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2011.09.16 16:43






저자의 호칭을 명지대 교수로 해야 하나 전 문화재청장으로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 사람들은 어떤 쪽을 더 선호

하는지 검색을 해 보니, 많은 서평에서 그저 '유쌤'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쌤'이라는 줄임말이 선

생님이라는 본래의 호칭에서 존경심 등의 정신적 의미를 모두 걷어내고 단지 언어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한 결과

라고 여겨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그의 소탈한 모습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었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여 보여준 젊은이같은 모습을 떠올려 보면 본인도 꺼려하시지 않을 호칭일 듯. 아

무튼, 유쌤의 2011년 7월 신작이다. 


제목이 담담해서 좋다. '유홍준'이라는 이름을 굳이 넣은 것은 저자의 뜻이라기보다는 출판사의 뜻이 아니었을

까 생각하면서도, '유홍준의'를 빼고 그저 '국보순례'였다면 훨씬 딱딱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기는 하다. 표지에

함께 기재된 영어 제목도 'Treasures of Korean art'으로 간결하고 알기 쉬워 보기 좋다.


서문을 읽어보니 본래 조선일보에 매 주 기고하던 글 중 앞서의 백 개를 일단 묶어 책으로 낸 것이라 한다. 기고

지가 하필 조선일보냐는 항의가 많았던 듯 '고정칼럼을 제공한다는데 어느 신문인들 마다하겠는가'라는 변명이

함께 실려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글이 한 지면에라도 더 소개된다면 좋은 거지 뭐, 하는 생각이 들다가

도 '정치얘기는 후졌는데 문화랑 경제 섹션이 빵빵해서 조선을 못 끊어'라는 흔한 넋두리들에 논거가 되어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저자 본인도 고민이 되었다는 흔적을 보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책에는 모두 백 개의 문화재가 '그림, 글씨', '공예, 도자', '조각, 건축', '해외 한국 문화재'의 네 개의 카테고리

로 나뉘어 소개되어 있다. 책을 집어들었을 때에는 이 기회에 국보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두어야겠다는 의지

가 있었는데, 읽어보니 제목과 달리 실제로 기재된 문화재들이 모두 국보인 것은 아니었다. 저자가 개인적으로

'국보급'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재들을 선별한 것인데, 속았다는 불쾌감은 들지 않고 오히려 여러 문화재들을 접

할 수 있는 즐거움이 더했다.


구성은 가독성을 고려한 듯 왼쪽에는 해설, 오른쪽에는 도판으로 통일되었고, 글이 조금 길어지거나 소개해야

할 도판이 많은 몇몇 예외의 경우에도 최종 분량은 두 장으로 맞추어져 있다. 미술 평론서를 읽다 보면 해설을
 
읽다가 앞쪽에 나왔던 그림을 다시 보기 위해 책장을 몇 번이고 들척거려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잦

은데,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어 읽기가 아주 편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저자가 서문에서도 자부하고 있듯 도판이 큼직큼직하여 보기가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큰 사진을 통해 문화재의 구석구석을 관찰할 수 있으니 저자의 '감상'에 공명하기가 무척 용이했다. 큰 건축물

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작은 조각상이나 공예품 가운데에는 실물의 크기에 육박하는 사진들도 있

어 사진만을 보려고도 몇 번이나 다시 책을 펼쳐보곤 했다.


저자의 유려한 글을 읽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편마다 단순히 주관적인 감상만이 아니라 문화재에 이름을
 
붙이는 법이라든지, 문화재에 얽힌 역사적 사실이라든지 하는 전문적 지식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음에도 쉽고
 
간결한 말로 소개되어 있어 한 번도 긴장하거나 끊기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말

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쉬운 내용을 어렵게 말하는 것도 사기꾼이라면 능히 해 낼 수 있는 일이

지만, 어려운 내용을 쉽게 말하는 것은 고수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의 말미에는 소개된 문화재의 이름과 재료, 창작 시기, 크기, 문화재 지정번호, 소장처 등의 정보를 기재한 표

와 그 표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도 함께 실려 있어 자료로서의 가치도 겸하고 있다. 문화재 공부를 더 심층적

으로 하고자 하거나 실물을 직접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알기 쉽고 좋은 글에 대해 독후감을 쓰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저자가 뜻하고 전달하고자 했던 바가 누락된

점 하나 없이 책에 그대로 잘 설명되어 있으니 이런저런 군말을 붙이는 것이 일독을 강권함만 못하다. 두 권쯤

사서 한 권은 갖고 한 권은 아끼는 이에게 주어도 좋겠다. 책을 읽다가 메모해 둔 단편적 지식 몇 개, 그리고 호

연의 <도자기>에서 보고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던 '백자철화끈무늬병', 이른

바 '넥타이 술병'의 사진을 덧붙이며 끝낸다.



- 그동안 문화재 지정에는 절차상의 모순이 있었다. 국보가 되려면 먼저 보물이 되어야 하고, 보물이 되려면 소

장자가 지방 자치단체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하지 않은 유물은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아직 신청

조차 하지 않은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일괄 공모' 방식이 도입되었다. 일정 분야의 유물들

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심의하는 것이다. (p72)


- 문화재에 이름을 붙이는 데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재료 + 내용 + 형태' 순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청자 + 사

자모양 + 향로", "금동 + 보살 + 입상' 식이다. (p144)


- 사찰에서 등은 어둠을 밝히는 기능뿐만 아니라 부처님 말씀을 의미하는 상징성이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 스승

이 제자에게 내려 주는 가르침을 전등(傳燈)이라 하고 가람배치에서는 석등을 절 마당의 중심에 놓는다. 같은

등이라도 중국과 일본 사찰에서는 청동이나 나무로 세웠는데 우리나라는 양질의화강암 덕분에 석등으로 발전

했다... ...석등은 아무리 넓어도 하나만 세우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이는 <시등공덕경施燈功德經>에서 부자의

화려한 등불보다 가난하나 진실된 자의 등불 하나가 더 부처의 마음에 다가간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요

즘 절에서는 화려한 석등을 쌍으로 설치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p158)



 



백자철화끈무늬병. 조선 16세기. 높이 31.4cm. 보물 제 1060호. 서재식 기증.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박201106-355)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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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자철화끈무늬병. 유쌤의 설명대로 하자면 재료인 백자 + 내용인 (철화로 그린) 무늬끈 + 형태인 병 인 셈. 그림은 술병에 매단 끈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동양적으로 말하자면 풍경이 아니라 마음을 그린 것, 서양적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끈이 아니다'라고 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1.09.16 22: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1.09.01 15:07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주택의 명작 여덟 채를 찾아다니며 쓴 일종의

수기이다.




먼저, 디자인. 위에 실린 표지 이미지 중 하단부의 인물 그림은 띠지이다. 벗기고 나면 상단 우측에 있는 것과

같은 따
뜻한 건뮬 손그림이 그려져 있다. 해당 건물의 건축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소개하는 경우를 제하고는,

책 중의 건물 스
케치나 인물 캐리커쳐 등은 모두 저자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림은 굵은 펜으로 한 번에 그린

것 같은데 채색이나 음
영을 의도적으로 서투르게 처리한 것이 아주 귀엽다. 

책의 본문에는 상단과 좌우에 넉넉한 여백이 있다. 아마도 재미있는 사진들을 보다가 다시 글을 읽어야 할 때에

쉽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다만 다른 방향의 여백들이 엄지손가락 한 마디 만큼의 길이만을 갖는 데 비

해, 하단에
는 엄지 손가락이 하나 통째로 들어가는 여백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기억해 두었다가

편집을 하시는 분
을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 편당 약 30 쪽 가량으로 이루어진 본문의 구성은 대체로 4단이다.


1단에서는 해당 챕터에서 저자가 찾아가게 될 저택에 왜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혹은 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는

가 등이
소개된다. 건축 공부를 하다가 접해보니 흥미를 갖게 되어서, 라는 건조한 이유도 있지만 나와 같이 둥

근 안경을 쓴 건
축가, 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책 전체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소박함, 겸손함, 귀여움

등이 개인적인 이야기
를 적는 이 부분에서 특히 빛난다. 비전공인인 나로서도 저자 개인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이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될 건축 이야기에 부담감을 잊고 접근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본인이 이런 글쓰기를 좋

아했을 수도 있지만, (일종의) 전
문 서적으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휼륭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1단과 합쳐져 나오기도 하는 2단은 주택을 찾아가는 이야기, 혹은 주택과 건축가에 관련된 배경 지식이다. 건축

가의
장황한 이력이나 주택이 건축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의의 등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용과 관련해 알아두면

좋을 것들
정도가 소개되어 있다. 다른 부분들에 비해 다소 건조할 수 있는 성격의 단이지만 조곤조곤한 어조와

대화체의 문체가
독자에게 끈기를 불어넣어 준다.


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3단은 저택의 분석이다. 저택의 사진과 직접 그린 평면도, 그리고 소품의 스케치 등과 함

께 설
명이 이어진다. (나는 사실 여기에서 '분석', '설명' 등의 단어를 쓰며 약간 거북함을 느꼈는데, 그건 저택

에 대한 애정
과 건축가에 대한 존경, 그리고 자기가 느꼈던 지극히 사적인 감정까지 독자에게 충실하게 전달하

려고 하는 저자의 의
지를 느끼며 즐겁게 한 독서를 형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요식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람

이 설명해 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심심해 보이는 물건에 대해서라도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개성 만발의 저택들은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건축가가 저택에 살게 될 사람의 취

향과 필
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그에 대한 애정을 가진 채 건축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인 저택은 짓는 사

람과 살 사람
간의 무형의 대화라고 해도 좋다. 그런 부분들을 세심하고 정밀하게 관찰하여 객관적으로 전달하

기만 해도 독자는 따
뜻한 느낌을 받게 되었을 것인데, 관찰자가 개구장이 같은 호기심을 갖고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무형의 대화의
실제 내용은 무엇일까를 재구하는 모습에는 따뜻한 웃음을 짓지 않기가 어렵다. 물

론 무조건적인 영탄법의 반복이라
면 저녁 무렵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나 홍수처럼 넘쳐나는 해외여행 블로그

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겠지만, 최고의
건축가가 직접 평면도와 동선을 그려가며 쉬운 말로 설명하는 '컨텐

츠'가 튼실하기에 정보와 재미, 양수를 겸장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건축물의 평면도를 보는

것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게 됐다.)



4단은 나가는 글로, 저택과 건축가의 그 후의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혹은 3단의 여흥을 정리하는 한 두 문장 정

도로 끝
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분량은 예상보다 길지 않아, 산뜻한 느낌을 받은 채로 다음 편을 접할 수 있

다.




개인적으로는 첫 집은 되도록 짓는 집을 갖고 싶고, 그 설계에 건의 정도만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축-

설계 공
부를 시작하는 책이었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러브 하우스에 나오는 집 소개와 크게 다를 것이 없

을지도 모르겠
지만 문외한으로서는 '가장 유명한 건축가들의 가장 훌륭한 작품도 결국에는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저택'이라는 것
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무척 기쁜 독서였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 저자의 책이나 안도

다다오의 책과 같이 수기, 에세
이 형태의 책들을 통해 관련 지식에 천천히 접근해 보려고 한다. 그나저나, 이름

이 호문好文이라니, 과연 멋쟁이란 명
찰부터 남다른 모양이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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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1.08.22 19:22




문제의 <강남 좌파>, 순서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강남 좌파라는 개념을 반기지 않는 이들에 대해 마뜩치 않게 여기는 감정이 있었다. 강남좌파라

는 단어
의 출현은 첫째로 그 단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이나 이념 등의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 마침내

계급이라는 도
구를 통해 현실사회의 진면목에 대해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인식을 갖게 하는 전기가 되

어 주었고, 둘째로 민
주당과 같이 개혁의지가 없거나 야3당과 같이 세가 부족하여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모으지

못하던 개혁-진보 진영에
일정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강남 좌파의 실체를 파보면, 한국과 같은 기형적 소득원 구조의 사회에서 그들
이 소유한 부가 세금 완납한

근로소득일리는 만무한 일이고,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정치 성향 또한 헐리웃 여배우들
이 유행시키려고 들고

다니는 에코 백과 같이 저열한 수준의 자기 만족이나 허영심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보 양보

하여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굳이 강남 좌파들의 논리적 허점을 들춰내어 상대적으로 사회적 영
향력이 큰

그들의 등을 저쪽으로 돌리게 하거나, 혹은 기나긴 박근혜 독주의 레이스에서 마침내 한 동력원을 찾아낸
개혁-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필요가 있겠는가? 학자로서의 양심 때문에 침묵할 수 없었다는 변명이


있을지 모르나, 결과로 보면 입다물고 있던 사람보다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미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 왔던 것

이다.



강남 좌파의 허구성과 위악성을 체계적으로 밝힌다고 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그 생각이 크게 변한 것

은 아니
다. 노무현과 유시민도 그 펜 끝에서 목이 뎅겅거리는 판인데, 조국이 눈에 차겠는가? 이 책에서는 부당

하게 집권하느
니 차라리 재야에 남겠다는 식의 오래된 '불임'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강남 좌파의 기원과 성격

에 대해 꼼꼼히 분석함
으로써 이들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신뢰해도 좋을지 등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 점은 큰 미덕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강남 좌파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학벌 사회이

자 계급 사회인 한국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실상을 고발한 점, 그리고 정치적 대안의 하나으로서 '인물 정치'

에서 벗어나 '정책, 이슈정치'로 나아가자는
구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준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종합하여,

시대의 한 면을 분명히 반영하고 있는, 필독서다.



읽으면서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느낌이 오는 책의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 펴 볼 수 있도록 인상적인 부분마다 이

면지를
오려 만든 책갈피를 꽂아둔다. 다 읽고 세어보니 이 책에는 총 30매의 책갈피가 꽂혔다. 쓰고 싶던 것을

줄줄이 다 쓰
자니 읽는 사람이 없을 것 같고, 편을 나누어 분리해서 써 보자니 그러면 앞으로 부담스러워 독후

감을 쓸 마음이 선뜻
들까 싶기도 하고. 저자와 제목, 목차를 설명하는 '책 소개',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적어 두

는 '정보',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어 세 파트로 구성을 해 볼까? 아무튼 여러 모로 고민거리가 생겼다.

오늘은 일단 짧게나마 감상을 덧붙
일 수 있는 것들만 골라내어 짧게짧게 적어둔다. 



- p 173. "조국은 <중앙일보>인터뷰에서 자신은 '정치근육'이 없다고 했는데, 실은 그게 그의 강점이다. 기존

정치판에
서의 근육이라는 게 주로 이전투구 잘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조국의 치명적인 단점으

로 꼽는 '전투력'
에 대해 정반대의 평을 해 놓는 것이 재미있다.


- p174 - 176. 조국 현상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연

호의
'킹메이커 병'이 도졌다는 글을 자주 접해 왔는데, 위에 표시한 세 쪽에서 강준만은 '노무현 띄우기'와 '문

국현 띄우
기'로 상징성 뿐 아니라 경제적 실익도 챙겼던 오마이뉴스가 구행을 답습한 것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

다. 경제적 실익
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 p 186 - 187. 조국은 '진보적'인 교육관을 설파하는 한편으로 딸을 외고에 진학시킨 것에 대해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라고 변명 혹은 술회한 사실이 있다. 이 일

은 조국 개인
뿐 아니라 강남 좌파의 위선성을 고발한다는 비판의 근거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강준만은 그러한 현
상을 만든 구조 자체를 탓해야지 개인을 탓해서는 안 되며 '(흠이 단 하나도 없는) 성인이 아

니면 입 닥쳐' 식의 비판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조국과 강남 좌파들의 스탠스를 이해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긴 호흡의 문맥에
서 어쩐지 '그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 기대한 너희(우리)가 잘못이다.

기대하지 말자. 어차피 저 쪽의 사람이
다'라는 시선이 느껴진다.


- p 193 - 220. 6장인 이 부분은, 정치인들이 '강남 좌파'라는 허구의 이미지 외에 무엇으로 뿌리깊은 정치 불신

을 해
소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한 '모델'로서 박근혜를 분석하고 있다. 강준만에 따르면 박근혜

의 '성공' 원
인은 준수한 외모, 원칙과 신뢰, 적절한 침묵이며 그의 가장 큰 문제라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구태의연함이다.

제점 하나. 강준만이 꼽은 박근혜의 강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서만 유효한 것이거나 혹은 많은 이들이

박근혜의
최대 약점으로 꼽는 항목들이다. 둘. 박근혜의 문제점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며 이는 '용인술'을 통

해 해결할 수 있다
는 언술은, 뒤집어보면, 박근혜 개인에게는 흠결이 없다는 말이다. 셋. 그래서, 어쨌든 대권

후보 중 지지도 1위이니 박
근혜에게서라도 배울 건 배우자, 는 취지였을지 모르지만 글 전체의 느낌은 명백히

박비어천가이다.



- p 231. "분당을 선거는 결국 손학규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선거 역시 한국 정치의 오랜 철칙에 충실

한 선
거였다.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 유권자들을 움직이는 최대 동력은 반감(反感)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 절망의 심리는 이런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욕 충족을 위해 국민을 뜯어먹고

사는 집단이며,
정치는 그들 개인과 가문의 영광을 위한 출세 수단일 뿐이다. 뜯어먹더라도 돌아가면서 뜯어먹

어라. 조폭 세계에도
'분배의 윤리'는 필요하다. 고로 물갈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시원하긴 한데, 그건 쌓여있던 분통을 욕설과 같은 과장된 언사로 풀어버릴 때 느껴지는 일종의 배설감이지, 보

편적으
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논거를 통해 주장을 증명하는 것을 지켜보켜 느껴지는 명쾌함은 아니다. 욕 먹을

때 먹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시원하게 한다, 공격받지 않으려고 어려운 단어 써 가며 말을 배배 꼬지는 않는다,

는 태도는 참 멋있
긴 한데, 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호통은 평론이 아니라 독설의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안타

깝다.



-  p 253 - 305. 유시민에 관한 8장. 유시민에 대한 강준만의 인상을 짐작할 수 있는 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행사(국민참여당 창당대회를 지칭) 말미에 등장한 유시민이 연설을 끝내자 3000여 명의 당원 대다수는 자리에

서 일
어나 '유시민'을 연호했다. 유시민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느냐' '옆에 있는 동지들을 믿느냐'는 등 질문

을 던지는
화법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런 그가 '모든 이가 이익을 탐할 때 홀로 올바름을 추구했던 노무

현 정신으로 돌아
가자'고 외쳤을 때 청중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 창당에 줄곧 반대해온 이

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
리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주요 친노 인사들은 이날 창당대회에 불참했다."

이 부분은 중앙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글 중에는 따로이 인용부호가 없고, 통째로 인용한 이상

강준만
의 의도가 일치한 글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3000여 명 되는 정치적 행사에서 일상적인 화법으로 연설을

하는 정치인
은 없다. 게다가 '청중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에서 '그러나 친노 이사는 빠졌다'는 연결은 가히 악의

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유시민 비토 세력의 비판 가운데에는 차분히 팩트로만 구성해도 설득력을 갖는 것들이

실제로 꽤 많다. 굳
이 중앙일보의 기사까지 인용해 가며 감정적인 차원의 비난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개인적으

로는 강준만의 참여 정부
에 대한 혐오만을 되새겼을 뿐이다.


- p 264 - 265. 강준만과 최장집의 용어. '영남 민주화 세력의 한'. 재미있는 지적인데, 글만으로는 잘 모르겠다.

정치를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보자.


- p 349 - 350. "불법 폐기물을 쌓아두었다가 홍수가 날 때에 슬쩍 휩쓸려 가버리게 만드는 폐기물 처리법이 있

다. 욕
먹어 마땅한 수법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홍수 처리법'은 우리에게 익숙한 관행이다. 특히 그 어떤 사회적

홍수가 났을
때에 좋지 않은 것들을 일거에 해치우려는 습성은 한국 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그런 특성에 '홍수

민주주의'라는 딱지
를 붙일 수 있겠다... ...화끈하고 역동성이 있는 건 좋은데, 국민적 면책심리를 부추겨 잘못

된 일을 똑같이 반복하도록
하는 게 문제다. 어떤 사회적 문제가 터졌을 때, 공동 책임을 져야 마땅한데도 주범

을 하나 지목해서 모든 책임을 떠넘
기고 다른 모든 사람은 면책될 뿐 아니라 피해자인 양 오히려 큰소리치는 풍

토는 한국 사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에리카 김만 비행기 타고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끝나버린 BBK 의혹. 은진수 하나 감사하고

끝난
부산저축은행 비리. 이인규만 열 달 살고 나온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PD수첩에 실명 뜬 박기준만 옷 벗고

변호사 개
업한 스폰서 검사 사건. 이런 사건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프로그램과 간행물이 더 늘어나야 한다. 큰

규모의 비리나 사
기는 불세출의 악당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비극은 일상처

럼 일어나게 되어 있다.



- p 356. 강준만은 임혜현 기자의 입을 빌어 '오세훈은 우파의 노무현'이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근거로는 네 가

지가 제
시되었는데, 일일이 반박해서 쓰다 보니 혹 노무현을 위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팩

트와 연관된
부분만 추려 남긴다.

오세훈과 노무현을 연결짓는 네 가지 근거 가운데 첫 번째는 성공 이력.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도 못 갔지

만...고
시를 통과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력을 오시장도 가졌다. 오 시장은 넉넉하치 않은 환경에서 자라 대

학을 마치고
변호사가 됐다." 간단한 지적 하나. 노무현이 나온 고등학교는 60년대 부산의 상고. 오세훈이 나온

고등학교는 70년대
중후반의 서울 일반고다. 둘. 오세훈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 법학 박사이다. 학교는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학교. 학사와
석사도 고려대 졸업이다. 

두 번째는 '언론이 만든 스타'. "노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명패 사건의 보도되면서...유명세를 탔고, 오 시장 역

시 <오
변호사 배 변호사>에서 선배 배금자 변호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유명인이 됐다." 방송에 얼굴이 비쳐

유명해졌다는
것은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부산지역 노동자들의 변호를 도맡다가 전두환의 청문회에서 일갈

을 날렸던 노무현과
가정법률 전문 출신으로 TV 컨설팅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끔한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오세

훈에게 'TV출연'이라는 이
름표를 함께 붙이는 것은, 비열하지 않은가? 

두 번째에 대한 반론도 그렇긴 하지만, 세 번째 '정계의 혜성'과  네 번째 '비판 여론에 대한 전투적 대응'에 대

해 쓴 글
은 특히 팩트가 아니라 가치관에 근거한 반론이라 다시 읽어 보고는 삭제하였다.



쓰다 보니 비판 일색이 되고 말았는데, 사실 이렇게 흠잡을 데가 많았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저자가 비록 거칠더

라도
자신의 소신을 확실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생하자'는 식의 선순환적 결론을 냈다거나 양비론적 평

가를 동시에
인용함으로써 안위를 고려하는 글은 시체말로 '깔' 곳이 없다. 책의 내용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그

렇지 않은 부분도 있
지만, 적어도 솔직함을 높은 수준으로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소통의 의지가 강하게 느

껴진다. 일단 나는 알라딘
보관함 리스트에 올렸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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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1.08.16 03:17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출판사인 씨네북스에서 나온 다른 그래픽 노블 <우편신부>를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있

어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학교의 도서관에 새로 들어왔길래 신청해서 읽어봤다.


학교 중앙도서관의 '예술' 코너에는 이름난 그래픽 노블들이 대부분 꽂혀 있지만 손이 잘 안 간다. 만화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
해 본 경험은 많지 않으니 아마도 개인적인 편견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

무래도 어릴 때부터 접
해왔던 '망가', 즉 일본식 만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픽 노블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망가'를 몇 가지
의 특징으로 요약하는 것 또한 지난한 일이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번역된 양 장르

의 작품을 눈 앞에 가져다 주고 어느
것이 그래픽 노블인지, 어느 것이 망가인지를 물어보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거칠게 보자면, 일본 만화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이야기의 흐름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이
덜 자세하게 그려지거나, 인물이 훨씬 캐릭터화 되어 있다거나, 움직이는 선 등의 표현이 활발히 사용되

고 있는 등의
'생략'과 '왜곡'들 또한 앞서의 목적 하에 기획된 장치가 아닐까 한다. 즉, '쉽게 빠져들고, 잘 읽힌

다'.


그에 비해 그래픽 노블은 (상대적으로) 세밀한 배경 묘사, 실물에 가까운 인체 데생, 한 컷 안에 여러 개 등장하

는 말풍
선 등 한 호흡으로 독서를 읽어나가기에는 방해물이 많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컷으로

따로 떼어 놓
고 보면 망가에 비해 훨씬 아름다운 '그림'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림 안에 담겨 있는 많은 정보

량들을 섭취하다 보
면 전체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기가 어렵다. 곧, '종종 끊기고, 잘 안 읽힌다'. 그림이

아름다워서 소장하고 있
는 그래픽 노블들이 몇 권 있는데, 첫 번째의 독서에서 '그래서 무슨 이야기하는 거

야?'를 계속 묻지 않았던 책은 한 권
도 없었다.


이 책은 심지어 실제로 일어났던 남미의 혁명에 관해 다루고 있다. 혁명이라니, 잘 정리된 논술문이라도 읽다가

몇 장
넘어가면 까먹을 판인데. 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주인공인 사제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혁명을 조망

하고 있다. 몇
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전투에서 몇 명이 죽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이 책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저 혁명
의 파랑에 내던져진 한 젊은이의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난다. 덕분에, 그

래픽 노블에 대한 무지한
편견을 많이 씻어낼 수 있었다.


주인공인 '가브리엘'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가톨릭 신부이다. 그는 또한 부패한 독재 정권과 결탁한 사업가

의 아
들이기도 하다. 새로이 부임한 한 마을에서, 딱딱한 성화밖에 그릴 줄 몰랐던 그는 민중들과 함께 호흡하

며 신앙과 예
술에 있어 그 전까지 스스로 그어 놓았던 경계를 깨뜨리고 생생한 도약의 단계를 경험한다. 민중들

은 마을의 구성원이
며 또한 반정부 게릴라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인 자아 또한 갸날프게 성장하기 시

작한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을 받는 독재 정부의 군사 세력이 마을에 들어와 게릴라들을 색출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

서 무고
한 사람이 죽거나 살기 위해 서로를 밀고하는 등 마을은 붕괴되고 만다. 가브리엘도 거대한 폭력 앞에

어쩔 수 없이 밀
고를 하게 되는데, 그 결과는 참혹했다. 괴로워 하는 그의 앞에 소식을 듣고 아들을 데리러 온

아버지는 질책과 손찌검
을 아끼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의 차에서 밀림으로 뛰어내렸다.


여기까지가 1부이고, 이야기는 가브리엘이 게릴라의 일원이 되어 활약하는 2부,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인 에

필로그
로 이루어져 있다. 2부부터는 1부에 비해 훨씬 사건이 많고 심리의 묘사가 치밀해지며 일종의 반전도 기

다리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요약은 이 정도로 한다.


다 읽고 나서 인상에 남는 것은 우선 빛과 색이다. 인물의 얼굴과 배경에 비춰지는 빛, 그리고 그 빛의 색은 단

지 사실
적인 표현에 그치지 않고 그 컷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단순히 컷이 비추는 배경이

바뀔 때 뿐만이
아니라 인물 심리의 전환이나 이야기가 전개, 반전되는 지점에서는 반드시 빛의 방향이나 색의

종류가 변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호흡이 단절되는 느낌이었던 그래픽 노블의 독서에 점도 높은 유기성을 준다. 즉, 말풍선이

너무
많아서 읽기 귀찮아 한 컷은 그림만 보고 넘어가더라도, 다음 컷이 비슷한 빛과 색을 갖고 있다면 이야기

에서 크게 벗
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아름답게 그려낸 남미의 평범한 마을과 그 안에서의 생활에 대한 생생

한 묘사를 보는 것
은 과외의 소득이다. 정글과 게릴라들의 사실적인 묘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림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마음에 더 크게 공명되었던 것은 이야기의 결말이었다. 혁명은 성공하고 죽은 사람은 영웅이 됐다. 그러

나 산
사람들의 인생은 어땠을까. 주인공은 한 명이지만, 에필로그에는 시대와 혁명에 휩쓸렸던 이들이 선택한

몇 가지 인생
의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도 그 몇 가지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혁
명의 과정에서 저질러졌던 인간적 과오와 상처들, 거기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아무도 없었다.



혁명에 의해 타도된 정권은 반드시 무너져야 하는 거악이었다. 작가가 계속해서 상처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민

중의 슬
픔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혁명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혁명이
 
일어나야 할 시대란
애당초 있어서는 안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며칠 전 80년 광주에 관

한 글을 읽었기에 연상이 된,
개인적인 생각이다.


원제는 <MUCHACHO>. 스페인어로 '소년'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는 한 소년이 이야기에 나

온 과정
을 거쳐 성장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그가 그저 '소년'에서 '상처를 입은

소년'으로 변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였다면 훌륭한 어른이 되었을 그가, 불합리

한 시대 탓에 끝내
소년으로 남고 말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작가의 본래 뜻에 가깝지 않을까. 혹은 독자에게

더 큰 감흥을 주지 않을까.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원제가 국내판 제목인 <게릴라들 -총을 든 사제->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멋진 데생을 몇 개나 따라 그려보기도 하고, 책 속에 나온 '소모사 정권', '산디니스타', '니카라과 혁명'을 검색

해보기
도 하는 등 이 책은 벌써 내게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할인하면 만 원 근처. 이건 은총에 가깝다. 구입을
 
강권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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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1.08.05 02:08




현 정권 들어 가장 티나게 밥줄이 끊긴 방송인 중 한 명인 '시사 엔터테이너' 김용민 씨(이하 김용민)의 신작. 현

재는
인기리 방송 중인 '나는 꼼수다'의 제작, 편집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 박자 정도 느린 개그 타이밍

이 불편하고
안타깝고 그렇지만, 앞으로의 '시사 평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락성이라는 사

실을 명확히 인지하
고 있는 인재인 것은 확실하다. 이 책도 그가 출연 중인 '나는 꼼수다'와 '김어준의 뉴욕 타

임스'에서 끊임없이 광고하
길래 알게 됐다.


오늘은 세부 내용부터 소개를 하고 총평을 하려고 한다. 눈여겨보면 좋을 법한 정보들이 꽤 있어, 일단 간단한

요약,
혹은 발췌를 주로 하고 따로 써야 할 감상이 있으면 덧붙이겠다.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져 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의 의미를 고찰하는 1부. 김용민이 주목하는 2017년 대

선 주자
7명에 관한 2부.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이하 조국)와의 인터뷰인 3부. 정치평론가 김용민이 예

비 대권 주자 조
국에게 건네는 일종의 컨설팅인 4부. 그리고 여론조사 기관 대표, 정치평론가, 노사모 대표 등의

조국에 대한 평이 실
린 5부.



1부는 김용민이 근래 자주 입에 올리는 '진보의 집권은 2017년이 좋다'는 언급에 대한 상술이다. 거칠게 정리하

면 다
음과 같다. 


- 어느 쪽이 집권하든 다음 정권은 현 정권의 설거지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파탄 난 남북관계와 천문학

적으로
늘어난 국가 부채와 같은 거대 이슈들부터, 동남권 신공항 선정이나 과학 벨트 부지 재선정 등에서 불


진 지역 감정,
그리고 급하게 덮은 구제역이 불러올 환경 오염 등 당정이 총력을 기울여 진화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
해 있다.

아울러 2017년 대선은 대학진학율 80% 이상이 달성된 세대들이 50대까지 올라가는 때로, 노무현을 추억
하는

30대는
40대가 되며 '88만원 세대'가 30대가 되고 촛불세대가 20대의 중심이 된다. 다시 말해 대권 주자와 소속

당의 '캐릭터'에 속지 않고 '컨텐츠'를 묻는 유권자들이 의미 있는 다수를 차지하는 때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가 승리하게 되면, 앞서 말한 유권자들이 10년의 경험을 통해 한나라당의 집권 체제에 대한 경험을 가지

고 2017년 대선에 임하게
된다. 진보 정권이 장기집권할 토대가 생기는 것이다.



굳이 다시 정리하자면, 박근혜가 될 것 같은데, 어차피 줄 거 시원하게 주고, 줘 봤더니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지켜보
자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정치평론가나 지식인들이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이 알

아서 진보정권
찍어줄 거라는 이야기. 4년만으로 이미 정치적으로 피로해진 이들에게 어쩌면 더 어두울 수도 있

는 5년을 더 보내보라
는 건 사려깊은 언술은 아니나, 확실히 설득력은 있다. 아울러 (그 5년에서 살아남는다는

전제 하에) 지금은 잠룡이나
규룡에 불과한 야권의 예비 대선 주자들도 그 때쯤엔 든든한 덩치와 맷집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2부에는 김용민이 주목하는 2017년 대권 주자들의 짧은 이력과 그의 인물평이 실려 있다. 등장하는 인물은 총 7

명으
로, 2012년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와 (김용민이 생각하기에) 2007년의 후보, 즉 '시효가 지난' 인물

들인 정동영,
손학규, 유시민은 빠졌다. 이력은 생략하고, 그의 인물평만을 짧게 정리하여 올린다. 자신이 생각

해왔던 인물평과 비
교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겠다.


(1) 김두관 : '지역 구도 타파'라는 구도에서 노무현 후계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함. 경남도지사 재임 중의 성과에

주목.



(2) 김문수 :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 서울시와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경기도의 앞선 복지. 그러나 그 모든 것들

이 신념
이 아니라 야심에 근거. 아울러 씻을 수 없는 변절의 기억.


(3) 나경원 :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이라는 '스토리', 외모에 기반한 대중적 '인기', 그러나 본인의 목소리

는 부재.



(4) 안희정 : 충청권 표심을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은 첫 충청권 지도자. 세종시 수정, 과학벨트, 4대강 사

업 등
도지사로서뿐만 아니라 전국적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이슈들이 큰 장애물이자 곧 기회.


(5) 송영길 : 좁은 인맥. 불분명한 노선. 앞으로의 기반이 될 인천시의 재정상 총체적 난국부터 풀어야.


(6) 오세훈 : 때늦은 '진짜 보수' 타령. 자신의 중요한 기반이었던 '비한나라당 이미지'만 깎아 먹어.


(7) 이정희 : 현장에는 언제나 있는 의원. '작은 차이를 극복하며 통합의 대의를 앞세운 리더십'


한명숙과 문재인이 빠진 것은 그들이 2017년보다는 2012년에 더 큰 역할을 할 사람들이라는 계산 하에서였겠

지만, 원
희룡과 노회찬, 조승수 등이 빠진 것은 알 듯 말 듯 하다. 이외로, 송 시장님 챕터를 읽으면서 고향 인천

을 찾을 때마다
전임 안상수 시장이 (보온 상수님과는 동명이인이다.) 여기저기 퍼주던 눈 먼 돈을 새 시장이 모

두 자르고 있어 지역민
심이 흉흉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던 터라 안쓰러웠다. 열심히 해도 욕먹는 판이고

잘 해도 본전이 될까말까지만
, 그래도 꼭 잘 극복하셔서 인천도 살리고 본인의 입지도 세우시길 바란다.



3부와 4부는 조국과의 인터뷰, 조국의 장단점 분석. 그리고 그 분석에 기초한 컨설팅 등으로, 말하자면 '조국 현

상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는 사실 양과 질에 있어 오연호와 조국이 아예

인터뷰 형식
으로 한 권을 채운 '진보집권 플랜'에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인터뷰를 제한 나머지 부분

들 가운데 김용민이
파악한 조국의 장단점만을 적어 둔다. (컨설팅 부분이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할 것, 정

도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
도 하다.)


(1) 조국의 강점 : 하나, 뉴 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지명도. 둘, 야권의 대안 부재 상황. 셋, 세대교체 추세. 넷, 세

련됨.



(2) 조국의 약점 : 하나, 강고한 지지세력의 부재. 둘, '엘리트' 이미지. 셋, 현실정치 참여 의사와 결단력.


개인적으로는 2017년이라 할지라도 조국을 대선 후보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흥미가 적었다. 준수한

외모
와 킬링 컨텐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보물을 쥐고자 하면 오물에라도 손을 박아넣는 투지와 여의도 내에

서의 경험,
인맥이 없다면 대권을 쥘 수도 없거니와 혹 쥐더라도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

기 때문이다.




5부는 '정치 고수'들의 조국에 대한 인터뷰 형식의 평이다. 평자는 네 명으로 <리얼미터> 대표 이택수, 정치평

론가 공
희준, 전 노사모 회장 노혜경, 익명의 30대 기혼여성이다. 현 정국이나 다른 대권 후보들에 관한 질문들

도 던져졌으나
여기에서는 주로 조국과 관련된 언급만을 정리해 본다.


(1) 이택수 : 조국은 진보진영의 집권을 위한 중요한 한 축인 '강남좌파'의 아이콘으로써 학벌과 외모 등의 조건

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투사로서의 파이팅' 등 다양한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2) 공희준 : 강남좌파는 좌파가 아니다. 그들은 강남에 주거하기 때문에 강남좌파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강남

이 상
징하는 토대, 구조적 틀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좌파란 스스로를 치장하기 위한 하나의

트렌드에 불
과하다. 이들에게는 심정적으로 강동 지역이나 강서 지역보다 뉴욕이 더 가깝다. 조국이 진정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
서는 서울대 교수와 강남 거주라는 조건을 버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

은 없을 것이다. 그가 야
권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49%,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51%이다.


(3) 노혜경 : 조국은 아직은 대선주자급이라기보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할 좋은 재

목 정도로 보는 것이 좋겠다.
입지와 위상은 유리하지만, 현실정치에 뛰어들고자 한다면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

다. 조국 자신이 진보의 미래냐 아니
냐보다, 대중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수준과 방향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4) 30대 기혼여성 : 지난 총선에서 20-30대 여성들은 '의미 있는 표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에게 조국

은 상
당히 경쟁력 있는 카드이다. (이 부분은 문맥상 그의 외모와 관련된 언급으로 보이는데, 확실히 적시된 것

은 아니라 일
단 단순 인용만 해 둔다.) 친화력은 조국의 강점이나 너무 잦은 노출은 신비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

다.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는데, 조국은 이미 개인으로서의 실체가 강남 좌파라는 트렌드의 아이콘에 압도

당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지하다시피, 강남 좌파는 딱히 주거로 특정지어진다기보다는 학벌과 경제력, 그리고 주로 문화, 소비 생활등

을 골자
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의해 정의되는 세력이다. 그 세력의 실체가 건강한가 아닌가, 혹은 새로운 개

념을 둘러싼
논의가 생산적인가 아닌가를 차치하고라도, '빨갱이-퍼랭이'나 'TK-PK', 혹은 세대론 등의 조악한

틀에서 벗어나 마
침내 '계급'의 프레임이 적용되기 시작한 특정 사례라는 것은 유의미하다. 시대는 이미 같은
 
20대냐 아니냐, 혹은 같은 부산 사람
이냐 아니냐보다는, 무슨 직업에 종사하며 얼마를 버느냐의 질문이 더 많은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였기 때문이
다. 따라서 '강남 좌파'나 '분당 우파'에 이어 앞으로도 무수

히 많은 신조어가 탄생할 이 논의는, 이어질 것이고 이어져
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담론이 점차 몸집을 키워가는 것이 대선 주자로서의 조국에게는 유리한 일일까. 나는 그렇지 않

다고
본다. 작게 보자면 '강남 좌파'라는 이름표는 필연적으로 앞서 지적되었던 '엘리트 이미지'와 연결될테고,

여기에 박근
혜 지지자들이 '변기에 벽돌 넣던 박정희 각하'를 들고 나오면 필패라고 봐도 좋다. 하지만 더 근본

적으로, 국회의원
정도면 몰라도 대선 후보는 이미지와 실체 사이의 간극에 대해 검증받는 일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이 간극이 크면 클
수록 당선 가능성은 멀어지게 된다. '대쪽 판사'였던 이회창이 아들 병역 비리에 나가떨

어지는 것이 실패 사례였다면,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CEO로서의 경력이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

지와 맞아떨어졌던 이명박 대통령을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그런데 조국의 경우에는, 이미 '욕망하며 질

투하는', 오늘날 대중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
심이 되는 심리코드가 반영된 '강남 좌파'라는 거대한 이미지의 가

장 큰 아이콘이 된 데 비해 그 실체는 실질적인 정치
기반을 갖지 못한 학자에 불과하다. 대중의 환상 위에 세워

진 엄청난 기대가 쭈그러들으면, 조국 본인의 비극일 뿐 아
니라 이후의 진보 세력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미증유

의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는 책 총평. 200쪽 가량의 분량에 떡제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편집과 디자인. (솔직히 학생 레포

트라고
해도 믿겠다.) 그러나 내용은 확실히 괜찮다.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없다면 일일이

알 수는 없는
정치인들의 이력, 언행이나 새로이 유행되는 말인 '강남 좌파'의 소개, 그리고 유명한 사람인 조국

에 대해 여러 사람이
달아 놓은 평 등을, 깊지는 않더라도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모두 접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효

율적인 일이다. 두꺼운 한 권
의 전문서를 통해 대권 후보들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이 정도

깊이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보는
눈을 길러나가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런 차원에서 한 가지 건의. 독자들이 무

지하게 양질인 시사 잡지를 산다고 생각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 수 있게 값 좀 낮춰 주시라. 만이천원은

좀 그래. 정리해서, 서서 읽으실 거라면 말할 것
도 없고, 사서 읽으셔도 큰 후회 없으실 것 같아, 평균해서 강추.

특히 학부생 후배들에게 권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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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니TV (http://www.hanitv.com) 에 가면 김용민 씨가 출연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조금 비호감인 '김용민의 시사 되지' 인트로도 볼 수 있고, '나는 꼼수다'의 호탕한 웃음 1위 정봉주 씨의 실물도 볼 수 있으니 시간 날 때 가 보자.

    2011.08.05 02: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조영환

    부산 혜광고 후배로서 맞는 말씀입니다

    2011.08.13 09:50 [ ADDR : EDIT/ DEL : REPLY ]
  3. 최대호

    영남 출신이라는 것도 조국 교수가 야권의 대권 후보로 꼽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출신 지역의 민심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1.08.13 13:19 [ ADDR : EDIT/ DEL : REPLY ]
  4. 김용재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사서 보려고 사전 분석을 좀 봤는데, 선생님의 분석평을 보고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이 섭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

    2011.08.28 03:10 [ ADDR : EDIT/ DEL : REPLY ]
  5. 최대호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로 기쁩니다. 혹 읽으시고 제가 끄적여 놓은 글에 김용재 씨의 의견을 붙여주신다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2011.08.28 10:0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