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넘은 뒤로는 변변하게 서로 챙겨 주지도 못한 생일. 그나마 20대의 마지막에라도 이렇게 케잌
사 놓고 축하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수북한 양초가 서글프지만, 내년부터는 큰 양초 세 개라는 사
실은 슬픔 따위가 아니라 공포에 가깝다. 가수 별 양의 노래처럼 12월 31일 다음은 32일 33일이든가,
아니면 나의 이십대는 십진법 말고 십육진법 쯤으로 계산해 줬음 좋겠다. 남 사장과 나의 깜찍한 표
정 좀 보라지. 당장 소희나 연아와 연애해도 도의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발랄함인데, 내년이면 서른
이라니. 이의 있소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다들 자리잡기 기다리다간 영영 못할 것 같아, 공동의 통장을 만들어 6월부터 각자 자동이체로 만
원씩 넣기로 했다. 모인 돈으로는 일 년에 한 번씩, 정월에 다 같이 사진을 찍기로 합의했다. 사진
촬영은 본인과 직계존속만. 약혼자도 안 된다. 혼자 오면 만 원. 부부는 만 오천 원. 열 두 명이 다
차기 전 해의 사진은 분명히 열 한 명이 찍게 될텐데, 그때 씁쓸하게 웃고 있는 것이 제발 내가 아니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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