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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며칠

여행 좀 다녀올게. 마침 아는 분이 소개해 주셔서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산속의 절에 갈 수 있게

되었어. 처음이라 폐사는 무서워 못 가겠고, 고시생들 몇 명이 있어서 돈 조금 내면 밥도 주고 불도

때주는 곳이래. 어슬렁어슬렁 산도 좀 걸어 다니고, 짧은 글도 하나 써 오고. 수염도 길러 봐야지.


에스케이텔레콤은 꼼꼼하기도 하지. 두달 요금 안 냈다고 며칠 전부터 하루에 서너통씩 사람을 들볶

네 그려. 요행히 돈이 돌아 입금이 안 되면 끊어버리겠다던 오늘까지 겨우 넣었건만 은행에서만

확인이 되고 접수계에서는 확인이 안 되었다고 되려 짜증이라네. 이게 무슨 고객서비스라고.

확 엘지로 옮겨버릴까보다.  여하튼, 그렇게 확인이 안 되었다니 재수없으면 전화가 끊길지도 몰라.

다시 개통되도록 신청하는 건 대리점으로 가야 할 것인데, 절 밑에 읍정도의 마을은 있다지만 과연

대리점이 있을까는 의문인데. 결국 여행 끝날 때까지 전화가 불통일 수도 있을지 몰라.


몰라. 갔다가 무서워서 '어, 좋은 여행이었다'라고 괜찮은 척하며 후들후들 내일 올라올지, 너무 마음

에 들어서 1월이 다 가도록 장편소설 하나 쓰고 앉아 있을지. 절을 소재로 한 소설을 꼭 하나 쓰고

싶었던 게 있거든.


여하튼, 잘들 있으라구. 요샌 읍단위에도 게임방은 다 있다니 일기는 쓸 수 있을지도 몰라. 그치만

좀 세상이랑 멀리 떨어져 있어 보려고. 재수 없으면 신년인사도 못 할지 몰라서 미리 하고 갈게.


'아마 날 말하는 걸거야'라고 생각하는 모두와 '난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모두까지, 적어도 이 곳에

들려 이름을 남기거나 혹여 이름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나에게 공감해 준 모두에게, 근하신년.

내년에는 하시는 일 다 잘되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그래도 되도록 신년인사는 하도록 할게. 몰라. 내일 일기에 띡 '다녀 왔어. 아, 참 좋았다'그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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