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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의 네덜란드

8. 커튼 안 달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커튼을 달지 않고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다

 

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네덜란드의 어느 동네든 슥 한바퀴 돌아보세요. 커튼 단 집이 하나도 없이, 안

 

이 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예요. 암스테르담에선 관음증의 욕망이 만땅으로 충족된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옆 집 사람들이 데코를 어떻게 해 놓고 사나 궁금하세요? 유명인과 그 가족들이 저녁에 뭘 먹는지 알고 싶으세

 

요? 네덜란드 사람들이 저녁에는 무슨 TV 프로그램을 보는지 알고 싶으시다구요? 네덜란드 사람들이 사는 아파

 

트의 1층 창문 앞에 가 보세요. 다 알 수 있습니다. 궁금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어떤 사람들은 커튼을 설치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자랑스레 커튼을 걷어올리고는 집 안을 보

 

여주는 재미에 동참합니다. 자기 집 안을 밖에다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어 하고, 누가 들여다보는지 관찰하는 것

 

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네덜란드에서는 당신이 관람하는 쪽인지 관람당하는 쪽인지 헷갈릴 때가 많을 거

 

예요.

 

 

 

이 현상에 관해서는 논의가 많았었죠. 대체로 합의된 바는, 이게 네덜란드 사람들의 칼뱅교적 뿌리에서 왔다는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집의 곳곳을 보여주는 건 숨길 것이 없다는 뜻이죠.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이건 칼뱅교랑은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아요. 해답은 아주 아주 간단해요. '빛'입니다. 네

 

덜란드 사람들은 햇빛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솔직히 말해 1층이나 반지하, 지하실은 어둡고 음습한 던전이나 다

 

를 바 없거든요.

 

 

 

커튼을 열어제치고 빛이 들어오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1년 내내 그야말로 땅 속의 두더쥐처럼

 

지내야 할 거예요. 깜깜한 집에서 깜깜한 밖으로 나가, 깜깜한 직장에 갔다가, 어쩌면 잠깐 칙칙한 카페에 들러

 

서 다시 깜깜한 집으로 돌아오는 거죠. 이러니, 커튼을 치고 사는 건 아주 간단한 생존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어

 

요. 네덜란드 사람들의 영원한 숙제인 비타민 D 결핍을 극복해 보려는 미약한 시도이지요.

 

 

 

 

 

 

 

 

 

 

오늘의 댓글

 

 

Maria : 내 생각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 집이 얼마나 깨끗하고 허젤러흐한지, 자기 집 물

 

건들이 얼마나 반짝반짝하게 닦여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인 것 같아.

 

 

Rightie : 내가 자랄 때엔 밤에 개를 산책시켜야 했었거든. 그 때 재미있는 게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 거실을 보는 거였어. 그런데

 

지난 번에 보니, 사람들이 다 창문에다가 플라스틱 판 같은 걸 부여서 안을 못 보게 해 놓았더라구. 옛날이 그리워.

 

 

Judith : 진짜 맞아! 나는 어떤 커플의 살림을 돕는데, 남자는 스코틀랜드 출신이고 여자는 이스트랜드 출신이야. 이 사람들은 항상

 

커튼을 내리고 셔터까지 닫아둬. 그래서 나는 집에 들어가면 창분부터 열고 황량한 겨울 햇빛을 들어오게 해. 황량한 겨울 햇빛이

 

라도 전기불보다는 나은 것 같아.

 

 

 

Sven : 커튼은 왜 달아? 커튼 달면 빨래도 해야 하고 (특히 아빠가 호피무늬 팬티 입고 돌아다니면서 담배라도 피면 더 그렇지), 뭣

 

보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볼 거리가 없잖아. 그리고 커튼을 안 달면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도 이익이라구. 세금 내서 가

 

로등 달아놨는데 왜 그걸 가로막고 전기세를 또 따로 내? 커튼 다는 건 돈 있는 양반들이나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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