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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근황

한동안 어디도 나다니지 못하다가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된 요 일주일이었다. 있었던 일 위주로 짧게

적는다.


가끔 구독하는 한 잡지의 창간 8주년 행사에 응모해 시가 20만원 상당의 전자사전에 당첨되었다. 노

트북을 살 돈은 안 되고, 옥편을 항상 들고 다닐 수도 없고 하여 난처해하던 차에 전해진 기쁜 소식이

었다. 이런 곳에 의외의 운이 있다. 좀처럼 응모하지 않지만, 했다 하면 당첨.


인도에서 만났던 은영씨와 종로에서 다시 만났다. 언니인 혜영씨는 지방에서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고 해서 차후를 기약했다. 인사동의 골목 술집에서 인도에서의 예전 일들을 이야기하고, 찍어 온

사진을 나누고, 잔비가 나리는 청계천과 종묘를 좀 걸었다. 취하기 바로 직전 정도까지 어정쩡하

게 술을 마셔 인천으로 내려오는 길이 몹시 힘든 하루였다. -내 방 책상의 한가운데에는 대개 그 시

기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책이나 사물들이 놓여져 있는데, 근일 간에는 은영양이 인도 각지에서

사다 준 각종의 기념품들이 어지러이 놓여져 있다.-  


한지훈의 애인인 애현양을 만났다. 지훈이가 크게 아끼는 것 같고, 함께 한 시간도 오래되었고 해서

꼭 한 번 만나 술과 고기를 사야지 마음먹고 있던 차에 생긴 자리였다. 평생 등에 지고 갈 동생이나

형들의 애인이나 신부후보감이라면, 싫거나 좋거나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사람들이다. 그냥 그 나

이 또래의 여자분으로 대할 수도 없고, 너무 대접을 하다 보면 서로 불편해지는 탓에 어려웠던 자리

였지만 애현양이 무척이나 귀여운 사람이라 크게 즐거웠다. 한참 웃었다.


같은 날의 3,4차 쯤에 사내녀석들과 맥주를 마셨다. 수가 많았던 터라 면면을 다 기억하지는 못 하

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후배들과의 즐거운 대화였다. 생각도 바르고, 삶 또한 그에 어울리게 살아가

는 청년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고 반가운 일이다. 그 때라서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지도 모른다. 아무튼 새벽 세 시쯤 털북숭이 원영과 덕산 사우나에서 잤다.


예비군 2년째에 다녀왔다. 대학원생들이 훈련을 받는 날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나이들이 많아 보였고

걸음이 느렸다. 한 분대는 아예 예비역 중위들로 편성되어 있기도 했다. 공과대학원생들과 신과대

학원생들의 분대에 소속되어 혼자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는데, 한 쪽에서는 연예인 얘기나 취업 얘

기를 하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함께 모여 PMP로 찬송가 영상을 보고 있거나 홀로 휴대용 성경을 읽

고 있는 등 아주 상반된 광경 사이에서 지루하게 잘 끝냈다.


첫 휴가를 나온 예비이병 이희승 군을 만났다. 위로고 뭐고 웃음밖에 안 나왔다. 아직 자대배치도

안 받았다니. 고생많다. 무슨 말을 더 해주랴. 지영이의 새 머리는 아주 예쁘다.


게임 라이프의 멘토 윤도환 옹께서 신형 PSP를 구입하며 구형 PSP를 물려 주셨다.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줄 알았던 일. 작년에 MP3를 잃어 버린 뒤부터 쭉  PMP 대용으로 사

용하고 있는 nds는 자체 볼륨이 엄청나게 작은데다 화질 자체도 형편없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생

활에 큰 지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거리를 걸으며 몸이 저절로 들썩거릴 정도로 음악을 흡족하게

들은 것이 도대체 언제의 일인지. 받아 온 PSP에 8기가 대용량 메모리스틱을 장착하여 제대로 된

PMP 대용으로 쓰려는 참이다.



대체로 즐거워 보이는 와중이라도, 삶이 항상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쓰기 싫거나 쓰지 못 하는

걸림돌들이 계속해서 생겨나 온전히 기뻐할 수 있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중심을 잡고,

힘든 일은 힘든 일대로 해서 넘기고, 기쁜 일은 기쁜대로 기뻐하고, 그때그때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

한 힘이, 꼰대같은 결말이지만, 나이를 먹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도 잘은 못 하지만. 무척

이나 많은, 즐거운 일들이 있었던 한 주를 이렇게 대충 잡아 묶어 놓고 다음 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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