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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게으른 세시의 김진삽입니다 #5

김 : 이번주에는 연재량이 적네요.

최 : 네,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요.

김 : 그렇군요. 싸움에 말리셨다는 내용이 눈에 띄는데, 정말인가요?

최 : 네. 싸움에 말린 건 5주동안 총 다섯번이었고, 그중에 진짜로 주먹다툼을 한 건 한 번이었어요.

      카주라호로 가는 길에 겪은 이 첫번째 싸움에서는 다행히 인도놈들이 겁을 먹고 물러서서 조용

      히 끝날 수 있었지요.

김 : 체인으로 공격하셨다고 했는데, 무슨 체인인가요?

최 : 인도 현지에서 사는 체인은 얇고 잘 끊어진다고 해서, 한국 철물점에서 가장 굵은 개목걸이를

      사 갔어요.

김 : 굵기는 하지만, 그걸로 어깨를 친다고 사람이 넘어지나요?

최 :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오르차로 가는 길에 보니 가지고 있는 자물쇠 중에 가장 크고 굵은 게

      끝에 매달려 있었어요. 말하자면 추 역할을 한 것이죠. 왜 배가본드라는 만화에도 그런 거
  
      나오잖아요.

김 : 사슬낫의 시시도 바이켄.

최 : 죽고 죽이는 나선에서 나는 내려간다.

김 : 캬-! 명대사였죠.

최 : 네.

김 : 뎅기열에 걸린 청년을 만나셨다구요.

최 : 네. 정말 놀랐어요. 그 이야기를 해 주셨던 누님이 제가 인도에서 만난 첫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정성스레 들었거든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눈 앞에 앉아 있으니 놀랄 수 밖에요.

      게다가 리얼리티가 있는 것이, 제가 출국하기 얼마 전 인터넷에, 델리에 뎅기열이 돌아 유아 백

      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뜬 적이 있었어요. 엄마가 볼까봐 황급히 인터넷 선을 뽑아버렸었지요.

김 : 그러면 그 분도 그 때?

최 : 물어보니 그렇더군요.

김 : 뎅기열은 어떻게 걸리는 건가요?

최 : 모기한테 물리는 겁니다. 고열이 나고 설사와 구토를 하게 되죠. 성인의 경우에는 죽지는 않지만

      몸의 구멍에서 피가 나오기도 하고, 게다가 인도의 의료 시설이 대단히 열악하기 때문에 결코

       좋은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어요.

김 : 정말 돈 사기 당한 건 아무 것도 아니었군요.

최 : 술을 먹고 들어와 잠들기 전에 그 동갑내기 청년의 이야기를 쓰느라 더 적지 못 했지만, 스물여

      덟 났다는 그 형님은 캘커타에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한국인한테 $200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김 : $200이요!

최 :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 이야기도 웃으며 하고, 웃으며 들었어요. 여행의 중반 이후로는 저도 제

      경험담을 웃으면서 들려 주곤 했지만, 첫 주였던 이 때에는 아직 그렇게 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예요. 정말로, 돈은 아무것도 아니구

      나, 하고 말이지요. 더 길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도에는 자이살메르라고, 낙타 사파리로 유

      명한 도시가 있는데, 가이드와 함께 사막으로 나가 며칠 밤을 자고 오기 때문에 여성 여행자에

      게는 그리 안전하지 못 한 경험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거기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한국 여성의

      이야기도 나왔지요.

김 : 강간이라니, 정말 끔찍하군요.

최 : 그렇지요. 제 경우에는, 고작 돈이었지요. 뎅기열에 걸렸다는 그 청년도, 결국에는 다 나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고요. 하지만, 그 여자분은, 그 기억을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동안 안

      고 살아갈까요. 정말, 화가 나고, 가슴 아픈 이야기였어요.

김 : 그렇군요...   ...자, 저희 게으른 세시의 애청자 여러분은 어차피 하루 중 아무때나 낮잠을 주

      무시지만, 그래도 지금이 낮잠 자기 가장 좋은 시간이니 조금 밝은 노래로 분위기를 띄워

      볼까요! 이번 주 빌보드 차트 37위, 오이네스코가 부릅니다. '듬성머리 여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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