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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두통

아침 여덟시다. 지난밤 술을 마셔서 아직 머리가 아플 시간인데, 뒤집어진 생체시계 때문에 새벽

여섯시부터 일어나 머리를 붙잡고 끙끙대고 있다. 스무살 무렵엔 두병정도까지는 아무리 일찍 일어

나도 머리가 아프진 않았는데. 점점 더 이리 된다면 아마도 서른 즈음에는 병수를 맥주로 셀지도

모를 일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제대를 했단다. 알아 보니 한명은 두달전에 제대했고, 한명은 6월 중순이 제대라

고 했다. 둘이 결혼했다는 소문도 들은 적이 있는 단짝 커플인데 다행히 아직 제대하지 않은 한명도

말년휴가를 나와 있는 덕에 셋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 마시게 된 것이다.


학교가 지독하게도 재미없었고 학을 떼도록 선생들이 싫었던 탓에 우리끼리라도 재미있게 놀아야

했던 그 시절이었다. 학익고 2기는. 예전처럼 다시 우리끼리 그 이야기들을 하며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학익고 2기이며 예전과 달리 스물넷이기도 했다. 진지하기 이를데 없

지만 아직 무엇하나 결정지을수는 없는,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하는 조그만 희망도 눈을 돌려도 끝도

없이 펼쳐져 있어 어쩔 수 없이 직시해야만 하는  -내가 초래하지 않은- 불행까지도 모두 싸안아야

하는, 인천출신 파란만장한 인생의 막간에. 다음 막은 아마도 재미 무지하게 없겠지, 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 즐겁지 못한 막간.


아무튼 토익인 지댕, 말년 암호병장 에로, 사회복귀 축하한다. 이제 너희도 자랑스런 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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