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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나의 운동 일기 (1)

드디어 헬스 3주차의 마지막 날. 이번주에는 본의 아니게 게으름을 피웠지만 빠진 날도 그에 상응하

는 운동량을 갖게 된 탓에 아무튼 얼렁뚱땅 봐주기.


가슴은 이제 하루쯤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얌체같이 사라지지는 않게 되었다. 더불어 평소 운동

에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도대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했길래 여기에 근육이 생기는 거지 하고 자문

하게 만드는 정체불명근들이 몸의 여기저기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보기에 유쾌한 근육들도, 불쾌한

(정말로 있다.) 근육들도 있다. 쓰는 기구들이 늘어감에 따라 그 시작에는 두시간 조금 못 되었던

운동시간이 이제는 두시간 이십분 정도로 늘어났다. 입대를 앞두고 앞으로 운동량이 많으면 많았

지 줄어들 것 같지는 않은 인생의 한 때라 계속 성과가 있을 것 같아 하고는 있지만, 제대하고 나서

도 계속할지는 의문이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왕복시간까지 합치면 하루에 세시간 넘는 시간을

쏟아붓고 있나 그래. 매일같이 생각하는 건 이런거다. 책을 읽고 있으면 땀이 나면서 근육이 생기면

좋겠다, 하고. 그랬더라면 초일류의 근육장사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동네에서는 가오 꽤나

잡으면서 살 정도는 되었을텐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리딩 튜터스로 영어과외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일 것이다.), 북유

럽에서는 근육에 전자극을 줄 수 있는 기기를 발명하여 상용화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원리인 즉슨,

전기가 통하는 패드를 근육을 키우고 싶은 부분에 붙여 놓고 있으면 전기가 통했다 빠졌다 하면서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하여 직접 운동을 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낳게 한다는 것. 언젠가는 패드

만 붙이고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당신도 근육미남이 꿈이 아니게 된다. 운동을 하며 느껴지는 상

쾌함등에는 요만큼의 관심도 없이 오로지 기초체력과 근육만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일찍 태어난 것이 분통 터지는 뉴스이다. 사람은 즐거운 생각을 할 때에 교감

신경이 촉진되어 더욱 많은 근력을 낸다고 한다. 좋아하는 코미디 프로나 만화책을 보면서 전기

자극만 받고 있는다면, 하기도 싫은 걸 러닝에 미친 아줌마들과 대머리에 근육만 만빵인 아저씨들

(이분들은 또 헬스장에서 주는 반팔티같은 건 입지도 않는다. 옷을 따로 가져오는데 대부분 이놈들

아 내 근육 좀 봐라 부럽징 하는 의도가 너무 뻔한 러닝셔츠들이다.) 사이에서 코요태 노래같은 걸

들어가며 하는 헬스보다 적어도 두배 이상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유, 그 얘기로 열 내다보니 또 운동가기 싫어졌다. 어쩌랴, 일단은 그거라도 해야지. 빨간 입술

꽉 깨물고 아령을 올리는 아가씨만 있더라도 나의 운동일기가 조금은 더 즐거워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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