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자전거길에 다녀온지 석 달이 지났다. 에랏 떠나야지, 하고 짐을 싼 것은 몇 차례나 되지마는, 갑자기 업

 

무 메일이 날아와서 풀고 몸이 으슬으슬해서 풀고 태풍이 와서 풀고. 하기사 생각해보면 이도저도 다 변명일 수

 

있다. 다녀와서 일에 치이든 나가는 길에 감기약을 사먹든 비를 맞으면서 달리든, 일단 출발하면 끝 아니겠는가.

 

 

 

그래서, 출발했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을 틈타 대담하게 떠난 다섯번째 4대강 자전거길 코스. '남한강자전

 

거길'에서 이어지는, '새재자전거길'이다. 

 

 

 

 

 

  

 

 

새재자전거길은 남한강의 충주에서 시작해 낙동강의 상주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당연히, 남한강자전거길과 낙

 

동강자전거길을 이어주게 된다. 거점은 다섯 개, 길이는 총 100km이다.

 

 

 

출발점인 탄금대도 지나가는 수안보 온천도 이름난 곳이긴 하지만, 이 코스의 특징이라면 역시 이름이 말해주듯

 

새재를 지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 500m 안팎의 소조령과 이화, 두 고개의 악명이 높다. 자전 블로

 

그를 한바퀴 둘러보면 모니터 화면에서 피가 흐르는 듯한 이화령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 전체에서 손 꼽히는 난코스라고도 한다. 나는 긴장을 바짝 했다.

 

 

 

  

 

 

 

 

지난 번 라이딩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백팩을 마련했다는 것. 짐받이에 가방을 묶고 다니는 것도 특별히 나쁘지는

 

않지만 물통을 꺼낼 때나 인증도장을 찍기 위해 수첩을 꺼낼 때마다 묶고 풀고 하는 것이 귀찮아 하나 샀다. 30

 

리터의 용량은 1박 2일의 짐과 책 두어 권, 그리고 4단 자물쇠를 채워 넣고도 넉넉하게 남는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 하겠다. 새재자전거길을 온전히 달리자면 첫번째 거점인 충주에서 시작해야 옳다.

 

그런주는 새재자전거길의 출발점인 한편 지난번에 달렸던 남한강자전거길의 종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

 

난번 강자전거길 라이딩에서 나는 충주에서의 도장을 찍어둔 바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새재자전거길의 첫번째 거점인 충주가 아니라 두번째 거점인 수안보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첫

 

번째 거점으로 가나 두 번째 거점으로 가나 무슨 차이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나는 충

 

주와 수안보 사이의 한 구간은 실제로 달려보지도 않고 도장만 챙겨 먹는 셈이 된다. 

 

 

 

네이버의 '중고나라'에서는 일당을 받고 국토종주 수첩의 인증 도장을 찍어다 주는 알바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까지 가지 않아도, SUV나 1톤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면서 평지에서만 조금씩 라이딩을 하고 나머지는 그

 

냥 차로 한바퀴 휘 돌며 도장을 찍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장을 다 찍고 나면 거실의 장식장에 잘

 

어울리는 인증서와 메달을 주니까 있는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속으로 혀를 쯧쯧 찬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도의 차는 있을지언정 나도 별로 할 말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 내에 다 달리려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내가 4대강 자전거길에서 헤매면서 더 달린 길이 몇 km인데, 또

 

한강 자전거길 반복해서 탄 거 다 합치면 부산까지 갔을 건데, 하고 이런저런 변명을 해 봐도 아무튼 씁쓸하긴

 

씁쓸했다. 씁쓸한 마음으로 창 밖을 보고 있는데 10년 전에 끌려갔던 경찰학교가 갑자기 나타났다. 잊고 있었

 

다. 의무경찰로 입대한 나는 논산에서 4주 육군 훈련을 받고 이곳 충주의 경찰학교로 와 3주간의 경찰 훈련을

 

추가로 받았던 것이다. 제대한 뒤로 처음 보는 것이고, 사실 입소할 때나 퇴소할 때나 감히 버스 창 밖을 쳐다보

 

고 있을만한 주제가 안기 때문에 밖에서 이렇게 전경을 보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점점 멀어지는 경찰학

 

교를 쳐다보고 있자니, 나는 어쨌든 군대를 끝냈으니까 그만 씁쓸해 하기로 하자, 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충

 

주를 지나 수안보로 향했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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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간을 건너뛴다고 씁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입시경쟁에서 치팅하는 것 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의' 여행이므로... 다만, 충주~수안보 구간은 나름의 운치가 있어 다음 기회에 가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네요. 저는 자전거 종주길을 3번 정도 다녀왔는데, 같은 구간도 계절, 지나는 시간, 방향(상행, 하행)에 따라 늘 바뀌는 풍경에 매료되어 앞으로 몇 번은 더 갈 듯 합니다.

    2016.04.27 09:25 [ ADDR : EDIT/ DEL : REPLY ]
    • 달아주시는 댓글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싶었는데 역시나 자전거 여행 선배님이셨군요. 좋은 구간을 놓치고 말았다니 안타깝습니다. 꼭 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낙동강변을 달릴 때와 남한강길 아트터널을 지날 때가 가장 기분 좋았던 것 같아요.
      인천-부산을 마치며 여한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날이 풀리니 슬슬 금강과 영산강 지도를 뒤적거리게 됩니다. 일단은 몸 풀 겸 해서 주말을 이용해 북한강 길 다시 한 번 다녀올까 생각 중이예요. 다시 가 보면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질까요? 아무튼 선배님도 항상 무사운전 되십시오.

      2016.04.27 15:5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