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 대원들은 어느새 러닝셔츠에 땀소금이 생긴다고 불평하고, 동남아로 가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단순히 공항을 찾는 사람들의 옷가지도 짧아져 가는 것을 보며 하루 중 열댓시간을 창문 하나 없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나는 조금이나마 여름을 느낀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한달쯤 마무리한 뒤
지긋지긋했던 군생활이 끝난다. 뭘 할지, 어떻게 할지, 언제쯤 할지 차례차례 정리해 놓지 않으면
그 놈 군대 가서 사람 된 줄 알았더니 제대하고 똑같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만 같다.
아주 오래 전에 이 일기장에도 몇 번 끄적였던 '고백' 두 권을 샀다. 두근두근. 드디어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인가. 처음 읽었을 때 만큼의 쇼크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그제 밤에 달리기를 하러 간다고 뻥치고 부대 밖으로 멀리 나와 교토의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 밖에 나가면 다 고생이지 뭘. 사랑해요.
또 한 번의 여름이 지나가는구나. 그 밤의 바람처럼, 휘잉- 하고 시원스레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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