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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에 들어 꼭 내 손으로 그려 보고 싶어 따로이 간직했던 그림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 그려낸 뒤

한참이나 쳐다보던 중에, 이렇게나 똑같은 그림이 왜 세상에 또 있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

다. 결국엔, 이쪽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린 것이고 이쪽은 내가 그린 것이라는 차이인데, 그것 참.

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한시간여 가량 그린 그림을 버리고 원래의 그림을 내 스케치북에 꽂아 두었

다. 남들보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 왔지만, 아득바득 가지고 있는 것들도 대부분 이

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버리고 버리면 어느 순간에 얻는다는데, 철학자들이나 하는 소리일까 싶었

던 그 생각이 내게도 오는 것일까. 인도로 가게 되면 깨닫게 될까. 군생활은 어느덧 이백일을 향해

간다. 삼백일쯤 되면 나는 갠지스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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