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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프리챌 <연극과 인생> 커뮤니티에 있는 <굿 닥터> 공연 관련 글 모음.

-2002년 8월 10일 <열심히 할게요>

후배님들, 열심히 할게요. 아는 거 없지만, 어쨌든 열심히 할게요.

연출님, 열심히 할게요. 이 안의 연기를 이끌어 내어 주세요.

기획님, 열심히 스폰서 뗄게요.

다들, 잘 부탁해요. 살얼음 위에 서 있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다음 스텝을 위해 한 발을 들어

봅니다. 다들이요.


선배님들, ....와서 술 좀 사줘요...이번주에 뒷풀이 딸랑 한 번 했어요....




-2002년 8월 10일 <이렇게 되었습니다.>

연극과 인생 제 19회 공연.

< 굿 닥터 >

연출          김진섭

기획          안재철

캐스팅       이경아 김신각 이나연 류왕수 최대호 송지희

보조출연    최빛나 김현경

스탭보조    복원준 천경아 이윤주 신보미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무모한 기획회의 끝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지켜보아 주시는 여러분들의 격려와 따뜻한(반드시 따뜻해야...) 충고가

절실한 요즈음입니다.

연출님도 사랑이 가득한 연출일기장도 받았겠다, 저도 나름대로  연습을 지켜 보며 끄적이는 것도

있고. 신입생들도 많지 않은 뒷풀이에 하고픈 말들을 풀어 놓을 곳이 필요할 터이니, 다시 한 번

이 곳이 연극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활기넘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류왕수님도 무사귀국

하셨으니 이제 인터넷 편히 하실 수 있겠지요. 유럽 유람기라도...


연극과 인생의 또한번의 여름이 지나갑니다.




-2002년 8월 13일 <첫 스탭회의>

오늘은 첫 공식 스탭회의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역시 연출님의 인생처럼 흘러가는대로 생각나는대로 결정을 보았지만 의외로 척척 들어맞

아 왠지 잘 될 것만 같은 예감.

  연출부  -   김진섭 단독군림

기획부 -    기획       안재철    
                 기획보   류왕수(오늘 안 와서 끼워 넣어져 버렸음)

  무대부 -    무대감독  최대호
                  무대보     김신각  송지희                  

                  조명        이준걸(미안해요 형 이번에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의상        이나연(이쁜 옷 잘 찾아봐 있을거야)

                  의상보     이경아

                  소품부     <김희정 피희경>-미확정

                  분장        박경은

                  사진        정   훈

                  촬영        신보미

                  이외 각종 스탭 참여 희망자  김현경 외 5명.


여러가지 변동사항이 있겠지만 일단 대강의 얼개가 짜였습니다. 스탭회의는 순조롭게 끝나고 오

늘의 연습에서는 연출님 덕분에 앞으로는 감히 연습중에 전화를 받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엄한 기강이 세워졌습니다.


내일부터는 무대감독의 지휘 아래 가혹한 체력훈련과 발성연습이 시작됩니다.

엄한 연기지도(.....히히)도 시도됩니다.


기대하시라, 2002 연극과 인생!




-2002년 8월 15일 <연극과 인생 뒷풀이>

어제는 2002 연극과 인생 뒷풀이 중 가장 컸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먹고 마시고 하다 보니 쓰러지는 사람들도 나오고.

술자리를 핑계삼아 연출을 상대로 질펀한 농담도 해 보고.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오셔서 '어르신'의 풍모를 보여주신 재엽이형.  고맙습니다.




-2002년 8월 17일  <8월 16일 금요일>

전날의 과한 술자리로 몇명의 출석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에 비해 그리 과하게 늦지는

않은 시간에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연출의 제1차 오디션 확정발표가 있었습니다. 변경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커다란

아웃라인을 잡은데에 모두들 만족해 했습니다. 오디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변경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  )로 표시합니다.



류왕수 : 사제 지배인 이반 (건달)

김신각 : 아들 직원 장관

복원준 : 남편 경찰

최대호 : 작가



이경아 : 쥴리아 소녀 이반부

이나연 : 주인 여자 (장관부)

송지희 : 건달 젊은 부인

거리의 여자 미정.


이후에는 발성과 발음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다음주부터 배역결정에 이은 체력훈련이 시작됨에

발맞추어 일일이 배를 만져 보고 호흡을 재보기로 했습니다.


지난시간의 '십일만천백십일'의 호응에 힘입어 오늘은 인상적으로 보았던 연기를 해 보자, 라는

제의를 했습니다. 첫 시간이라 그런지, 연출님의 과감한 연기를 제하고는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들

을 보이지 못 했습니다.


이경아 : '네 멋대로 해라' 의 이나영. 주문한대로, 다음부터는 라네즈 CF를 할 것이 아니면 이나영

의 '연기'를 따라하지는 말 것.

이나연 : Fail.

김진섭 : '묻지마 패밀리'의 임원희. 죽어라고 공부하고도 31등 해서 우는 연기. 폭발적이었음.

안재철 : '킬러들의 수다'의 정재영.

류왕수 : '쉬리'의 최민식. 앞으로 최민식의 연기만 하겠노라고 호언장담.


많은 진전이 있었던 하루였으나 계속되는 리딩의 일정에 약간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

여 연출에게 이제 슬슬 액션을 넣은 리딩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해 보았습니다.


배역이 맡겨진 탓에 배우들에게는 숙제가 나갔습니다.

1.  월요일까지, 모든 배우들은 맡겨진 배역의 의상 컨셉을 결정하여 그림이나  단문의 설명으로

의상감독에게 제출할 것.

2.  월요일까지, 모든 배우들은 맡겨진 배역을 A4 다섯장 이내로 분석하여 연출에게 제출할 것.


의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A4다섯장짜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연출님이 하루만에 볼지는 의문

이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내는 숙제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최종 캐스팅이 심각하게 늦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리딩은 항상 충실히 이루어져 왔고, 배역에

대한 논의도 어느 정도는 완성되어 있는 상태이니, 희망을 갖고 분발해야 할 시점입니다.


연인, 월요일날 봐요.




-2002년 8월 27일  <고마와요>

작년에 이태용님이 크림으로 범벅을 해 주시던 것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씁쓸하게 다시 등장한 카드씨의 뒷모습도 어렴풋이 보았던 것도 같습니다.


딱히 생일이라고 뭘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행복한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 주고 싶다, 였어요.


같이 하고 있어서 고마와요. 여러분에게 큰 행복이 오길 바라겠어요. 한 오백루블정도의 유산이라

도 받으시구랴. ('만'자 뺀 거 아니라우.)




-2002년 8월 31일  <신각아 생일 축하한다>

동네 사람들이랑 술을 많이 마셔서 전화하기가 귀찮구나. 미안.

연극과 인생 여러분. 전화기 살렸어요. 많은 전화 부탁드립니다.




-2002년 9월 3일   <9월 2일 월요일>

학교는 개강을 했습니다.  방학때에는 별 생각없이 연습하러 가던 학교를 출처 모르는 외계인들에

게 빼앗긴 기분이라 과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노천에서의 첫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신입생들이 노천에 놀라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

습니다.


연습은 고되었습니다. 오늘은 양적으로 많은 연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강이라는 정신적 장애물

에 치인 탓인지, 혹은 노천에서 연습한다는 것에 몸이 긴장한 탓인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연습을

할 때에는 힘좋게도 시켜대는 연출이 약간 얄미웠습니다.


오늘 신입생들은 처음으로 스폰서를 떼어 왔습니다. 턱턱 떼어 내던 두 거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때

가 한두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재철 왕수 콤비가 아니었으면 울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저, 연습

만 해도 고되어 하는 연인들이 스폰서 떼는 것 때문에 지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오늘은

저도 약간은 지쳐 버렸습니다.  스폰서 떼는 것에 100% 익숙해질 날은 아마도 먼 뒤의 일일 것 같습

니다.


연인, 여름방학에 이어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계신 경호형, 오늘 과방에서 만난 헌진이형이 소식 들을  수 있으면 좋겠

다고 그러시더라고요.




-2002년 9월 7일  <으어엉>

과외 또 서울대한테 빼앗겼다!

정말이지 이놈의 신분차는...임꺽정이 세상을 뒤집어 엎을 수 밖에 없었던 심리를 이해해 버릴 것만

같은 이 기분을...


이것으로 그렇게 큰소리쳤던 다음주 거창한 뒷풀이는 날아갔다.




-2002년 9월 24일   <힘들다>

무대디자인이 표류하고 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보지만 무엇 하나 연출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

모양이다.


무악극장이 텅 비어서 8일간이나 쓸 수 있게 되었다. 연고전 빼고 무대제작 빼고도 4일정도를 동선

까지 짜 가며 연습할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런데 힘들다. 왜 아홉개씩이나 했을까. 왜 더 연습하지 않았을까. 왜 미리미리 이것저것

해 놓지 않았을까. 왜. 왜. 왜.


불만도 넘쳐난다. 나도 연기 더 잘하고 싶다구. 나도 연고전 OT니 반행사니 다 하고 싶다구. 나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연습시간에 떠들고 싶다구.  


정신이 피곤한 탓인지 머리를 달래 주려 사 가지고 들어온 카프리 한 병에 오타가 나올 정도로

취하다.


그래도. 어쩐지 내가 지금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어 스스로 놀란다. 열흘

후 연극이 끝난 뒤 이 글을 보고 있는 느낌을 바로 지금 느끼는 것처럼 가까이 두기에.


행복하다. 연극을 하느라고 힘들다니. 더 힘들 생각 하니 행복해 죽겠다. 연극 변태라고 불러줘.

같이 하고 있어서 고마워. 잘 자.  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2002년 10월 1일  <어차피>

우리 안기획님의 공지가 따로 올라갈 터이고 개인별 연락도 있을 터이지만, 어제 밤으로 무대공사

의 대부분이 끝났습니다. 오늘 이른 오후에는 무대 마무리를 할 것이고 늦은 오후에는 조명세팅과

간단한 리허설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10월 4일 금요일이 갑자기 학교전체휴강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 식겁해라.




2002년 10월 4 , 5, 6 . 연극과 인생 제 19회 정기공연 <굿 닥터> 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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