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3

바른 생활

근래에, 술은 잘 들어가지만 영 몸은 좋지 않은 것 같아 음주가무를 조금 줄여 볼까 하다가 선현의

가르침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옮겨 적는다.


------------------------------------------------------------------------------------------


성이 이씨인 호기 있는 장군이 있었는데, 병이 매우 위태로워 의원을 청해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왼쪽에는 화장을 한 여인을 앉히고 오른쪽에는 악기를 벌려 놓고, 술과 음식을 그 앞에 벌려 놓았다.

의원이 말하기를,

"병을 치료하려거든 마땅히 이런 것들을 치워야 합니다."

라고 했다. 그러자 장군은,

"내가 조석에 달려 있는 목숨을 연장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 때문인데, 이것을 치운다면 비록

백년을 더 산다 하더라도 나는 싫다."

고 했다. 의원이 웃고 물러가면서 말하기를,

"어쩔 수 없습니다."

라고 했다.

또 한사람이 말하기를,

"마땅히 술과 고기를 끊고, 염불하며 계율을 지키십시오."

라고 하니,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극락으로 왕생합니다."

라고 하자,

"거기에도 잘 익은 돼지 머리와 맑은 삼해주가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알 수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만약 없다면, 비록 극락이라도 나는 가고 싶지 않네. 자네는 더 말하지 말게."

라고 했다.


                                     -  서거정 徐居正 (1420-1488)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骨稽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