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7

상원의 애인을 만나다

점심 무렵부터 시작한 과외를 저녁 나절에야 모두 끝내고 인천으로 내려올 차비를 하던 중에 상원에

게서 문자가 왔다. 5박 6일의 휴가 중인 상병 말호봉 남팬더와 홍기, 그리고 상원의 애인과 함께 신

림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오라는 내용이었다. 근래 과외비를 받아 목돈은 아니지만 적어도 반가운 사

람들 만나는 약속을 일부러 피하지는 않게 된 터라 흔쾌히 가마고 했다. 만날 장소인 신림이 과외

하는 집에서 썩 멀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기상의 휴가에 맞춰 다 같이 얼굴 본 것이 며칠 되지 않은 일인데도 만나니 반가웠다. 스물다섯 넘어

서는 서로 군대나 학업이나 치이는 바람에 보고 싶은 만큼 못 봐 왔던 것이 사실이다.


애당초 상원은 신림의 명물인 백순대를 먹여 보겠다고 부른 듯 했으나 군인아저씨가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근처에 있는 피자헛으로 들어가게 됐다.


상원의 애인과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상원이 자랑하는 통에 사진은 한차례 본 일이 있고

전화통화도 몇차례 한 일은 있지만 아무튼 처음 만나니 긴장이 됐다.


말은 잘 나오지 않았다. 입으로는 그간에 있었던 상원의 흠을 잡고 우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절주

절 늘어 놓았지만 실은 제일 친한 친구의 애인을 처음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묻고 싶은 일이 무척

많았는데. 쑥스러웠던 탓이다. 나이를 먹으며 잃는 것은 피부만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이 화제에 오르지 않는 꽤 긴 수다들을 상원의 애인은 시종일관 웃으며 모두 잘

들어 주었다. 나는 잘 웃는 사람들을 대체로 좋아하지만, 개중 습관적으로 웃는 사람들은 차라리

안 웃는 사람보다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상원의 애인은 웃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이

구나, 부럽다, 라고 생각했다.

'일기장 > 20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3) 2007.08.25
주희양  (3) 2007.08.23
어흑흑  (2) 2007.08.19
8월 19일 일요일  (0) 2007.08.19
수강신청  (2) 200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