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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미랑의 청첩장

미랑의 청첩장을 받았다. 직접 만나서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눠 주기로 한 날에 하필 몸살이 난 탓에

참석하지 못 했었다. 그래서 미랑이 우편으로 보내 준 것이다.


입대 전에도 나는 여러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을 좋아했지만, 군복무 중에 편지를 보내 온 사

람들의 필적은 역시 잊기 어렵다. 미랑은 생일이나 연말에 선물까지 보내준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나는 미랑이 보내 줬던 선물 상자 중에 양철로 된 쿠키상자를 아직도 갖고 있다. 편지

는 말할 것도 없다. 청첩장에 내 주소와 이름을 적은 필적은 -승학초등학교 서예대회에까지 출품했

던 그녀의 실력에 비하면- 썩 정성을 들인 것은 아니라고 여겨졌지만, 처음 편지를 주고 받았던 것이

무려 십여 년 전인 그 글씨체를 보고 있자니 아무튼 감회가 무상했다.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나, 청첩장이 나왔을 때, 혹은 술을 많이 마시고 전화했을 때 등을 합쳐 도대

체 몇 번을 축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리 축하하고 축복해도 내 지난 청춘에서

미랑이 차고 앉았던 자리의 넓이를 생각해 보면 모자라다고 하기 어렵다. 행복하고 또 행복하길, 진

심으로 바란다. 결혼식은 다음 주의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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