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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도환 형의 고양이






여전히 새끼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데리고 왔을 때에는 제 몸도 못 가눠서 웍, 하고 놀래키면 도망

가다 자빠지곤 했었는데 고작 보름만에 제법 고양이 태가 배었다. 장난삼아 무척 높은 곳에 올려 두

면 중간에 발디딜 곳을 찾아 펄쩍펄쩍 뛰어내리기도 하고, 장난을 치다가 질 것 같으면 발톱을 세우

기도 하는 등 얄미워질 태세를 본격적으로 갖추는 중이다.


추석 연휴에 잠시 도환 형의 집을 찾아 놀던 중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아 책장의 4단 쯤에 올려두고는

오락에 몰두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책장 앞에 앉아있던 내 목덜미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정말

앗, 하고 깜짝 놀랐다. 철렁한 가슴도 가슴이지만 저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모

양인지 발톱을 잔뜩 세우고 있었던 터라 목덜미에 생채기가 났다. 화가 나서 꼬리를 잡아 집어던져

버렸는데, 더 놀자고 하는 것으로 알았는지 왁 하고 덤벼드는 바람에 팔목에도 생채기가 났다. 내가

졌다는 표시로 가만히 누워 손가락만 놀리며 오락을 계속 하자, 고양이는 의기양양하게 내 배 위로

올라와 항문을 얼굴 족으로 향하게 엎드려서는 자기 시작했다. 나는 역시 고양이는 별로다, 라고 생

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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