람을 위해 찾았던 대학로 SM아트홀 앞의 헌책방에서 구입한 것이

다. 이
책의 원가는 18,000원. 구입가는 8,000원. 월간 <장업계>에 실렸던 화가 박수근의 삽화를 모아놓은 책이

다.



출판사가 태평양인 것이 가장 먼저 눈이 갔다. 화가의 생전에 태평양 임원들이 패트런이라도 되어 줬던걸까 의

문을 갖
게 됐는데, 책의 말미에 실린 유홍준 씨의 관련 해설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장업계'란 화장품 공업계의

준말로 이 업
계의 관련자들이 모여 만든 협회가 '장협'이며 이들이 홍보를 위해 제작한 책자가 곧 월간지인 <장

업계>인데, 출판 당
시 장협의 회장이 (주) 태평양의 이사로서 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삽화라면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장
르도 아니고, 굳이 이제와 박수근을 재조명한다고 해서 태평양이 생산하는 화장품의 주

고객들이 새삼스레 구매를 서
두르거나 늘릴 것도 아니니 기업의 순수한 사회 환원 차원이라 보면 좋을까. 아무

튼 나는 사정을 알고 기분이 좋았다.



책은 태평양 이사의 인사말과 유홍준 씨의 해설, 그리고 총 87컷의 삽화로 이루어진 단출한 구성이다. 가로세로

가 정
사각형으로 한 뼘 정도의 책이지만 애당초 삽화이기 때문에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화가의

장기인 아낙
의 그림이 간결한 선으로 농후한 정취를 얻고 있는 몇 장도 놓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내 눈을 잡아

끈 것은 뻔하디 뻔
한 크리스마스 삽화였다. 한 컷은 체리방울 같은 열매, 한 컷은 교회와 침엽수를 배경으로 루

돌프로 추정되는 사슴 한
마리가 뛰놀고 있는 그림인데, 그 또한 생활을 위해 해마다 돌아오는 성탄절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던 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내게는 작가와 그의 그림에 더욱 애정을 느

끼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근대의 문화사나 현대 미술사를 공부하는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값진 자료이겠지만 문외한에게는 부담이 되

는 정
가인데, 다행히도 깨끗한 책을 중고가에 만나게 되어 기뻤다. 구입을 권하지는 못하겠고, 굳이 보고 싶은

이는 내게
빌려줄 것을 청하는게 좋겠다.


쓸 말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적어놓고 보니 분량이 한 번에 읽기에는 부담되는 것 같아 나누어

쓰는 것
이 낫겠다 싶다. 그럴 요량으로 앉은 자리에서 사진을 한 권씩 다시 찍었는데, 컴퓨터로 옮겨 사이즈 조

정을 마치고 나
서야 <허사대사전>을 빼뜨린 것을 알았다. 다시 찍고 옮기기 귀찮은 것도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감상만 써도 될 책
이 아닌 것 같아 그 책의 독서일지만 후일로 미룬다. 어차피 한 번 읽고 잊을 때까지 꽂

아둘 것이 아니라 손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책이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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