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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최감독과의 영화인터뷰 (2)







Q : 지난 시간에 이어 최감독님과의 인터뷰를 붙여가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 일은 잘 보셨나요?

최 : 응? 무슨 일?

Q : 아니, 왜 지난번 인터뷰 끝에, 바쁜 일이 있으시다고...

최 : 아ㅡ뭐 그거. 응. 그래요.

Q : 무슨 일이셨죠?

최 : 음 뭐. 그냥. 사람사는 데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 오늘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나?

Q : 아니, 무슨 일...네.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선호하시는 영화에 대해 말씀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

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기대가 크니까요.

최 : 그런가요? (웃음) 대충 생각은 해 봤는데, 영화 자체보다 개인적인 기준이 들어갈 수도 있어

요. 영화도 하나의 간접체험이니까, 그 영화를 봤던 극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거고,

Q : 예 뭐, 그정도야. 어차피 개인적인 리스트니까요.

최 : 또 같이 보러 갔던 아가씨가 화장을 너무 진하게 했다던가 하면 영 기억이 안 좋지.

Q : 그런건 좀 빼주셔야겠는데요.

최 : 응, 그래? ...음, 그럼 리스트 좀 다시 짤게요. 에이, 어젯밤에 딱 짜느라고 고민 많이 했는데...

Q : 화장을 덜 한 여자분이랑 보러 가지 그러셨어요.

최 : 나도 그러고 싶지. 그렇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화장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잖아. 여자가

나보고 오늘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보러 갈 거니까 거슬리지 않게 눈꼬리 좀 내리고 오라고 하면 할

수 있나?

Q : 비유가 좀 이상한데요.

최 : 그게 같은 비유라는 걸 모르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예요. (끄적끄적)

Q :  ...그러면, 제일 좋았던 극장은 어디였었나요?

최 : 응? 극장? 극장이라... 시설도 편하고, 집에서도 가깝고 하니까 요 근래 몇년은 거의 CGV에서

봤지만, 제일 좋았던건... 응 그래. 인천에 주안이란 데가 있는데, 거기에 중앙극장이라고 있어요.

Q : 감독님의 영화 '바라란-음탕대작전'의 배경이었던 그 주안인가요?

최 : 그렇죠.

Q : 그 극장이 특별히 좋았던 이유는요?

최 : 거기가, 옛날식 극장이거든. 지정좌석 아닌 건 기본이고, 표 한 번 사면 한 영화 두번을 보든

세번을 보든, 극장 내에서 돌아다니면서 다른 영화를 보든 간섭도 안 했다고. 그냥 표만 팔고 극장

청소만 하면 땡이다 이런거였지. 지정좌석이 아니니까 유명한 영화를 딱 좋은 데이트 시간 좋은

자리에 맞춰서 보려면 한시간 정도는 서서 기다려야 했어요. 그 시간이 또, 낭만이지.

Q : 오늘 리스트 중에 거기서 보셨던 영화는 뭔가요?

최 : 응? 없는데...

Q : ...감독님, 좀 성실히 대답해 주시죠.

최 : 아니, 난 그냥, 극장 물어보길래. 거기서 본걸로 뽑아왔다는 소리는 안 했는데. 극장은 좋았지만

거기서 봤던 영화는 대부분 안 좋았어요. 내가 거기 한참 가던게 고등학교 2학년 근처였는데, 그때

'눈물'이니 '약속'이니 '편지'니 하는 영화들이 주루룩 나오던 때였거든. 알잖아요?

Q : 아, 네. '최루성 멜로'라고 부르던...

최 : 그렇지. 신파같은 설정 가져다가 억지로 쥐어짜는거야. 어이없는 건 또 같이 간 여자애들한테

는 그게 먹혔다는 거지.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말야, 에이썅 돈날렸다 하고 짜증나 죽겠는데, 여자

애가 눈이 뻘개가지고 '슬펐지?'하고 물어보면, 대책없어요.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선 화장실 가서

손에 물 받아설랑 눈에 계속 대고 있는 거예요. 뻘개질 때까지.

Q : 그거 잘 안 뻘개지잖아요.

최 : 응. 그래. 해보셨구먼?

Q : 그럼 어떻게 하셨죠?

최 : 뭘, 알면서 물어봐. 비벼야지.

Q : 뻘개질 때까지?

최 : 그렇지. 그렇게 하고 나가서는 '아, 너무 마려웠었어...'하면서 일부러 딴 데 보는 거라고. 안 운

척하면서.

Q : 영악했군요.

최 : 현명했다고 해 줘요.

Q : 결과는 좋았나요?

최 : 응, 그야 물론...(이 잡지 청소년도 구독하나?)

Q : (네...)

최 : 아, 난 또 바쁜 일이 생겨서. 다음 시간에 이어서 얘기하자고.

Q : ...이맘때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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