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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사자바위






굴 안에는 갖가지 모양의 석회암들이 있었으나 사진만 주루룩 나열하는 것도 어쩐지 지겨워질 것 같

고 무엇보다 직접 가 보시길 희망하는 마음에 그다지 감흥은 크지 않았던 사자바위만을 올린다. 특히

나 연인들을 위한 엄청난 자연의 작품이 있으니 꼭 한 번 가 보시길. 뭐, 이 사자바위도 꽤나 흥미

롭게 보긴 했다.


무엇보다 식겁했던 것은 동굴내에 설치해 놓은, 이름도 무시무시한 '지옥의 다리(Bridge of hell)'.

길이 들어서기 애매한 곳에 설치해 놓은 15-20m의 다리인데, 여러가지로 사람 불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첫번째 문제는 이것이 오십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허공 위에 설치되었다는 것. 두번째 문

제는 그 아래가 훤히 보인다는 것. 세번째 문제는 그 다리가 사람의 보행에 따라 출렁인다는 것이다.

또한 본인을 아시는 분들은 파안대소할 부분인 것이다. 그렇다. 나는 심각한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까닭없이 가슴이 조여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며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렇다. 인정하겠다. 나는 롯데월드가 싫다. 나는 서울랜드가 싫다. 나는 월미랜드가 가장 싫다.

(송도랜드는 참아줄만하다.) 그런데 환선굴에서까지 이러한 시련이라니. 과연 지옥의 다리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공포를 안겨 주었다.


재미나게 휘 한바퀴 돌고 나오는 길, 다시 삼척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러 나온 시간은 네시 오분.

버스는 네시에 떠났고 다음 버스는 여섯시에야 있어 출출한 배도 달래고 시간도 보내기 위해 이주일

식당을 찾았다. 배가 고파서 간 것이지만 밥만으로는 두시간을 채우기 어렵고, 또 그냥 밥만 먹자니

여행 온 것이 아까와 감자전과 손두부, 동동주 작은동이 하나를 시켜먹었다. 사람이 즐거웠는지

이야기가 즐거웠는지 장소가 즐거웠는지 시간은 금방 갔다. 오랜만의 산행 탓에 피곤했던 터라

버스정류장 바로 근처에 숙소를 정하였다. 여행의 마지막 밤에는 꼭 귀신이야기를 해 주리라 마음

먹었는데 어쩐지 내가 더 무서워져 꺼내지 못하였다. 하필 TV에서는 토요 미스테리의 재방송을 해

주어 뒤숭숭한채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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