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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새벽. 외솔관 연구실. 근황

열흘이나 일기를 안 쓰고도 살 수 있다니 놀랍다. 숙제와 공부를 핑계로 어지간히 게으른 한 때이다.

한지훈의 본가가 간석동으로 이사를 와 부평 사는 효중이와 함께 구월동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소주는 십년째 쓰지만, 사람이 섞이고 추억이 섞이면 그나마 마실만 하다. 아무튼 이젠 한지훈도 준

인천시민. 말하는 꼴로 봐서는 정식 시민 되기 백년 남았다.


일들이 계속 있었다. 할머니가 병원을 두 차례나 옮기고, 할머니가 쓰러진 뒤로 함께 살던 삼촌이

집을 얻어 나가고, 새로 얻은 그 집에 보일러가 고장나고, 새로 산 컴퓨터는 불량화소, 교환해 달라

고 했더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핑퐁, 겨우 해결했더니 이번엔 유통업체와 택배업체가 핑퐁. 요샌

정겨운 대화보다 따박따박 따지는 말을 훨씬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나마 얻은 몹쓸 교훈은, 고성과

협박 앞에 장사 없다는 것. 뭔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다닌다는 말만 해도

일은 훨씬 빨라진다. '선생님께서'보다 '당신이'로 말을 시작했다면 더 볼 것도 없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하고 있던 프로그램인 '백지연의 끝장토론' 첫 회를 시청했는데, 무척 실망스러

웠다. 진중권씨에 노회찬씨까지 포진된 호화 패널인데도 토론의 질은 무척이나 떨어졌다. 토론과

말싸움을 구분하지 못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 하거나 혹은 감정적으로 한 편에 편승

하는 백지연은 사회자로서 실력미달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첫 회니까 그렇겠지, 하고 백분

토론과는 또 다른 토론문화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오늘은 밤을 새우느라 보지 못 했지만, 근래 가

장 '즐겁게' 시청하는 토론프로는 MBC '명랑히어로'이다. 주목되는 바가 있다.


촛불집회는 마침내 72시간 연속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조선일보는 뜬금없이 며칠째 1면에 과대포장

줄이기 운동 기사를 싣고 있다.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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