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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연출을 할거라면






12월 중순에 학교 밖에서 연극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 '꿈의 연극' 연출을 했던 재엽이형의 '아홉개

의 모래시계'가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뽑혀 넥스트 웨이브라는 연극제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소식을 듣고 그 팀에 참여하고 싶었더랬지만 이미 시작된 팀이 있었고, 나도

내가 쓴 작품으로 연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여 부탁하지 않았던 것인데. 프린지 페스티벌

당시 조연을 맡았던 한 배우가 군대를 가는 바람에 넥스트 웨이브 공연에 대신 들어가게 된 것이

다. 그렇다. 땜빵이다. 굳이 리플 달지 마시라.  


올 한 해는 온통 극작과 연출만 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1년만에 꺼내 들은 연기는 칭찬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힘들기도 힘들거니와, 아, 이제 난 조감도와 충관도 중간 쯤 서 있을 수 있겠다

하고 자신만만해 하던 것이 와장창 깨졌다.


저 사진처럼, 배우들 연기 시켜 놓고 폼 잡고 앉아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 생각하던 그 때. 다시 돌아

갔으면. 딱 한 번만 더 연출이 하고 싶다. 몇 번 더면 더 좋고.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 어느 순간 생각

도 못 했던 배우들에 의해 툭 튀어 나왔을 때의 그 희열은, 마약은 못 해 봤으니 비교 못 하겠고, 가히

오르가즘에 가깝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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