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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집에 왔다.

청첩장이 있어야 외출을 끊어줄 수 있다는 경비계 직원의 말에 어제 저녁까지도 닿지 않아 포기하고

있다가 퇴근시간인 여섯시에야 도착한 청첩장을 들고 겨우겨우 면회외출을 끊어 집에 왔다. 오늘은

초등학교 동창인 민석의 결혼식이다.


동년배중에는 결혼한 사람이 꽤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만난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승학 초등

학교 동창 중에서는 남녀를 통틀어 아는 애들 중에선 제일 먼저 하는 결혼이라 기분이 묘하다. 기껏

이제 70여일 남았다고 좋아하던 차에 약간 침울해진 것도 사실이다. 몇 안 되는 초등학교 동창들끼

리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할 때 칠십여일 남았다고 좋아하다간 얼마나 철딱서니 없다는 얘기를 들을

것인가. 아무튼 축하해 줄 건 축하해 줘야지. 그래도 군인이니까 축의금은 없다. 미안, 민석. 제대

하면 뭐 좋은 거 사줄게.


엄마는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장을 꺼내 놓았다. 입대 전 언젠가 입을 일이 있겠지 하고 엄마와

줄을 서 피에르 가르댕 50% 행사장에서 사 온 정장은 품이 넉넉하던 2년전이 부끄럽게도 주안을 어

슬렁거리는 십대들이 입는 것 마냥 꽉꽉 낀다. 뒤뚱거리며, 내 소년시절에 첫 안녕을 고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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