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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5

구정 특박

이라지만 24시간 특박이기 때문에 나는 내일 아침 여섯시 반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지금도

졸려 죽겠는데. 참, 못 할 짓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근무 서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나와 있는 것이

나은 일이니 입은 그만 내밀고 잘 준비를 하는 것이다.


24시간이니만큼, 꼭 전화를 드려야 하는 분들께만 간단히 전화를 드렸다. 그랬는데도 벌써 열한시가

훌쩍 넘은 시간. 군인은 이미 제정신으로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고작 석달인데, 스물 다섯 먹은 이 능구렁이는 마음 편하게 먹는 법을 대충은 터득한 것 같다.

조용조용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빌면서 주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하다 보면 과연 시간은 공평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밑으로 후임 하나만 들어오면, 나의 군생활은 삐걱삐걱대는 소음을

서서히 줄이고 조용히 그리고 순탄하게 굴러갈 것 같은 예감이다. 언제 들어올지 기약이 없어서 문제

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만큼,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적응한 채로, 최대호 다시 살아 있다.

그간 걱정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고, 아직도 조금 더 수고해 주셔야 할 이수진 챙김

이들에게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어깨나 한번 툭 칠 뿐이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말은 나중에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고.


지금까지는 도무지 여유가 없어 지인들에게 편지 한 장 적어 달라는 부탁조차 하지 못하다가, 누군

가가 주소를 가르쳐 달라는 말에 벼락처럼 생각이 났다. 그렇군. 그렇다. 군생활에 편지 한장이라면

정말 하루이틀 정도는 어지간한 갈굼도 크게 마음 다치지 않고 참을 수 있으니 애정이 있고 시간이

있으신 분이라면 몇자 적어 주시라. 난 군대 간 사람이 편지 써달라는 걸 참 비굴하게 봐 왔던지라

엎드려 애걸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저, 안부나 전해주시라는 거다. 바쁘신 분이 굳이 시간

내서까지 쓰실 필요는 없다.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2581번지 인천국제공항우체국 사서함 7호 인천국제공항경찰대 교통계 이경

최대호.    우편번호는 400-650  


야 이거, 아무리 태연한 척 해도 막상 주소 적으면서 혹시 한통 올까 생각하니 가슴이 뛰는데. 그간

봐 온 거로는 이래봤자 한 통 안 오는데 말이야. 아무튼 적어 놨으니 기대하겠다구.


아, 졸려서 정신 없네. 다음번 외박은 3월 말,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시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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