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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온 일가친척이 작당하고 나를 독살하려는 꿈을 꾸었다. 조그만 방, 책상 앞에 의자가 세개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 회전의자를 택해 앉았다. 꿈이어서 그랬겠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명백히 홈즈소설에서의 차용이라고 생각하는, 독침을 뱉는 작은 상자가 책상 위에 있었던 것이다.

마침 회전의자를 타고 뱅글뱅글 돌고 있었던 탓에 독침은 의자의 등을 맞추었다.

나는 이미 침을 맞은 것인양 연기를 하며 방 앞에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죽어가는 이의 특권이랄까, 왜 내가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오로지

분노만으로 그들에게 소리쳤는데, 돌아오는 답변들은 (이 부분에서 꿈이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비밀들이어서 혹독하게 찢긴채로 잠에서 깼다.


의미가 뭘까를 생각하기도 전에,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이정도로 상처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아니라 땀이 식고 있는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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