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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7월 30일 (D-58)

<꿈꾸는 책들의 도시> 상, 하권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전집, 그리고 <게드 전기>전집

이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할인판매되고 있다. 꼭 사기로 마음 먹었던 책들과 너무나도 싸서 도저히

사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었던 책들만 골랐는데도 4만원이 넘어간 터라 합계 십만원의 길은 차마

밟지 못 했다. 시간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돈이 없다니. 좋지 않다. 명절마다 도서상품권

을 보내 오는 품성 좋은 백작 친척 어디 하나 없을까. 수염은 흰 색. 집사는 외눈알 안경. 애완견은

나이 지긋한 골든 리트리버.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프란시스 삼촌.


그나저나.

<게드 전기>가 지브리오 스튜디오에서 만화화된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 때문에

만화가가 되었다고 공공연히 말한다는 미국 판타지 소설.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하야오군은

다른 감독을 찾았는데, 스튜디오의 다른 스탭들이 모두 하야오군의 아들을 추천하자 그는 '그 녀석

의 능력으로는 안 돼'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한다. (자기가 쓴 것도 아니면서.) 그런데 하야오의

아들은 과연 또 유명인사의 아들답게 그 날부터 혼자 틀어박혀 작화의 80%를 그려 내고는 아버지에

게 보여 주고 허락을 받았다는 뒷 이야기. 걸핏하면 뒷 이야기를 스스로 지어내서 뿌리기 좋아하는

지브리 왕국에서 또 한 건 작성한 건 아닌가 생각은 들지만, 아무튼 그만큼 <게드 전기>가 이야기

꾼, 허풍쟁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건 사실이다.

<크라바트>에서 받았던 괴담, 동화, 전설의 습습한 분위기를 비슷하게 느꼈던 작품이다. 선과 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엿보인다고는 하나 그건 좀 지나친 호평인 것 같고, 아무튼 흡인력 하나는 대단

하다. 해리 포터나 퇴마록을 겪지 않고 당대에 태어나 처음 게드 전기를 접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그 <게드 전기>가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곧 스크린에도 걸린다고 하니,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던 무엇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할 때의 그 질투심 엇비슷한 게 다시 스물스물 기어

오른다. 안산 피트니스 동호회 부회장이자 신림동 고시원 입주자 연합회 총무인 윤회장과 내가 베이

비복스 2집 때의 윤은혜를 점찍었던 것이나 순풍산부인과 시절의 송혜교 팬클럽에 가입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그때는 우리만의 은혜와 우리만의 혜교였는데. 비뚤어진 감정인 것은

알지만 괜스리 배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엔 아무튼 돈. 정말이지 복권이라도 사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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