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2012.01.03 16:15






부제는 '대한민국 검찰은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는가'. '기자생활 10년 동안 군, 검, 경, 감을 모두 섭렵'하는 이

력을 가졌다고 스스로 소개하는 한겨레 이순혁 기자(이하 이순혁)의 2011년 12월 작.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위와 같은 이력을 가진 기자는 한겨레 내에서 이순혁 한 명 뿐이라고 한다. 검찰에 대한 기대와 비판이

거세게 공존하고 있는 이 때 시의 적절하게 출간되어 신간으로 구입해 읽어보았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리얼[real]검사'에서는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어떤 성향을 갖는 사람들이 검사가 되는지에 대해 살핀다.

실명이 등장하는 사례들이 언급되고 있어 흥미는 동하지만 검사라는 직종 전체를 포괄할 만큼 유의미한 수가

소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1부 자체가 길지 않은 분량의 인트로 격이고, 저자가 검사들의 사적인 관계에도

밝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으므로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적 배치라면 상당히 영리한 한 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세 개의 소챕터 가운데 마지막인 '사회 기득권층 자제들이 찾는 좋은 직업'으로, 이전

의 판검사들은 출신 지역이나 고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던 한편 요새는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나 특목고 출

신들이 대부분이라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예전에는 도시와

향촌 간, 소득 1분위와 5분위 간 등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 간 융합과 교류가 상당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한편,

새로이 검찰의 주류 집단으로 올라선 외고나 강남 출신 법조인들이 절대 다수가 서민인 사건 당사자들의 마음

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배 검사들에 비해 덜 권위적이어서 '스폰서 문화'

등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상사에게도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있어 검찰 특유의 강박

적 조직 문화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힌다. 그러나 선배들에 비해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갖고 검사가 되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을 일종의 안정적인 고급 전문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곧 수

사력 약화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챕터 말미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전에는 정치인, 기업가, 고위 관료들이 검사를

사위로 삼았던 일이 많았던 반면, 80년대를 지나면서부터는 검사가 검사를 사위로 맞는 법조인 집안들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수 차례 실명이 언급되고 OO씨 등으로 표기된 경우도 성씨와 직급이 소

개되어 있어 관심을 갖고 조사해 보면 금세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순혁이 전하는 '우

스갯소리' 하나. 검찰에서는 사법연수원으로 교수가 파견되는데, 그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주어진다고 한다. 우

수한 연수원생들이 검찰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과 선배들에게 법조인 사위를 골라주는 것.



2부 '검사의 적, 검찰'은 본격적인 내용인 2, 3, 4부 가운데에서도 핵심으로, 검찰의 문제적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 밝힌다. 세 개의 소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소챕터 내에서도 주제 별로 다시 제목을 달고 있어 그들을 소

개하는 것 만으로도 책의 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부의 첫 번째 소챕터인 '피라미드형 조직'은 검찰의 조직 형태와 인사 기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검찰의 조직

문화는 이른바 '검사 동일체'라는 말로 대표되는데, 이는 검찰조직은 하나이며 전국 검사도 하나라는 뜻이다.

이러한 검찰 조직은 철저한 기수 문화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서의 인사는 다시 학연과 지연, 근무연과 혈연

으로 이루어진다. 평검사가 승진하려면, 좋은 '평판'과 연줄이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통해 서열이 매겨진다.


2부의 두 번째 소챕터 '검찰과 2 대 8 사회'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검찰사회가 철저하게 헤게모니를

쥔 2와 샐러리맨화 되어가는 8로 양분된다고 주장한다. 2는 근무처도 서울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돌아다니고,

양이 많고 빛이 나지 않는 형사부보다는 정권과 여론 차원의 관심이 쏟아지는 인지부서의 요직을 독차지한다.

미네르바, PD수첩, BBK 사건 담당 검사들이 모두 영전한 데에서 보듯이 승진의 단 물은 인지부서의 2가 싹쓸

이하는 한편, 2가 벌인 정치적 편향이나 무리한 수사 등으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경우 이 짐은 8이 함께

나누어 진다. 8에 해당하는 평검사들의 상당수가 검찰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억울해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노

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검찰의 정치적 타살이라는 비난이 있었을 때, 저자인 이순혁과 개인적으로 만난 상당수

의 검사들은 '검찰이 청부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게 했다. 낯을 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부의 세 번째 소챕터 '바보야! 문제는 조직이야'는 이러한 문제적 현상들 가운데 특히 검찰권의 행사가 종종 정

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 것은 결국 개인의 품성 차원이 아니라 이미 견고하게 조직화된 구조에서 기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검사 동일체'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의 의지는 곧 검찰 조직 내에 그대로 관통되는데, 이 검찰총

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다.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삼성에버랜드 수사에서 보듯이, 총장의 고집이나 독선적
 
판단은 실제 수사팀의 조사와는 다른 방향의 결과를 종용하기도 한다.

또, 특정 사건을 어디에 배당하느냐에 따라 이미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전문인 특수부에 배당되었다면 인과 관계가 철저히 밝혀지겠지만, 평소 처리해야 할 경찰 송치 사건이나

고소, 고발 사건을 수백 부씩 쌓아두고 있는 형사부에 배당된다면 사건이 규명되지 않은 채 넘어갈 가능성이 크

기 때문이다. 배당 자체가 이미 결과에 대한 배당자의 의사를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서만이 아니라 미시적

으로는 어느 개인에게 가느냐도 영향을 미친다. 



3부 '노무현과 망나니의 칼' 2부에서 배운 검찰 생리의 이론을 적용해 보는 예제와도 같다. 실제 사건이었

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배당된 관련 검사들의 특성과, 그들의 언행과 결

단이 '검찰 문화'의 어떤 면을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그 댓가는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 치밀하게 살핀다. 한 챕

터인 만큼 객관적 기록의 세밀함은 한 권 분량으로 따로 나와있는 세계일보 법조팀의 '노무현은 왜, 검찰은 왜'

를 따라잡지 못하지만 당시와 이후 검찰과 검찰 관련자들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책만의 빛나는 수확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씨와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씨, 그리고 그들과 청와대를 잇는 연결고리였던 정동기 전 민정수석이 실명으로 호명된다. 이 내용은 책을 통해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다. 그들이 배당된 이유, 그들이 사건 이후 얻은 것, 그리고 그들과 사건의 결과에 대한 8

의 평검사들의 목소리. 모두 우리의 '의혹'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제목인 '망나니의 칼'은 노 대통령 사후 여론의 지탄을 받던 이인규 씨와 우병우 씨가 자신들의 입장을 변론하

고 있던 때, 한 현직 검찰 간부가 사석에서 이순혁에게 한 말 중에 따 온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

다.


"이인규와 우병우가 '내가 뭘 잘못했냐'고 항변하는데, 망나니는 망나니인 줄을 알아야 한다. '너 저기 가서 목

쳐'라고 해서 전직 왕의 목을 쳤는데, 그럼 자기가 죽은 왕과 같은 반열이 되나? 명을 받아 목을 친 망나니는 그

냥 망나니일 뿐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은 그만한 허물이 없어서 손 못 댔나? 강한 놈한테는 철

저히 아무 말 못 하면서, 봉하마을 내려간 힘없는 노무현만 잡아 족치는 것, 이건 비겁한 짓이지. ...자기들이 아

무리 역사적 사명감 어쩌고 떠들고 해도 기껏해야 (정치권력이) 안배해놓은 틀 안에서 활용당한 것 밖에 안 된

다. 망나니는 왕의 목을 쳤어도 망나니일 뿐이다. 그런데 왕의 목을 쳤으니 왕과 동급이라도 되는 듯 사명감이

어쩌고 저쩌고 나대는 게 창피하다."



결론부인 4부 '작은 제언'에서는 제목 그대로 검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제안이 거칠게나마 제시되어 있다.


검찰이 이렇게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먼저, 강력함. 우리나라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 등 사법 절차와 관련한 모

든 분야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파트 조직을 확실한 수하로 두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둘째로, 중앙집권적 조직. 우리나라 검사들은 매일 주요 사건의 진행 경과와 처리 계획, 소환과 영장첨구 방침

등에 대해 꼭 부장과 차장, 검사장에까지 보고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전국 검찰청에서 올라온 보고들은 대검에

서 취합돼 매일 총장에게 올라간다. 결국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은 대검과 총장

의 뜻이 철저히 반영된다.


따라서 해답은 권한을 분산시키고 줄 세우기 인사시스템을 종용하는 중앙집권적 조직을 해체하는 데에 있다.


강력함을 해체하는 데 이순혁이 제시하는 큰 대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이다. 현재의 검찰조직에서 인지수

사를 하는 조직을 떼어내 경찰 수사파트와 통합시켜 통합 수사기관을 만들고, 나머지 검사들은 법률가로서 기

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수사팀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다. 작게는 현재의 기소편의주의를 기소

강제주의로 바꾸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사시스템을 개혁하는 대안으로는 자치 검찰제, 수뇌부의 자의적인 인사발령이 아닌 합리적 업무평가 시스템

의 개발, 전국적 단일 인사제도의 폐지, 분야별 전문가의 채용 등이 제시되었다.







이제 총평. 작년 한 해 여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직종 가운데 하나일 검사. 그 검사라는 직종의 특성과 조직

체계, 문제점의 지적과 대안의 제시, 그리고 그 전부에 대한 내부에서의 목소리까지가 길지 않은 분량 내에 빼

곡하게 들어차 있는 양서. 전체를 요약하자면 '검찰의 문제는 8의 평검사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2의 정치적 검

사들과 그들이 다시 구축하는 구조에 있다'는 것으로 그 내용만이라면 익히 들어온 것이지만, 정치적 검사는 어

떻게 되는 것인지, 또 어떻게 양성되는 것인지, 그들이 형성한 조직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들이 차지한 직급

의 위상과 권한은 어떤 것인지 등과 같은 실질적 정보를 접하다 보면 그 주장의 무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구성과 문단의 배치 등에 있어 다소간의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도 독후감을 쓰기 위해 내용을 재차 정리하

기 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고, 설사 눈에 띄는 흠이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생채기를 내기에는 콘텐츠가 지나치

게 양질이다. 내가 만날 수 있는 검사래봐야 내 또래의 지방 평검사 정도일테고, 그에게 조직을 비판적으로 생

각해본 적이 있는지, 검찰의 개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이 책

이 아니었다면 한동안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가득 있다. 법조계 인근에 있는 이에게라도 술을 몇 번은 사야

들을 수 있었을 내용이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면 할인과 적립을 더해 만 원 조금 넘는 정도.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이니 검찰에 관심있는 이라면 반드시 사도록 하자.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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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종의 '검사 입문서'이므로 위에서 소개된 내용 중 하나에만 꽂혀서 원 포인트로 사려는 이들은 한 번 읽어보고 구입하자.

    2012.01.03 16: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2.01.03 16:15






여기에는 여타의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 가운데 따로이 기억해두면 좋을 법한 내용이나

읽으면서 나름의 단상이 떠올랐던 부분을 추려내어 적는다. 앞에 있는 1편을 읽고 추가적으로 관심이 생긴 분이

라면 더 읽어도 좋겠다. 따로 2편을 적던 다른 때에 비해 양이 많지는 않지만 1편을 너무 길게 쓴 탓에 굳이 떼

어내어 쓴다.




1. 영화 <부당거래>에서처럼 검사들은 서로 '김 프로', '이 프로'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다른 직종에서도 흔히

그러듯이 서로 농담삼아 프로페셔널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아닐까 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검사의 영어 단어인

'prosecutor'의 준말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의무경찰로 복무할 때에도 경감, 경정 등을 해당 영어 단어의 맨
 
첫 철자로 표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2. 법무부 - 대검 - 서울중앙지검은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처로 이른바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린다. 이

중에서도 법무부와 대검은 검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직위 이상에 있는 고위 인사

의 추천이 있어야만 진입이 가능하다.



3.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추진했던 방안 중 하나인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피의자가 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작성한 신문조서는 통상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재판부에서 증거로 받아들였다는 얘기인데, 그 증

거능력이 너무 강해 법정에서 피의자가 '조서가 강압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고 주장해도 조서의 증거능력을 내

세워 유죄 판결이 내려졌었다. 이에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아예 인정해주지 말고 공개된 법정에서

의 진술만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물론 검찰은 이를 극력 반대했다. 이 문제는 결국, 피의자

가 동의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4. '저승에 가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 왜 그랬냐 (그런 선택을 해서 검사로서 삶을 그만두게 한 것을)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빚을 갚으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 그는 사석에서 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장.차관에 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진행될 때 그 가운

데 나에게 전화 한 통 걸어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치인이건 재벌이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그쪽에서

어떤 창구를 통해 연락이 오고 사전에 조율을 거치는 법이다. 그쪽으로서는 최소한의 상황 파악은 해야 하고,

우리로서도 예우라든지 해줄 수 있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통 수사 때는 하다못해 '이거 어떻게 돼가

는 것이냐'고 물어온 이조차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단, 그쪽에서 물어보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라는 그의 천박한 면피용 인식은 차치해 두고. 말하자면 이른바 

'핫 라인'에 대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을 좀 했다. 김정일이 죽던 날 대통령이 일본에 출장을 가 있었

다거나, 국정원장과 국방부 장관도 북한의 사망 공식 발표일에 조선중앙티비를 보고야 사망 사실을 알았다거

나, 그날 아침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생일 잔치를 하고 있었다거나, 사망소식 발표 뒤로 대통령이 중국 수뇌부

와 통화를 하고자 했으나 며칠동안 라인이 이어지지 않았다거나 하는 건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입장이 다른 세력들 간에 핫 라인이 없는 것은 확실히 문제이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나는 꼼수다' 떨

거지 특집 편에 출연했을 때, 왜 굳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 한명숙 표를 깎아먹고 오세훈을 당선시켰느냐는 비

판에 공당의 선거 출마자로서의 역할이 있었음을 주지시킨 뒤, 아울러 민주당으로부터 관련된 연락을 한 차례

도 받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의 뒷판에까지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 알아서 짬짜미를 하고 있을 것이라 막연히 추정하지만, 만약 있었더라면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

는 전화 한 통도 없었다는 것 아닌가.


통합진보당이 출범하기 전,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는 새로이 통합된 진보당이 출범될 경우 자신이 그 안에

포함되어야 할 이유들을 언급하며 그 가운데 하나로 '협상력'을 꼽은 바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원을 통해 한나라당 영수인 박근혜 측과 접촉하여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먹이'를 던져

주고 복지 현안과 관련해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선에 대해 협상해 본 '경험'. 그의 이 주장이 진보 세력이 집권

하여도 미숙한 국정 운영 실력을 보여준다면 권력은 다시 더 극적으로 보수층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던 이

들에게 일정한 설득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민주화운동 시기 데모 현장에서도 학생회장과 경비과장 간에는

서로 연락이 있었던 것처럼, '적'과도 대화와 교섭은 필요하다.


이러한 '협상력'. 그리고 협상력이 발휘되는 무대인 '핫 라인'. 이것이 있었더라면 부엉이바위 위 그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정치세력과 검경 간의 핫라인을 마냥 좋게만 볼 수도 없다. 이번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과 관련

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청와대는 물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도 활발히 연락을 취했고, 그리하여 조사한 것보다 훨씬 축소된 결과가 발표되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

다. 이런 핫 라인은 차라리 없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핫 라인은 그것을 깔고 쓰는 개인의 양심과 상식에만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저 사람이라면

핫 라인을 쓸 수 있고, 또 잘 쓸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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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은 이만.

    2012.01.03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1.10.05 02:06



여기에는 <닥치고 정치>를
읽으며 발췌한 내용들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적는다. 언젠가 참고하려고 끄적거려

두는 것이지만 내용들끼리 서로 연결되지 않았고, 발췌한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이 많은 분

때때로 읽어 보시라.






- p50. '이 정도면 거대 담론의 도움 없이 일상의 언어로 좌, 우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본다'


이 말은 '좌와 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지승호의 질문에 '공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해법을 내는

기질이 작동하는 방식, 그 적응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태도'라고 답변한 뒤 붙인 결론이다.


김어준은 가는 곳마다 '무학'을 자처한다. 위의 언술에서는 그것이 겸양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말을, 알아듣기 쉬운 말로 전달하는 것이 곧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스탠스가 드러난다. 이후 진보

세력에 관한 평에서 김어준은 위와 같이 행하지 못 하는 것이 진보의 가장 큰 한계라고 지적한다. 정확한 지적

이라고 생각한다. 노회찬의 인기는 진보의 언어에서 나왔는가? 노회찬은 노회찬의 말을 썼을 뿐이다.




- p 166-169. '삼성에 대한 모든 비판은 삼성과 이건희를 분리한 뒤, 오로지 이건희 일가에만 집중하면 돼. ...

그게 성공하면 이건희를 비판하면서도 삼성이란 기업에는 아무런 딜레마를 느끼지 않고 취직할 수도 있게 되는

거지. ...삼성이란 기업 집단은 그 자체로는 악이 아니라고.'


고민이 된다. 이건희 씨 일가와 그 일가에 종속하는 일군을 제하고라도, 삼성이라는 기업에는 이미 그들이 심어

놓았거나, 혹은 피고용자들이 자발적, 암묵적으로 상상하여 동의하고 동경하는 '기업 문화'가 실존한다고 생각

한다. 텃밭을 잘 가꾸어 놓았는데, 거기에서 제 2의 이건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김어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상징적인 이 씨 일가가 법에 근거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물러


난 뒤, 삼성이 건강한 방식으로도 이전처럼 한국 경제의 큰형이 되어준다면, 아니면 적어도 타 기업들 만큼의

윤리 의식을 보여준다면, 나도 아이유의 갤럭시 CF나 김연아의 하우젠 CF를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문제는, 언젠가 정리해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 p188. '선거에서 당선이란 정치인이 대중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부채 의식, 그 빚을 한 번에 찾아가

는 거니까. 노무현이 갑자기 부상해 결국 대통령까지 됐던 건, 노무현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사람들의 마음에

예치해뒀던 마음의 빚을 한 번에 인출해 간 거라고.'


개인적인 생각이다. 상지상(上之上)은 무익하나 유의미한 것, 하지하(下之下)는 유익하고 무의미한 것. 노무현

은 돈 까먹고 시간 까먹는 무익함에도 끝까지 도전했기에 대권에서 의미를 거둘 수 있었다. 어떤 분은 초등학생

조차 사기인 줄 뻔히 아는 변명을 늘어놓고 이익을 탐한다. 끝이 좋을 수 없다. 정치 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

되는 철리라고 생각한다.




- p 204. '그런데 난 그런 차원의 실익(통일이 되면 거둘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큰 이익이 우리의 섬나라 의식

극복이라고 봐. 우린 섬이 아닌데도 섬처럼 사고하잖아. 그럴 수밖에 없어. 삼면이 바다이고 나머지 한 면은 벽

이니까. 분명 육지로는 이어져 있는데 '프랑스에 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가봐야겠다', 이런 상상이 불가능하

잖아. 그래서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도 스물여섯에 인도로 떠나면서 스스로가 '아, 국경을 넘어도 되는 거구나'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는데도 그 뒤로 5년간 여전히, 돈이 있어도 홍콩조차 못 가고 있다. 작

게 보면 외국의 문물을 많이 접하지 못하고 이채로운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하는 정도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상대성', '다원주의'등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고민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 다른 문화권과의 비

교를 통해 자신의 객관적 좌표를 확립하는 경험이 적다는 것, 그리고 국내 사회의 모순점 등을 국제 사회와 비

교하는 데 둔감해지는 것 등의 큰 손해라고도 볼 수 있다. 통일이 되어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갈 수 있는 세상

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덴마크의 레고 본사에 원서를 넣었을 것이다. 




 - p 222-223.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

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

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덤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줄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

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냐며 일어나 떠나버려. 남겨진 진보 군은 자기 프러포즈가 실패한 요인을 열

심히 분석하다가 입지 조건과 대출 조건의 우수성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고 혼자 결론 내리지.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꼭 결혼할 거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 20년 후에. 아, 슬퍼.


더 슬픈 건 뭐냐. 욕심 많고 잇속 빠른 보수 군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진보 군이 책상 위에 남기고 간 계획

서와 설계도를 집어 와서는 표지만 엄청 화려하게 바꾸고 총천연색 컬러로 인쇄해서, 자리를 박차고 떠난 국민

양을 찾아가 계획서를 다시 내놓는다는 거지. 하지만 그 내용은 읽어주지 않아. 휘리릭 페이지만 넘기면서 대신

장미 한 송이 안겨주고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엄청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를 시키지. 그렇게 그들은 연애를

시작해버리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에야 국민 양은 알게 되지. 그 장미는 플라스틱이고 그 밥값은 자기

가 내는 거였다는 걸.'


아, 진보. 옷 좀 잘 입고, 유머도 익히자!




- p 300. '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이명박 같은 자가 그런 남자를 죽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내가 노

무현 노제 때 사람들 쳐다볼까 봐 소방차 뒤에 숨어서 울다가 그 자리에서 혼자 결심한 게 있어. 남은 세상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그리고 공적 행사에선 검은 넥타이만 맨다. 내가 슬퍼하니까 어떤 새끼가 아예 삼년

상 치르라고 빈정대기에, 그래 치를게 이 새끼야, 한 이후로. 봉하도 안 간다. 가서 경건하게 슬퍼하고 그러는

거 싫어. 체질에 안 맞아. 나중에 가서 웃을 거다. 그리고 난 아직, 어떻게든 다 안 했어.'


시위, 농활 등의 광범위한 사회 참여를 통해 선후배 간에 유대가 강고했던 전 세대에 비해, 종신고용의 약속이

사라진 취업 환경과 학부제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붕괴된 학생 사회에서 자라난 우리에게는 '형'이 적다. 2009

년 늦봄에 김어준은 '검은 넥타이'만 매겠다고 말했고, 그 뒤로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정말로 검은 넥타이만

매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나본 적도 없고 딱히 만나줄 것 같지도 않지만, 김어준 씨는 내게 '어준이 형'이

다. 이런 형이 늙어서 원로로 대접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대장 원로는 말고. 심술쟁이 영감 원로 정도.)




- p 305-306. 김어준이 말하는 좋은 컨텐츠의 조건. 기억하자.


하나. 좋은 컨텐츠는 스스로 성장한다. 컨텐츠가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버티는 배짱의 '애티튜드'.

둘. 대중언어로 말하는 자세. 진보진영의 차려 자세는 사람의 의식부터 긴장시키고 내용이 들어오기도 전에 피

로하게 만든다.

셋. 쫄지 않는 자세.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넷. 덕 볼 생각을 하지 않는 자세.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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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1.08.22 19:22




문제의 <강남 좌파>, 순서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강남 좌파라는 개념을 반기지 않는 이들에 대해 마뜩치 않게 여기는 감정이 있었다. 강남좌파라

는 단어
의 출현은 첫째로 그 단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이나 이념 등의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 마침내

계급이라는 도
구를 통해 현실사회의 진면목에 대해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인식을 갖게 하는 전기가 되

어 주었고, 둘째로 민
주당과 같이 개혁의지가 없거나 야3당과 같이 세가 부족하여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모으지

못하던 개혁-진보 진영에
일정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강남 좌파의 실체를 파보면, 한국과 같은 기형적 소득원 구조의 사회에서 그들
이 소유한 부가 세금 완납한

근로소득일리는 만무한 일이고,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정치 성향 또한 헐리웃 여배우들
이 유행시키려고 들고

다니는 에코 백과 같이 저열한 수준의 자기 만족이나 허영심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보 양보

하여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굳이 강남 좌파들의 논리적 허점을 들춰내어 상대적으로 사회적 영
향력이 큰

그들의 등을 저쪽으로 돌리게 하거나, 혹은 기나긴 박근혜 독주의 레이스에서 마침내 한 동력원을 찾아낸
개혁-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필요가 있겠는가? 학자로서의 양심 때문에 침묵할 수 없었다는 변명이


있을지 모르나, 결과로 보면 입다물고 있던 사람보다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미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 왔던 것

이다.



강남 좌파의 허구성과 위악성을 체계적으로 밝힌다고 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그 생각이 크게 변한 것

은 아니
다. 노무현과 유시민도 그 펜 끝에서 목이 뎅겅거리는 판인데, 조국이 눈에 차겠는가? 이 책에서는 부당

하게 집권하느
니 차라리 재야에 남겠다는 식의 오래된 '불임'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강남 좌파의 기원과 성격

에 대해 꼼꼼히 분석함
으로써 이들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신뢰해도 좋을지 등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 점은 큰 미덕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강남 좌파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학벌 사회이

자 계급 사회인 한국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실상을 고발한 점, 그리고 정치적 대안의 하나으로서 '인물 정치'

에서 벗어나 '정책, 이슈정치'로 나아가자는
구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준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종합하여,

시대의 한 면을 분명히 반영하고 있는, 필독서다.



읽으면서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느낌이 오는 책의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 펴 볼 수 있도록 인상적인 부분마다 이

면지를
오려 만든 책갈피를 꽂아둔다. 다 읽고 세어보니 이 책에는 총 30매의 책갈피가 꽂혔다. 쓰고 싶던 것을

줄줄이 다 쓰
자니 읽는 사람이 없을 것 같고, 편을 나누어 분리해서 써 보자니 그러면 앞으로 부담스러워 독후

감을 쓸 마음이 선뜻
들까 싶기도 하고. 저자와 제목, 목차를 설명하는 '책 소개',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적어 두

는 '정보',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어 세 파트로 구성을 해 볼까? 아무튼 여러 모로 고민거리가 생겼다.

오늘은 일단 짧게나마 감상을 덧붙
일 수 있는 것들만 골라내어 짧게짧게 적어둔다. 



- p 173. "조국은 <중앙일보>인터뷰에서 자신은 '정치근육'이 없다고 했는데, 실은 그게 그의 강점이다. 기존

정치판에
서의 근육이라는 게 주로 이전투구 잘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조국의 치명적인 단점으

로 꼽는 '전투력'
에 대해 정반대의 평을 해 놓는 것이 재미있다.


- p174 - 176. 조국 현상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연

호의
'킹메이커 병'이 도졌다는 글을 자주 접해 왔는데, 위에 표시한 세 쪽에서 강준만은 '노무현 띄우기'와 '문

국현 띄우
기'로 상징성 뿐 아니라 경제적 실익도 챙겼던 오마이뉴스가 구행을 답습한 것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

다. 경제적 실익
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 p 186 - 187. 조국은 '진보적'인 교육관을 설파하는 한편으로 딸을 외고에 진학시킨 것에 대해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라고 변명 혹은 술회한 사실이 있다. 이 일

은 조국 개인
뿐 아니라 강남 좌파의 위선성을 고발한다는 비판의 근거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강준만은 그러한 현
상을 만든 구조 자체를 탓해야지 개인을 탓해서는 안 되며 '(흠이 단 하나도 없는) 성인이 아

니면 입 닥쳐' 식의 비판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조국과 강남 좌파들의 스탠스를 이해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긴 호흡의 문맥에
서 어쩐지 '그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 기대한 너희(우리)가 잘못이다.

기대하지 말자. 어차피 저 쪽의 사람이
다'라는 시선이 느껴진다.


- p 193 - 220. 6장인 이 부분은, 정치인들이 '강남 좌파'라는 허구의 이미지 외에 무엇으로 뿌리깊은 정치 불신

을 해
소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한 '모델'로서 박근혜를 분석하고 있다. 강준만에 따르면 박근혜

의 '성공' 원
인은 준수한 외모, 원칙과 신뢰, 적절한 침묵이며 그의 가장 큰 문제라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구태의연함이다.

제점 하나. 강준만이 꼽은 박근혜의 강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서만 유효한 것이거나 혹은 많은 이들이

박근혜의
최대 약점으로 꼽는 항목들이다. 둘. 박근혜의 문제점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며 이는 '용인술'을 통

해 해결할 수 있다
는 언술은, 뒤집어보면, 박근혜 개인에게는 흠결이 없다는 말이다. 셋. 그래서, 어쨌든 대권

후보 중 지지도 1위이니 박
근혜에게서라도 배울 건 배우자, 는 취지였을지 모르지만 글 전체의 느낌은 명백히

박비어천가이다.



- p 231. "분당을 선거는 결국 손학규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선거 역시 한국 정치의 오랜 철칙에 충실

한 선
거였다.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 유권자들을 움직이는 최대 동력은 반감(反感)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 절망의 심리는 이런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욕 충족을 위해 국민을 뜯어먹고

사는 집단이며,
정치는 그들 개인과 가문의 영광을 위한 출세 수단일 뿐이다. 뜯어먹더라도 돌아가면서 뜯어먹

어라. 조폭 세계에도
'분배의 윤리'는 필요하다. 고로 물갈이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시원하긴 한데, 그건 쌓여있던 분통을 욕설과 같은 과장된 언사로 풀어버릴 때 느껴지는 일종의 배설감이지, 보

편적으
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논거를 통해 주장을 증명하는 것을 지켜보켜 느껴지는 명쾌함은 아니다. 욕 먹을

때 먹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시원하게 한다, 공격받지 않으려고 어려운 단어 써 가며 말을 배배 꼬지는 않는다,

는 태도는 참 멋있
긴 한데, 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호통은 평론이 아니라 독설의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안타

깝다.



-  p 253 - 305. 유시민에 관한 8장. 유시민에 대한 강준만의 인상을 짐작할 수 있는 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행사(국민참여당 창당대회를 지칭) 말미에 등장한 유시민이 연설을 끝내자 3000여 명의 당원 대다수는 자리에

서 일
어나 '유시민'을 연호했다. 유시민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느냐' '옆에 있는 동지들을 믿느냐'는 등 질문

을 던지는
화법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런 그가 '모든 이가 이익을 탐할 때 홀로 올바름을 추구했던 노무

현 정신으로 돌아
가자'고 외쳤을 때 청중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 창당에 줄곧 반대해온 이

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
리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주요 친노 인사들은 이날 창당대회에 불참했다."

이 부분은 중앙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글 중에는 따로이 인용부호가 없고, 통째로 인용한 이상

강준만
의 의도가 일치한 글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3000여 명 되는 정치적 행사에서 일상적인 화법으로 연설을

하는 정치인
은 없다. 게다가 '청중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에서 '그러나 친노 이사는 빠졌다'는 연결은 가히 악의

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유시민 비토 세력의 비판 가운데에는 차분히 팩트로만 구성해도 설득력을 갖는 것들이

실제로 꽤 많다. 굳
이 중앙일보의 기사까지 인용해 가며 감정적인 차원의 비난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개인적으

로는 강준만의 참여 정부
에 대한 혐오만을 되새겼을 뿐이다.


- p 264 - 265. 강준만과 최장집의 용어. '영남 민주화 세력의 한'. 재미있는 지적인데, 글만으로는 잘 모르겠다.

정치를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보자.


- p 349 - 350. "불법 폐기물을 쌓아두었다가 홍수가 날 때에 슬쩍 휩쓸려 가버리게 만드는 폐기물 처리법이 있

다. 욕
먹어 마땅한 수법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홍수 처리법'은 우리에게 익숙한 관행이다. 특히 그 어떤 사회적

홍수가 났을
때에 좋지 않은 것들을 일거에 해치우려는 습성은 한국 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그런 특성에 '홍수

민주주의'라는 딱지
를 붙일 수 있겠다... ...화끈하고 역동성이 있는 건 좋은데, 국민적 면책심리를 부추겨 잘못

된 일을 똑같이 반복하도록
하는 게 문제다. 어떤 사회적 문제가 터졌을 때, 공동 책임을 져야 마땅한데도 주범

을 하나 지목해서 모든 책임을 떠넘
기고 다른 모든 사람은 면책될 뿐 아니라 피해자인 양 오히려 큰소리치는 풍

토는 한국 사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에리카 김만 비행기 타고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끝나버린 BBK 의혹. 은진수 하나 감사하고

끝난
부산저축은행 비리. 이인규만 열 달 살고 나온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PD수첩에 실명 뜬 박기준만 옷 벗고

변호사 개
업한 스폰서 검사 사건. 이런 사건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프로그램과 간행물이 더 늘어나야 한다. 큰

규모의 비리나 사
기는 불세출의 악당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비극은 일상처

럼 일어나게 되어 있다.



- p 356. 강준만은 임혜현 기자의 입을 빌어 '오세훈은 우파의 노무현'이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근거로는 네 가

지가 제
시되었는데, 일일이 반박해서 쓰다 보니 혹 노무현을 위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팩

트와 연관된
부분만 추려 남긴다.

오세훈과 노무현을 연결짓는 네 가지 근거 가운데 첫 번째는 성공 이력.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도 못 갔지

만...고
시를 통과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력을 오시장도 가졌다. 오 시장은 넉넉하치 않은 환경에서 자라 대

학을 마치고
변호사가 됐다." 간단한 지적 하나. 노무현이 나온 고등학교는 60년대 부산의 상고. 오세훈이 나온

고등학교는 70년대
중후반의 서울 일반고다. 둘. 오세훈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 법학 박사이다. 학교는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학교. 학사와
석사도 고려대 졸업이다. 

두 번째는 '언론이 만든 스타'. "노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명패 사건의 보도되면서...유명세를 탔고, 오 시장 역

시 <오
변호사 배 변호사>에서 선배 배금자 변호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유명인이 됐다." 방송에 얼굴이 비쳐

유명해졌다는
것은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부산지역 노동자들의 변호를 도맡다가 전두환의 청문회에서 일갈

을 날렸던 노무현과
가정법률 전문 출신으로 TV 컨설팅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끔한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오세

훈에게 'TV출연'이라는 이
름표를 함께 붙이는 것은, 비열하지 않은가? 

두 번째에 대한 반론도 그렇긴 하지만, 세 번째 '정계의 혜성'과  네 번째 '비판 여론에 대한 전투적 대응'에 대

해 쓴 글
은 특히 팩트가 아니라 가치관에 근거한 반론이라 다시 읽어 보고는 삭제하였다.



쓰다 보니 비판 일색이 되고 말았는데, 사실 이렇게 흠잡을 데가 많았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저자가 비록 거칠더

라도
자신의 소신을 확실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생하자'는 식의 선순환적 결론을 냈다거나 양비론적 평

가를 동시에
인용함으로써 안위를 고려하는 글은 시체말로 '깔' 곳이 없다. 책의 내용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그

렇지 않은 부분도 있
지만, 적어도 솔직함을 높은 수준으로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소통의 의지가 강하게 느

껴진다. 일단 나는 알라딘
보관함 리스트에 올렸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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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2011.05.24 05:29


쓰고 있는 휴대폰에는 절대로 지우지 않는 문자가 30여 통 있다. 대부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문자들이지만,
 
2009년 5월 23일에 받은 한 통만은 지금도 이따금 울컥한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며 그 문자를 보았을 때에는, 검

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고 있던 참이라 불리한 결과가 나왔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노무현이 죽은지 2년이 지났다. 고작 두 번째이지만, 헤어진 애인의 생일처럼, 아침에 눈을 뜨며 그 날이구나, 하고 생

각이 난다.


그간 살아오며 해 온 노력과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비교해 보면, 불행하거나 불우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각별히
 
누구의 덕을 보았다거나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 내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 무언가

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스무 살에 만났던 당신 때문이다.


봉하에서도 작년 1주기가 추모 행사였다면 올 해부터는 희망을 말하겠다고 했다. 친노들이 애도를 넘어 대책을 말해

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고개를 끄떡거리며 읽었다. 이제 울 일이 있겠나, 싶었는데, 딴지일보의 한 추도 기사에
 
첨부된 봉하마을 묘역의 바닥돌 사진을 봤다. 2주기를 기억하는 일기의 끝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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