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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일기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국어국문학과인 내가 주로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곳은 최현배 선생님을 기리

며 그 이름을 지은 '외솔관'과 정인보 선생님을 기리는 '위당관'. 그 중 외솔관의 컴퓨터실은 돈

없는 신촌하숙생의 오랜 벗이었데, 이번 방학에는 어찌된 탓인지 개방을 하지 않아 근래 일기가

뜸한 원인이 되고 있다.


뭐, 다다음주면 개학이니. 8월도 다 갔고. 9월은 공연준비로 정신 없을 터이니 눈깜짝하면 4/4분기.

참, 덧없다. 덧없어. 어제는 02학번 후배가 03학번 후배에게 '금방이란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휴대폰을 바꿀 때에 꼭 신청을 해야 한대서 들어 두었던 프리홀리데이라는 요금제. 한달에 만오천

원을 내면 휴일에 마음껏 전화를 쓸 수 있는 새 요금제라는데, 신청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고 그걸

신청해야 단말기 값이 조금이나마 싸진다길래 했던 것이다. 한달이 지나고 나서 해지하면 된다는

말을 그만 잊고 사는 바람에, 두달 연체미납 전화비가 팔만원이나 나와 버렸다. 보통 2-3만원의

휴대전화비를 내니까, 딱 두달치로 삼만원이 더 붙은 것이다. 하루 저녁 2차정도 뛰면 나갈 돈이지만,

그래도 어쩐지 쓰지도 않은 데에 돈을 내자니 안타까운 마음에 입술을 꾹 다물게 된다. 덕분에 파마

는 다시 고려대상.


새로 과외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가고도 한달에 사십오만원. 돈벌기가 이렇게

쉬워서야, 어쩐지 경각심까지 들지만. 과외나 학원강의를 하면 돈벌기가 쉬워져서 다른 직장을 도무

지 고려할 수가 없다는 형들의 말도 있고 하여 돈은 딱 쓸만큼만 벌자는 것이 올해 들어서의 다짐

이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 나갈 곳이 생겨 부득이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

만, 여하튼 되더라도 유쾌한 마음으로 맡지는 못 할 것 같다.


열흘이나 길렀던 수염은 같이 사는 친구가 이틀 정도 내버려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자라는 것이 짜증

나 잘라 내어 버렸다. 열에 아홉은 이방, 개중 아직 나에게 외교적 언어를 써야 하는 이들이 가끔

조조라고 평했다. 그것 참.


과외를 하기 위해 내려온 인천집, 비가 그야말로 억수같이 온다. 천둥번개도 번쩍번쩍. 마음놓고

오락도 못 하겠다.


사진은 학관 앞, 4월. 지희와 빛나. 요새 너무 사진이 없는 것 같아서 뜬금없지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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