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7

수강신청

학부에서의 마지막 수강신청이 끝났다. 원하는 과목을 다 넣고 나서도 고민하다가 다른 과목으로 바

꿀 정도였으니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과목 당 남은 좌석수가 대부분 0이었던

것으로 보아 경쟁이 적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클릭하는 운때가 좋았던 모양. 지난 학기도 그렇고

이번 학기도 그렇고, 4학년의 수강신청이 이렇게 힘들다니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싫어 졸업을 늦

추고 있다는 것은 괜한 소리가 아닌 것 같다.


지난학기로 전공이수학점을 모두 수료해 놓았기에 이것저것 다른 수업들을 들어 봐도 좋았겠지만,

결국 국어국문으로 다섯개를 채우고 말았다. 딱히 다섯개의 수업 모두가 마음에 와 닿아서는 아니고,

다른 전공이나 교양과목에 별달리 끌리는 것이 없었던 것이나 교내에서의 동선을 줄이려는 것 등

이런저런 이유 탓에 그렇게 됐다. 지난 학기 연계전공인 영상예술학에서 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지수씨와 경은씨를 만나 크게 즐거웠던 것을 떠올려 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 또 만나기

가 어디 쉬운 일이랴 하고 생각하며 신 포도 셈 치고 넘어간다.


아직도 수업이 다섯개, 학기가 하나 남아 있으니 다 끝나고 생각해 봐도 늦지 않겠지만 마지막 성

적표에 들어가게 될 과목 이름까지 모두 정하고 나니 새삼 나는 무엇을 배웠던가, 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 신입생 시절로부터 조금씩 쌓아와서 적어도 한두걸음이나마 나아갔다고 여길 수 있는 지금의

지식으로도 진심으로 부끄러운데, 그때의 나는 무얼 그리 아는 것이 많다고 말이 많았을까. 점점 말

이 줄어드는 것은 말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얕은 속과 일천한 지식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서이다.


이십대 초반의 두 멘토 중 한 분이셨던 (특히 주색잡기에서) 97 손원배 옹은 내가 입학하던 첫 날, 아

침해가 뜰 때까지 술잔을 채워 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공한 대학생활이란 한명의 교수, 세명의 선배, 다섯명의 동기, 열명의 후배, 그리고 백권의 책이다.


한숨만 나온다.

'일기장 > 20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흑흑  (2) 2007.08.19
8월 19일 일요일  (0) 2007.08.19
근황  (0) 2007.08.15
연암 박지원, <伯姉贈貞夫人朴氏墓誌銘 (백자증정부인박씨묘지명)>  (3) 2007.08.12
손가락이 부러졌다  (1) 2007.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