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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배상면 주가







숙소로 향하는 길에 말로만 듣던 배상면 주가에 들렀다. 이왕에 온 거 재미있게나 놀고 가자, 하고 자

못 힘차게 차에서 내려섰지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 하고 있었다. 서로 썩

가깝다고는 할 수 없는 여남은 명의 사람들이, 고등학교 수련회에서 오듯 이런 박물관에 줄줄이 서

서 얼마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신각이는 '얼음술 축제'라는 행사가 따로이 있길래

일정에 넣었다고 했다. 그냥 숙소에 가는 것보다 무언가 의미를 넣고 싶었다는 그 의도를 어여삐 여

겨 불퉁거리지 말고 배울 게 있으면 배워두고 가자는 마음으로 들어섰는데.


안내원 분의 친절한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잘 형상화된 주조과정도 흥미로웠고, 구성원 모두가 다 같

이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단체활동을 싫어하여 박물관 관람등의

일정에선 항상 밖을 배회하거나 남들 안 보는 곳만 찾아 다니던 나로서는 대단히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박물관을 한바퀴 돌아본 뒤 안내원 분은 작은 바로 우리를 데리고 가 십여종이 넘는 고

급 술들과 술지게미로 만든 각종 안주, 그리고 술을 이용해 만든 상품등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맛

보게 해 주었다. 난생 처음 보는 안주들과 벽을 가득히 채운 고급스러운 술병들, 그리고 잔을 비우기

가 무섭게 새로이 채워지는 각종 풍미의 술들 (개중 복분자는 가히 음료의 패자라 부를 만 했다.)도

흥취를 돋웠지만 헤이 쥬드가 가야금으로 연주되는 가운데 계속해서 잔을 권하는 친절함과 함꼐

잔을 합하는 소리만큼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나올 무렵 모두는 포천을 서방정토라고

부르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안내원 분은 하루 일정이 다 끝났다며 술지게미 안주를 모두 싸 주었고

돈이 모자라 선생님의 선물을 사지 못 해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는 샘플용인 작은 술병을 두개나

싸 주었다.


작은 잔에 7부씩 마셨다고는 해도 쉴 틈 없이 높은 도수의 술들을 계속하여 열댓잔쯤 마신데다 안주

마저 술지게미로 만든 것이었으니, 머리로는 그저 시음한 것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몸은 이미 얼근해

져 있었다. 운전담당이라 술을 먹지 못 한 신각이가 다시 차를 몰고, 좌석에 기대어 노래를 흥얼거

렸다. 목적지는 산정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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