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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예술가 최연출





팜플렛에 들어갈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잠시 들른 빛나씨의 머플러, 그리고 신각군의 안경을 빌려서

한 컷. 요절한 천재 아티스트의 마지막 사진이라 해도 그대로 믿어 줄만한 물건입니다. 아, 오래간

만에 마음에 드는 놈 하나 나와 줬네요.


인천에 내려오기 위해 신촌을 뜨려는 참에 총애하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평소에도 겁없기로는 둘째

가라면 통곡을 할 분이시지만 머리를 보고 노골적으로 비웃어대는 데에는 정말이지 불끈할 수밖에

없더구면요. 흥, 두고보자구.


인천에 오는 길에, 실은 기분이 좀 별로였습니다. 뭣보다 몸이 좀 좋지 않았던 데다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공연의 서브 캐스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어서 연출로서 죽을 맛이었던 것도 있고.

난 좀 농땡이 과외거든요. 애 문제 시켜 놓고는 독서를 열심히 하는 편인데 (심지어 신문과 만화책

도 읽지요.), 그런 과외조차도 오늘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 버렸습니다. 덕분에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 놓았다는 가을 코트도 본척만척. 심술쟁이가 되었지요.


그러던 것이, 사람이란 물건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과외시간에 읽기 위해 꺼내 들었던 책에서

고이 숨겨 두었던 비상금 십만원을 띡 발견했을 때부터 기분이 업되기 시작하더니, 혹시나 싶어 뒤져

본, 그책과 같이 샀던 몇권의 책들에서 이사람 저사람에게서 받은 편지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좋은

기분으로 나간 시원한 날씨의 쇼핑에서 엄마가 장난감을 사 줬지요. 대박 이쁜 자동차인데, 카메라

가 없어 찍어 올리지 못 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연극의 막판에는 항상 찾아오는 심마(心魔), '연극은 왜 하지?'라는 질문에 적어도 하나의 답이 확

실히 떠오른 것도 오늘의 한 즐거운 일이었다 할 수 있을 거예요.


나쁘지 않은, 나쁘지 않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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