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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5

추석특박

정확히는 추석특박이 아니고 광복절 관련 행사 동원 위로 특박이지요. 밀리고 밀려서 이제야 나온,

예, 인천국제공항경찰대 교통계 최상경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나는구면요. 어느덧 1년이 지났으니 말이예요. 남자는 때려죽여도 기억하는 두가지

가 있다죠. 생일하고 군번. 안녕하고 인사하고 간간이 글 남기며 힘들다고 노래하던 저도 어느덧

1년을 채웠네요. 반 넘으면 끝나가는 거죠 뭘. 그런저런 참에 , 1년이라니, 하고 돌아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나더란 말이죠.


1년전 이맘때에, 전 마지막을 세고 있었어요. 입대전 마지막 헬스장, 마지막 KFC, 마지막 밤샘오락,

마지막 신촌 등등 아주 처량맞은 짓들을 하고 있었지요. 기분 별로더라고요. 2년전 이맘때에는 막

시작한 연애에 이런저런 고민과 행복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었고, 3년전 이맘때엔 외로움에

몸부림을 치다가 새로 생긴 인터넷 일기장에 미친 듯이 열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4년전엔, 글쎄,

기억이 안 나네요. 5년전에는 추석인데 집에도 못 오고 혼자 고시원에서 울고 있었던 것 같고.


확실히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게 이곳에 발담그기 시작한 스물둘이었으니, 어느덧 서른즈음을 향해

함께 맹렬히 달려가고 있는 02학번 후배들은 둘째치고라도, 아직도 마냥 철부지같고 언제까지나

빛나는 스무살인 것만 같은 제 여자친구가 스물둘을 가득 채워가는 이때에,


어찌 상념이 없겠어요. (오늘 만난 여자친구는 얼굴에 점이 생겨난다는 제 말에 '나이 먹어서'라고

하더군요.)


김진표의 노래 중에 '시간을 찾아서'라는 곡이 있더라고요. 서른 즈음에 부르긴 솔직히 부담스럽고,

요새 어떻게 저떻게 듣게 되는 노래인데, 글쎄, 빠르긴 참 빠르네요.



스물다섯이라니. 하, 참.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그래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렇게 됐

다는게, 차가워진 사제 바람을 맞으며 괜히 감상적이 된 최상경은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