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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일기

어제는 분주한 하루였다. 집에는 기왕에 컴퓨터가 있었다. 사양이 심히 낮은 기기라, 보다 못한 삼촌

과 사촌형이 한대씩 줘서 두대가 됐는데 기존의 것과 드라이브니 하나포스 카드니 그래픽 카드니 하

는 것들을 모두 바꿔가며 이리저리 끼워보느라고 하루가 다 갔다.


삼촌네 집에 컴퓨터를 들러 다녀오는 길에, 전화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좀 피곤할만큼 내 물

건들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뭘 잘 잃어버리는 편은 아니다. (다만 지갑만은 인연이 없다.)

예전에, 대학교 1학년때에 술먹고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금새 찾았었고, 그 이후로는

같은 문제가 두번 없었던지라 좀 놀랐다. 전화를 계속 해봐도 안 받고, 이제 남은 배터리를 위해서

라도 그만 걸어야겠다 싶은 때쯤에는 통화중이어서 더더욱 놀랐다. 결국에는 여차저차 연락이

되어서 저녁에 석바위에서 만나 돌려받기로 되었다.


연락이 올 데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던 모양인지 약속장소에 삼십분이나 일찍 나갔다. 만나기

로 한 곳인 석바위는 내가 일곱살까지 살던 동네. 주공단지 안을 들어가 휘휘 둘러 보다가 바로 그제

망한 비디오가게의 폐업정리를 보게 되었다. 천원에 세개. 덕분에 딱 만원어치로 비디오 삼십개를

낑낑 들고서는 집으로 왔다.


전화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약속장소가 그곳이 아니었더라면. 약속장소에 삼십분 일찍 가지

않았더라면. 돈이 없는 요즘인데 전화기 찾아준 사람한테 사례하라고 엄마가 준 만원이 없었더라면.

집까지 가는 버스가 바로 앞에 없었더라면.


그것참, 새옹지마는 언제나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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