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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2

LEGO 21016 숭례문

 

 

 

 

취미를 취미라 하지 못하는 나의 홍길동 레고 생활. 그나마 남들 앞에서 조심스럽게나마 고백할 수 있도록 숨통

 

을 틔워준 것은 주로 유럽의 건물들을 본딴품번호 '10000'번대와, 오늘 소개할 '20000'번대의 명품들이다.

 

 

20000번 대는 일명 'Architecture' 시리즈로, 각국의 건축학적 랜딩마크들을 선정하여 레고의 기본 모양 블록들

 

로, 그것도 되도록 적은 수로 특징을 재현해 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른 레고 제품들 또한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아키텍쳐 시리즈는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도도한 가격표를

 

자랑한다. 일반 레고가 구찌라면 아키텍쳐 시리즈는 샤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올 해 출시되어 한국의 레고 팬들에게 거대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제품번호 21016 숭례문을 선물

 

로 받았다. 이 제품의 가격은 레고의 라인업 가운데에서는 중저가 정도에 해당하는데, 박스의 재질은 플래그쉽

 

모델들에서도 보지 못했던 수준이었다. 내 돈 주고 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내 찜찜하던 마음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조립 설명서'도 다른 제품군들과 차이가 있다. 보통의 조립 설명서들은 종이의 하늘하늘한 질감이나 설명서의

 

중간을 스테이플러로 고정해 놓은 것 등이 미국의 싸구려 만화 잡지를 연상시키는데, 숭례문의 조립 설명서는

 

마치 엽서책처럼 두꺼운 종이와 견고한 제본을 자랑하고 있었다. 표지에는 환생하게 되면 꼭 태어나고 싶은 나

 

라 3위 안에 들어가는 덴마크의 이름이 적혀있다.

 

 

 

 

 

 

 

 

 

 

 

 

앞에서부터 몇 장에 걸쳐, 이와 같이 해당 랜드마크의 풀샷과 제원, 역사적 의의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숭례문의 정보의 열 배 정도를 새로 배웠다.  

 

 

 

 

 

 

 

 

 

 

성인 소비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는 조립 중에도 빛났다. 기단부를 거의 완성해 갈 무렵 설명서의 우측 하단에 갑

 

자기 나타난 그림과 글.

 

 

 

 

 

 

 

 

 

 

허리를 펴며 읽어보니 재미있는 깜짝 상식이.

 

 

As well as controlling commercial access to city, the wall and gateway were also a way of keeping wild Korean tigers from entering the city at night.

  

"상인들의 왕래를 통제하는 것 외에도, 성벽과 성문은 한국의 야생 호랑이들이 밤중에 도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나는 학부 시절 조선의 호랑이에 관한 레포트를 쓰면서 관련된 정보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공부에

 

춰 보면 위의 언급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당장 19세기 말인 고종 때의 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보면, 북악

 

의 윗봉우리에서 세 마리를, 지금의 구기동과 부암동 일대에 해당하는 곳에서 두 마리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고작 백오십 년 전이다.  

 

 

 

 

 

 

 

 

 

 

처마가 올라갈 몸통 부분을 쌓고 나니 또 하나의 상식이. 배워봅시다.

 

 

 

 

 

 

 

 

 

 

A phoenix image, representing the king, was carved into the tiles in the upper eave while the dragon image, representing the queen, was carved into the tiles into the tiles in the lower eaves.

 

 

"왕을 나타내는 봉황의 모습은 위쪽 처마의 기와에 새겨졌고, 왕비를 나타내는 용의 모습은 아래쪽 처마의 기와에 새겨졌습니다."

 

 

 

 

 

 

 

 

 

 

지붕을 올리기 직전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세 번째 상식.

 

 

 

 

 

 

 

 

 

 

sungnyemun has a paljak-shaped roof a roofing style with hip rafters attached to the four corners that gracefully curves in double eaves.

 

 

"숭례문은 팔작(八作) 모양의 지붕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작이란 네 모서리에 추녀가 달리고, 두 개의 처마에 우아한 곡선이 그려지는 지붕 디자인입니다."

 

 

궁금해져서 좀 더 찾아보니, 팔작 지붕에 관한 해설은 좀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완성품을 책장에 올려놓고 찰칵. 내 돈을 강탈해 가줘서 정말 고맙다, 크흑.

 

 

 

 

 

 

 

 

 

 

'Sungnyemun' 프린팅 타일이 나오게 다시 한 번.

 

 

 

 

 

 

 

 

 

 

설명서 뒤쪽에 덧붙은 다른 아키텍쳐 시리즈 제품들. 다른 말로 지출 예정서라고도 한다. 이건 나도 이 설명서를

 

읽다가 알게 된 것인데, 아키텍쳐 시리즈는 다시 '아키텍쳐 시리즈'와 '랜드마크 시리즈'로 나뉘는 모양이었다.

 

위의 사진은 아키텍쳐 시리즈의 제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로비 하우스, 판스워스 하

 

우스, 낙수장. 건축계의 수퍼스타들이다.

 

 

 

 

 

 

 

 

 

 

이어지는 '랜드마크 시리즈'. 윗줄부터 소개하면, 시카고의 윌리스 타워,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시애

 

틀의 스페이스 니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아랫줄은 백악관, 록펠러 플라자, 그리

 

고 브란덴부르그 게이트이다. 설계도만 봐서는 원래 제품의 돈도둑스러움을 잘 알 수 없을 것 같아 제품 사진을

 

덧붙인다.

 

 

 

 

 

 <21003 Seattle Space Needle>

 

 

 

 

 <21005 Fallingwater>

 

 

 

 

 

 

 <21006 White House>

 

 

 

 

 

 <21010 - Robie™ House>

 

 

 

 

 

 

<21013 Big 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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