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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떫은 감을 먹듯



으흑. 총연극회 커뮤니티에 뒤늦게 가입했다가 지난 가을 올라갔던 공연 <굿 닥터>에 대한 평을

보았다. 속해 있는 연극과 인생 커뮤니티에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로 삼자라며 공식적

인 입장을 고려해서 적었지만, 에이이이! 딱 맞는 지적 혹은 비평은 고맙다라는 상투적 예의를 잊지

않으려고 기를 써야 할만큼 마음이 상한다. 읽은지 시간이 조금은 지나 이제는 고맙다는 마음도

스물스물 들까말까 하지만, 에에이이! 일단 읽어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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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분들은 이 곳에 잘 들어오지 않으시는지...

팜플렛만 하나 '덜렁' 종극실에 들어왔더군요

포스터 이쁘던데 좀 주고 가시지-_-



2일부터 3일까지 모처럼 거나하게 엠티를 하고 온 관계로 가볍게 새내기들과 단체관람했습니다

이번에도 공대극회 분들과 만났구요^^

장민철 님께서 친히 인사를 건네주셔서 반가웠습니다

(근데 기숙사 사세요? 방금 본 것 같은 기분이...;)

공대극회의 쥬르댕과 장정은 항상 뵙는 것 같더군요

알고 있다는 사실이 괜시리 반갑다는^^



01학번을 주축으로 준비하신다는 소식을 미리 접했고

팜플렛을 주욱 읽어보다가...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극 애들한테도 가볍게 관람하자고 했었구요



민철 님으로부터 러닝 타임이 3시간이라는 비보;를 전해들었을 때의 기분과 달리

그럭저럭 재미있게 2시간 반을 즐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자체와 별개로 쓴 소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군요




그러나 먼저 단소리^^



세 개의 해트모자에서 단역으로 가리웠던 몇몇 캐스팅들이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콧수염을 기른 마담으로 기억되어 온 류왕수 님의 호연도 인상깊었고

뭐, 최대호 님이야 대머리 여가수의 소방대원부터 주시(?)하고 있었고

아무튼 자신에게 잘 맞는 역을 맡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곳곳에 틀을 깨는... 으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가의 바지 지퍼로 손내밀기-_-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_-b

(왜 저질 최대호라고 했는지도 알 것 같군요;)



아, 피터의 등장 역시-_-b




바로 쓴소리;;;;



제 戀人이 01학번이라 연인 분들을 낮게 볼 여지도 있다는 점은 미리 사과를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좀 아니다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소리가 적지만 공연은 분명 좋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연 내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다시 안그러면 그만이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라면 고질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욕먹을 각오로 좀 쎄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공연에 대한 지적이라면

왜 분장을 안하셨나요-_-



이 '분장' 이라는 것이 굿닥터 작품 내에서는 미묘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1인 다역이 아니라면 물론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최소한 한 에피소드 안에서의 나이 구분은 있어야 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예를 들면 작가나 장관의 나이 설정이라든가

톨스토이에 비견되기에는 작가가 너무 젊어버리지 않습니까-_-

(천재 작가 체홉이라... 음)

장관 역시도 주름살 하나 없는 팽팽한 피부에 검은 머리-_-



그리고 조명

오퍼를 '이번에도' 이준걸 님이 맡으셨던데, 정말인가요?

이미 여러번 조명을 맡으신 분 답지않게 실수가 너무 많던데;

그리고 일단 조명이 떨어지는 자리와 캐스팅의 위치 선정이 어긋났죠

무악극장에 일찍 입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명이 머리 위에서 쏘아져 그늘이 생긴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왜 조명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캐릭들

(설마 눈이 부셔서-_-?;)



발성에 대해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다른 작가님은 발성이 좋더라.. 고 하셨지만 전 다릅니다

관객들의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굿닥터가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관객들이 웃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치대극회나 공대극회의 여학우 몇 분이 구강구조의 문제로 발음이 먹혔던 것처럼

연인 역시 새내기 몇 분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더군요

그러나 비단 구강구조적인 결함을 떠나서라도

기본적으로 나오는 성량이 작다면 캐스팅으로서는 문제가 좀 있겠지요



이에 대한 언급을 더 깊이 한다면,

공연 준비 과정에서 보이는 '기본'이 연인에서는 매우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인드의 공유가 얼마나 이루어졌었는지 궁금합니다



최대호 님께서 치대극회에 올린 글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함부로 엿보는 것에도 문제는 있습니다만;;;;)

'굿닥터 올리는데 무슨 완성도냐'고 하셨는데...



일전에 연세춘추에 실린 기사에 대해 연인에서 항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자신들은 작품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 것인데

연세춘추에서는 적당히 만만하고 쉬운 작품인 것처럼 기사를 썼다는 요지의 것이었지요



개인적으로 그러한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았을지라도

타 극회에서 연출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이러쿵저러쿵 말을 흘리는 것은 분명 실수입니다

스스로 내적인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최대호 님의 글을 본 후 극을 보며 연출을 욕할지 배우를 욕할지 고민했단 말입니다-_-;



최대호 님의 작품소개도 매우 직설적이어서 할말이 많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힘이 쭉 빠지는군요

하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라도 말을 가려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연출을 맡으셨던 김진섭 님에 대해서도 철퇴를 한번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공연에 대한 것보다는 표현에 대한 부분입니다

연출의 글 서두에 아직은 이르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려 하셨던 것 같지만

"3학년 때나 한 번쯤 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 이건 너무 아닙니다-_-

죄송하지만, 이런 말실수를 하시고도 공연은 용케 올리셨군요

연출이라는 자리가, 나이를 먹으면 그만한 자격이 주어질 수 있는 자리일까요





스스로 글을 쓰는 가운데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왜 이 시간에 안 자고 이 난리를 떨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이번 연인에게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었음은 잘은 아니지만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몸이 편찮으셨다고 듣기도 했구요

게다가 물갈이로 인해 선배들이 일선에서 물러난(것으로 알고 있는데;) 것도 한 어려움일 거구요



오히려 그렇기에 제가 더 그런저런 말씀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소한 것들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이런 때일수록 더욱 배워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희는 그러지 못했었거든요



어느 극회든, 후진 양성에 대한 고민은 다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장 여기 총연도 마찬가지겠구요

선배들의 욕심과 후배들의 의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그러한 고민들이 실체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인 자체적으로는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1회 공연을 본 선배님들은 좋은 평가를 남기신 것 같더군요

(아아 소영님;)

그러나 최대호 님의 글은 과연? 이라는 의문점을 남겼구요

그리고 다른 극회들에게는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가? 란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하신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관람후기보다는 졸업을 앞둔 신학생의 잔소리가 되어버렸군요

그만큼 연인의 발전 가능성을 나몰라라 해버리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선배들의 눈물어린 사랑도 좋지만

발전을 위해서라면... 내부적인 싸움과 외부의 쓴소리에 열려있어야... 음



결국, 개인적인 글로 흘러버렸군요-_-;;;;

어찌 되었든간에 종극 새내기들은 잘 보고 많이 배웠다고 하더군요

Nice 굿닥터! 마지막까지 대박 놓지 마시고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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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 쓰도다.  동봉하는 사진은 극회내의 후배로부터 백일섭과 닮았다는 말을 들은(우핫) 상원과

그의 친구 경연. 공연 보러 와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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