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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7월 16일

거짓말이 아니다. 아주 길고, 논리가 제법 잡혀 있으며 지금의 내 마음을 적절한 비유를 들어 괜찮게

설명한 글을 썼다가, 너무나 그대로의 마음이라 저어하여 저장도 해 두지 않고 지워 버렸다. 아까운

문장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미국에 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민석, 고맙다. 네가 없었더라면 아마 단 1%의 가능성조차도

꿈꾸지 못 했을 거야. 내가 너한테 그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군생활은 72일 남았다. 미국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오락에도 지쳐 시작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번역에 불이 붙었다. 언젠가는 공부하겠거니 해서 인쇄해 두었던 프렌즈 대본도

다시 꺼내들었다. 뭘 얼마나 거둘지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 안이하게 살아왔던 이십대에 일침은

되리라 여긴다.


머리 위의 태양을 느낀다.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고 땅에 발이 붙은 채로 있는 사이에 태양은 지나 내

그림자를 더 길게 했다. 깨닫고 보면 사실 서 있는 자리는 서 있던 자리가 아니라 그로부터 얼마간

뒤의 자리이다.


곧 다시, 새 삶이 시작된다. 평탄한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찾겠다. 한발로 뛰는 사람을 보며 내 지

금을 감사해 하고 엔초 페라리를 타고 휭 지나가는 놈을 보며 이를 악 물겠다.


그림자에 뒤처지는 일은 사양하겠다. 내 이름은 최대호.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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