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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신설동 통신

여기는 신설동. 요새 부쩍 자주 찾게 되는 고대 앞 홍기의 원룸이다. 수업 끝나고 신촌에서 숄랑 163

번을 타니 갈아탈 일 없이 40분만에 도착.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종로와 천변의 풍경은 과외의 소득

이다. 두시부터 웹서핑이니 방정리니 레포트 작성이니 발표 준비니 (인천에서라면 단 하나도 제대

로 못 했을 것을!) 부산을 떨었는데도 고작 일곱시. 서울에서의 삶이란 과연 쾌적한 것이로구나.


집주인은 열한시나 넘어야 들어온다고 하고. 남의 집 문단속하고 밥 먹으러 나선다. 오는 길에 이천

팔백원짜리 선지국밥 식당을 봐 놓은 터. 타박타박 걸어가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본

다. 피자 라지 한 판이 오천원, 닭 한 마리는 육천원. 복있으라 고대여. 뜨끈한 국물로 몸까지 덥힌

뒤 고대 앞을 산책한다. 친척들이나 지인이 사는 새 장소에 가도 항상 바로 목적지로 향하지 않고

주변을 휘 둘러 보는 것을 즐겨오던 바. 게다가 장소는 적진의 한가운데.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지나

가는 고대생들을 흘깃흘깃 쳐다본다. 고대여학생들은, 참 수수하고 순박한 멋이 있고나. (연대여학

생들이 허영가득하고 천박한 멋을 지녔다는 것은 아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동네 한 바퀴 하

고 들어와 녹차를 한 잔 끓여다 놓아도 이제 겨우 여덟시 사십분. 두어시간 전에 했던 메일정리를

다시 하고 이제 공부까지 한다.


마침 음악은 칸노 요코. '영화문학론' 수업의 기말 레포트 소재로 쓰려 영화 '우아한 세계'를 조사하

다가 음악감독이 칸노 요코임을 알고 대경실색하여 금세 다운 받은 곡. 역시 칸노 요코다. 신설동

에서의 하루가 잘도 간다. 저는 연대생, 고대 앞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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