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박재동,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한겨레출판. 2011, 11.)

 

 

 

 

 

 

'시사만화의 대부' 박재동 화백이 생각날 때마다 손에 잡히는 곳에 그린 '손바닥 아트'들을 모은 일기장. 그 중에

 

는 법어와 같은 깨달음을 주는 그림도 있고, 화백 본인이 '찌라시 아트'라고 부르는, 광고지나 영수증의 여백에

 

끄적인, 그야말로 '낙서'도 있다.

 

 

 

불알 친구 중의 불알 친구로부터 휴가를 내고 입원을 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지난 번 다른 불알 친구의 결혼식에

 

서 얼굴을 보았을 때, 요새 몸이 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회사를 쉬면서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아픈 것이었다니.  

 

 

 

고향인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에 다음 날 내려가기로 하고, 무료한 병원 생활에 무엇이 좀 도움이 될까

 

방 안을 둘러보다가 두어 해 전 샀던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로, 박 화백은 머릿말에

 

서 '그냥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마치 손가락 사이로 새 나가는 모래처럼 흘러버리는 느낌이 들어서'였다고 말하

 

였다. 

 

 

 

일상 중의 한 장면을 잡아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하는 것은 어쨌든 시간이 드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귀

 

한 능력이나 한정된 시간을 왜 그런 데 쓰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좀 더 '가치' 있는, 좀 더 '성과' 있는 일에 쓰기

 

에도 모자라지 않느냐는 힐난일 것이다. 박재동 화백의 말을 빌려 답을 하자면.

 

 

 

 

"우리 삶이 특별한 것으로만 이뤄진 건 아니다. 또 원래부터 특별한 것이 있지도 않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정서와 가치가 담겨져 있으면, 그림의 소재나 대상에 상관없이 새로운 특별함과 소중함이 만들어진다." 

 

 

 

 

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화백을 따라 일기를 쓸 것까지는 없더라도, 그간 바쁘게 살아 왔던 친구가 이왕 쉬게

 

된 김에 일기 쓰듯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하릴없이 보내게 된 지금이 오히려 인생 전체

 

로 보면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 김에 오래 갖고 있던 책이지

 

만 이렇게 새로이 독후감도 써 보고.

 

 

 

한 장 한 장마다 사연이나 재미가 있는 그림일기장을, 재미없는 단어를 골라 구질구질하게 설명하는 건 오히려

 

결례가 될 것 같다. 그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여남은 장을 골라 뒤에 덧붙이니, 시덥잖은 내 사정일랑 두 번

 

읽지 마시고, 박 화백의 이야기 보따리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아들 시현을 박 화백은 시뽕이라 부른다 한다. 이 그림은 군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는 아들의 편지에 박 화백이 보낸 답장이다.)

 

 

 

 

 

 

 

 

 

 

 

 

 

 

 

 

 

 

 

 

 

 

 

 

 

 

 

 

 

 

 

 

 

 

 

 

 

 

 

 

 

 

 

 

 

 

 

('시사만화계의 대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박재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택시의 스티커를 달라고 조르고, 결국 구해서는 '굉장한 성

 

과'라고 기뻐하는 이 모습 쪽이 진짜 아닐까?)

 

 

 

 

 

 

 

 

 

 

 

 

 

 

형은 참 멋있는 사람이예요. 52년생이지만, 형은 참 멋있는 사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