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0가지의 네덜란드

16. 까만 피터

 

 

신터 클라스와 까만 피터

 

 

 

네덜란드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멀쩡한 사람들이 까만 아프로 가발을 쓰고 입술을 붉게 칠하고 화려한 광대

 

의상을 입고 있으면, 아, 그 때가 왔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더 이상한 건 대부분의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

 

아주 평범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네. 네덜란드 사람들은 까만 피터Zwarte Piets를

 

사랑합니다!

 

 

 

11월과 12월 초가 되면 이 까만 피터의 모습은 정말 네덜란드의 어디에서나 보입니다. 동네 수퍼의 전단지, 포

 

스터, 창에 거는 장식, TV 광고, 포장지, 사탕 껍질 등등에까지. 까맣게 칠한 이 얼굴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서양의 다른 나라에서 온 방문객이나 체류인들은 이 모습을 보면 공포에 질립니다. 그들은 이 모습을 보자마자

 

미국의 블랙페이스Blackface를 떠올리거든요.

 

 

 

 

 

 

블랙페이스Blackface를 통해 흑인으로 분장한 모습

 

블랙페이스는 19세기에 연극 무대에서 사용되었던 분장 용품입니다. 이건 전형적인 인종차별주의와, 미국의

 

노예에 대한 조롱을 전파하였죠. 당연히, 1960년대의 시민인권운동이 연극계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사라졌습

 

니다. 따라서, 오늘날 블랙페이스의 이미지가 보인다면 인종차별주의, 혹은 과거의 프로파간다를 연상시키거

 

나 혹은 오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산타 클로스의 시조 격인 신터 클라스는 터키의 미라 지역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스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여겨지

 

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성 니콜라스는 기아로부터 마을을 구하고, 세 명의 죽은 아이들을 부활시키고, 마을

 

의 가난한 소녀들에게 지참금으로 쓸 수 있는 선물을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까만 피터의 연원은 확실하지 않

 

아요. 어떤 사람들은 산타의 이 유쾌한 조력자들이 까만 이유는 단순히 굴뚝을 통해 선물을 주러 내려갔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스페인 출신이기 때문에 까만 것이라고도 하죠. (네덜란드 사람들이 거의 인정하

 

지 않을 것 같은 한 설은, 까만 피터가 북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온 무어인들을 모델로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어떻게 설명을 하든, 까만 피터의 존재는 매 해 네덜란드 사람과 여행객, 그리고 네덜란드의 이민자 커뮤니티 간

 

의 격렬한 논쟁에 불을 붙입니다. 블랙 피터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통일 뿐이니

 

토론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다문화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구시대의 폭력적인 캐릭터인가. 그건 당신

 

이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의 댓글

 

 

Reggie : 날 종종 놀라게 하는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분간

 

하지 못하는 점이다. '우린 당신에게 모욕이나 상처를 줄 생각이 없었어. 그러니까 모욕받았거나 상처받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

 

한테 문제가 있는 거야'라는 건 세계시민으로서 썩 좋은 태도가 아니다. 피터의 문제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까만 피부만

 

이 아니라 아프로 헤어스타일이나 두껍고 빨간 입술 등은 과장된 인종적 특징이다. 그건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악랄하게 놀려 먹는

 

못된 짓이다. 만약 누군가가 내 인종적 특징을 잡아내어 캐릭터로 만든다면 나는 분명히 모욕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우린 모욕할

 

생각이 없었어"라고 말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나는 나를 모욕할 분명한 고의성이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

 

에 블랙 피터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우리도 블랙 피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주제에 관해 토론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전통은 "모욕할 생각이 없었어"라고만 말하면 어떤 것이든

 

피해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Cootje : 그래, 까만 피터는 까맣지. 그렇지만 전통적인 캐릭터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기도 하다구! 내가 너무 좁은 시야를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가 까만 피터 때문에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정말 이해 못하겠어. 진짜 멋있잖아!

 

 

외국에 살고 있는 네덜란드인 (익명) : 이민자 커뮤니티는 이 전통 때문에 모욕당했다고 여기면 안 돼. 받아들여야 해. 아무도 신터

 

클라스를 축하하라고 강요하지 않아. 네덜란드는 자유 국가이고 다른 나라의 전통들도 다 받아들이고 있어. 그거야말로 점점 더

 

자유가 사라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네덜란드가 절대로 바꾸지 말아야 할 점이야.

 

 

외국에 살고 있는 다른 네덜란드인 (익명) : 나도 윗 사람 의견에 동의해. 그건 우리가 가진 전통이야. 만약에 이민자들이 이것 때문

 

에 모욕감을 느꼈다면,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안 됐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어. 만약에 네덜란드 출신의 금발 소녀가 아랍 국가

 

의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는다면 어떻게 되겠어?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체포되겠지. 그러니까 그 소녀는 그 나라 문화에 대

 

한 존경심 때문이든 아니면 체포되는 게 무서워서든 그런 행동을 안 할 거란 말이야. 네덜란드에는 네덜란드의 전통이 있어. 그러

 

니까 우리가 다른 나라의 전통을 존중하듯이 우리의 전통을 존중하란 말이야!

 

 

Kim : 그걸 축하하고 함께 즐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의 문화라는 점에서 존경은 해 줬으면 좋겠어. 다른 나라에서 흑인

 

이 백인처럼 입고 있는 것이 포함된 축제가 열린다 하더라도, 나는 전혀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거야.

 

 

Eefje : 까만 피터가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몰라. 아마 성 니콜라스가 그냥 흑인 하인들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건

 

인종적인 캐릭터가 아니야. 까만 피터는 흑인처럼 보이지 않는다구.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피터가 까만 건 굴뚝을 내려가다가

 

그을음이 묻어서라고 알고 있어. 미국 사람들이 이걸 인종주의로 몰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그래. 그렇지만 신터 클라스는 더럽

 

히지 마.

 

 

Marijke : 나는 어렸을 때 항상 까만 피터가 되고 싶었어. 그리고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백인' 꼬마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나는 까만 피터의 어디에서 인종차별주의를 보는 것인지 모르겠어! 나는 지금 교사인데, 내 반에는 10명의 아이가

 

있어. 그 중 1명만 부모가 네덜란드 인이고 나머지는 대개 모로코나 터키 출신들이야. 하지만 걔들은 모두! 신터 클라스와 까만

 

피터를 사랑해.

 

 

Arjen : 분명히, 이 댓글들이 보여 주듯이, 너무나 사랑받는 국가적 전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건 우리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어

 

려운 일이야. 그건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 왜냐하면 자기 성찰이야말로 중요한 거니까. 특히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라면 더. 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야.

 

첫째, 우리는 그게 누구한테 상처가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까만 피터는 모두에게 사랑받아! 애들한테는 영웅으로 여겨져. 대부분

 

의 애들은 어릴 때 까만 피터가 되고 싶어 한다구.

 

둘째, 우리는 그냥 그렇게 자라왔다는 것. 이 전통 때문에 너무도 따뜻한 유년기의 추억을 갖고 있다면, 아무도 그걸 바꾸고 싶지

 

않는 거지. 신터클라스는 아이들의 파티야. 가족과 사랑처럼 긍정적인 가치들에 관한 것이지. 그런 전통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아.

 

그건 마치 자기의 유년기와 자기의 부모를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질 거고 (왜냐하면 그걸 바꾼다는 건 부모들이 잘못된 일을 했다

 

고 인정하는 거니까), 내가 어릴 때 가졌던 즐거움을 내 아이들로부터 빼앗는 것처럼 느껴질 거야.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야. 어떻게 느끼느냐의 문제이지.

 

 

Simea : 이건 항상 어려운 주제지! 네덜란드 사람으로서 난 모든 까만 피터를 사랑해! (그렇지만 그 늙고 무서운 아저씨는 항상 무

 

서워.) 하지만 네덜란드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이 전통에 공포스러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사람들이 이 전통을 보

 

면 노예제도에서 우리가 수행했던 특출난 일들이 바로 떠오를 거야. '아파르트헤이트'가 네덜란드 말인 걸 굳이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내 생각엔 나를 포함해 네덜란드 사람들이 신터 클라스와 까만 피트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가려지는 것 같아. 우린 이 전

 

통과 함께 자라났고, 아무도 피해받지 않는 걸 분명히 봤고, 또 그 전통을 사랑하거든. 그건 우리 문화에 너무 깊숙히 뿌리박혀 있

 

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게 정말 어려워.

 

 

Johan : 산타 클로스랑 엘프들은? 그건 인종차별주의 아냐? 뚱뚱한 백인 남자가 엘프족을 부려서 자기 욕구를 채우는 거잖아? 이건

 

되고 신터 클라스랑 까만 피트는 안 된다 이거야? 나한테는 똑같이 보이거든. 그래, 까만 피터가 인종차별주의라 치자. 엘프족을

 

부려먹는 것도 인종차별주의거든. 걔들도 엄격한 의미로는 인종이란 말이야.

 

 

Gerritje : 안녕 난 까만 피터에 대한 이 쓰레기 같은 글들 다 읽었거든. 진지한 일 좀 해 이 사람들아.

 

 

Fee : 넌 너하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게 진지한 일이라고 생각 안 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게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50가지의 네덜란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생일엔 셀프 케잌  (1) 2014.03.17
17. 시럽 와플  (0) 2014.01.29
15. 자연 분만  (0) 2014.01.29
14. 빨간 바지  (0) 2014.01.10
13. 약속 잡기  (0)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