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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도원결의



자판치는 법을 어디서 정식으로 배운 일이 없어서, 종종 헛치곤 합니다. 오늘도 저 '도원결의'를

쓰는데 헛나가는 바람에 도우너결의를 써 버렸지요. 둘리랑 또치랑 셋이서 깐따삐야 별로 가자는

결의일까요.


명절이나, 긴 휴일에는 기억할만한 하나 둘의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연휴에는 계속해서

들었던 박정현의 '꿈에'와 Fly to the sky의 'Condition of my heart'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외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후배가 빌려준 Play Station2로 즐겼던 '진 삼국무쌍'!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나와서 베고 때려 부수는 오락인데, 삼국지의 열혈 매니아답게 꺄악꺄악 소리

를 질러가며 즐겨 보았습니다. 이미지컷은 '도원결의'. 삼국지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다 아시죠?

만인부당의 용장 관우와 장비가 인생을 망치는 첫 순간이잖습니까.


삼국지. 아, 삼국지. 한 번 등장만 하면 초절한 무예를 선보이며 전국의 무장으로 화려하게 데뷔하

는 수많은 사나이들의 땀나는 얘기. 중학교 3년을 온통 지배한 책이었습니다. 그 이후 3년동안은

'대망'에 매달려 살았습니다만, 대망은 뭐랄까, 삼국지에 비해서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안다는 사람들도 대개 무협지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민망해 주위사람들과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근래에 정몽준씨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애독서를 공개했는데 그 중에 대망이 있어 이 사람을 찍

을까하고 잠시 고민한 적이 있었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삼국지는 주위의 친구들까지도 모두 비슷한 시기에 좋아해서, 무장들의 자를 외워서 시합을

한다든지 하는, 고 맘때쯤의 소년들이 할 법한 놀이중에서는 대단히 지적능력을 필요로 하는 유희

를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유명한 전장에서의 전쟁순서와 병사배치도같은 걸 혼자 그려보면

서 최갈량이라도 된 듯 우쭐해 보기도 하고.


깜짝퀴즈라도 내 볼까요. 삼국지에는 공명이란 자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 명이 등장할까요? 의외로

어려운 문제이지요. 두명을 불렀다면 당신은 삼국지 매니아. 훗, 하고 웃으며 대뜸 세명을 불렀다면

당신은 삼국지 스토커...


연애나 연극처럼, 이것도 제 인생의 한 텀을 장식했던 한 장의 추억입니다.

열혈소년들, 관공이 죽었을 때의 그 눈물을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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