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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선물입니다





의외로, 사물과 인물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이미지로 판단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어떤 물건

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야, 이건 원준이스러운데. 사다 줘야겠다.'나, '상황이 지희스러운데. 어

떻게 대처한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예시입니다. 예시. 복군, 괜한 기대를 하면 곤란

해요. 그러나 지희스러운 상황은 실제로도 자주 접하는 예이긴 하지요.)


뭐, 많은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그러한 이미지들이 어떤 것이냐, 라고 물어 오시면 적당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부족한 것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러한 이미지들에는 그 사람과 같이 먹었던

맛있는 술의 이미지도 들어가 있을테고, 혹은 같이 나눈 이야기에서 받았던 인상도 들어가 있을

테고, (실제 사례입니다만) 얼굴에 주근깨가 많아 귤느낌인 사람도 있고, 자주 쓰는 향수의 느낌일

수도 있고. 여하튼 복잡한 누층의 이미지들이 비빔밥처럼 하나로 뭉뚱그려져 '누구같다'라는 심상을

만들어 내게 되지요. 여러분도 그런 부분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갑자기 생뚱맞습니다만(저 단어는 희경스럽지요.) 전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광입니다.

(크리스마스 때의 상술이나 상업적인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분위기를 싫어하

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와 같은 대부분의 생각없는 소비자들은 그저 즐거운 한 때일거라고 생각

합니다. 빼빼로 데이도 재미있기만 하던걸요 뭘. )

중요한 것은, 그저 좋아하기만 하는 정도를 '광'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제 크리스마스는 항상 한달여 전부터 시작됩니다. 카드 보낼 사람들 명단을 뽑아보고 지난해 명단과

비교해 없어진 사람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해 보고, 새로 등장한 사람과 그 1년간 어떤 일이 있었

는가를 혼자 생각해 보고, 여러 모로 스스로에게 의미와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음악들을 들으며

혼자 분위기에 심취해 보기도 하고.


이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부터(얻으면서부터) 생긴 취미인 인터넷에서 이미지컷 모으기, 나만의 크리

스마스 시즌을 맞아 웹서핑에 신이 났습니다. 야후에서 검색해 보니 800여장의 크리스마스 관련 사진

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건진 것은 8장 정도뿐이었습니다.


이제 생뚱맞은 이야기를 앞이야기와 연결지어보자면. 만나게 되는 사물이나 사진등이 모두 '누구스

럽다'라는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는 퍼센트의 문제인데, 50%정도가 넘어갈

즈음만 되어도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이고, 3/4이상이라면, 이것은 그 사람 말고는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크리스마스 사진들을 찾아 다니다가

'엇! 나비씨다! 이건 나비씨 거다!'

라고 생각이 퍼뜩 드는 사진을 찾아, 나비씨 홈에도 올려 보려 하고 메일로 보내 보려고도 해 봤지

만, 피희경씨는 식은 죽 먹은 듯이 하는 홈페이지에 사진 링크하기는 때려죽여도 못 할만큼 어려워

보이고, 메일주소는 도무지 알 길이 없어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곁다리로 들

여 일기 형식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나비씨,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언젠가 나는 저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보고

싶어요. 드래곤볼의 손오공 눈을 따라 그리던 소년의 치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 한 유치한

생각이지만, 예술의 본질이란 실은 그런 것에도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이 이르지만, 전 벌써 카드 리스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대들 해 주세요. 야아, 지겨울 법도 한

데, 1년에 한 시즌만 들어서 그런지 머라이어의 캐롤송들은 올해도 멋져 줍니다. 도대체 몇 번을

듣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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