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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오수, 갠지스 강 위






아이들은 '리투아니아'와 소정이가 써 온 '로미오와 줄리엣' 창작극 사이에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

간단한 뒷풀이를 갖고 얼근하게 취한 채 고대 앞으로 가는 163번 버스를 탔다. nds에 새 노래들을 채

워 넣은 차였다. 이영훈 아저씨의 별세 소식에, 새삼 문세 아저씨의 옛 노래들을 들었다. 버스는 청

계천을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질리지도 않고 물길을 한참 쳐다 보았다.


홍기의 방에는 이미 승호와 기상이가 와 있었다. 병역특례인 홍기와 보건소에 선생님으로 갈 의사

둘, 가문의 힘을 여실히 보여 준 공익 상원과 카튜샤에 떨어지고도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결국 의경

간 나와 달리 기상은 현역 육군으로 스물여덟에야 늦은 제대를 했다. 축하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시덥잖은 한담을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일찍 일어났지만 어차피 토요일이라 다들 별 일이 없었다. 지난 개그프로그램들을 다운받아 함께 보

고, 큰 소득이 없었던 홍기의 가구배치 이동을 돕고 나서도 일어나기가 아쉬워 입맛을 다시다가 승

호의 제안으로 탁구장에 갔다. 모두 함께 구월 탁구장에 드나들던 것은 어느덧 십수년 전의 일이다.


오랜만의 탁구는 재미있었다. 함께 탁구를 배운 처지라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 실력이 여전한 홍기

와 승호가 팀장을 하고 나와 기상이가 낑겨 복식경기를 했다. 남들 보면 한심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땀흘려가며 꺅꺅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녔다. 펜홀더를 잡은 채로는 그저 구멍일 뿐이지만

셰이크핸드의 남기상은 달랐다. 홍기는 여전히 야비한 구질을 녹슬지 않고 구비하고 있었으며 승호

의 공도 날카로웠다. 듀스가 거듭되는 즐거운 경기였다.


집으로 돌아와 무한도전을 보았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어쨌든 집밖에서 군생활을 한 대한민

국의 놈팽이인 탓인지 그 놈 공익 가면서 참 요란하게도 군다...라고 생각하며 꾸벅꾸벅 졸았다.

잠시 눈을 떴는데, 다음주부터 방영될 모양인 인도특집의 화면이 잠깐 나왔다. 델리의 오토릭샤와 인

도의 기차 (오, 이젠 인도의 기차마저 그립다!),그리고 갠지스강이 나왔다. 마루 한가운데 우뚝 서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잡고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TV를 끄고 컴퓨터에 저장된 수백장의 인도 사진을

다시 보았다.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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