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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5 교토

4일차 - 쇼도시마小豆島 마실

 

 

 

 

과연 일기예보대로 날씨는 맑았다.

 

 

 

 

 

 

 

 

하지만 한쪽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황해의 아들인 나는 바닷가에 서서 바람 냄새를 킁킁 맡았다.

 

 

 

 

 

 

 

 

새벽녘까지도 마르지 않아 골치가 아팠던 운동화. 드라이어를 켜서 그 위에다 씌워놓는 등 난리를 치고서야 그나마 좀 말랐다. 기껏 해 났을 때 작심하고 걸어다니려고 아침 나절부터 신발끈 단단히 묶는다.

 

 

 

 

 

 

 

 

 

세토 내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나오시마이지만 볼거리가 나오시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볼 만한 곳이 꽤 있다. 나는 이날 나오시마 인근의 두 섬인 테시마豊島와 쇼도시마小豆島에 가보기로 했다.

 

 

 

 

 

 

 

 

왼쪽이 나오시마, 오른쪽이 테시마, 테시마 옆의 작은 섬이 쇼도시마이다. 주목적지는 쇼도시마이고 시간이 남으면 테시마도 볼 예정이지만 나오시마에서 쇼도시마로 바로 가는 배가 없었기 때문에 테시마에 들러 가기로 했다.

 

 

 

 

 

 

 

 

 

테시마에서 쇼도시마 가는 배를 기다린다. 날도 좋고 해서 항구 옆 마을을 어슬렁거리는데 삵 같은 무늬의 고양이가 팔자좋게 도로에서 햇볕을 즐기고 있다.

 

 

 

 

 

 

 

 

야옹아, 야옹아 불렀더니 이내 슥 하고 와서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8자를 그리며 다리 사이를 쏙쏙 도는 것이 관광객 한둘 후려본 솜씨가 아니었다.

 

 

 

 

 

 

 

 

사진을 찍어 대면서 관람만 하고 먹을 것은 주지 않자 고양이는 최후의 무기로 배를 보여줬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고양이는 쳇 하는 표정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마침 배 시간이 되어 항구 쪽으로 한참 걷다가 멀리서 꺅꺅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두 명의 여성 관광객을 상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었다. 미안. 나오시마는 물가가 좀 비쌌어. 

 

 

 

 

 

 

 

 

쇼도시마에 가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대부분의 포스터에서는 1000엔이라 홍보하고 있지만 막상 렌탈 샵에 가 보니 1000엔짜리 자전거는 다 나갔다고 하거나 아니면 형편 없이 낡은 것이었다. 할 수 없이 2000엔을 주고 자전거를 빌렸다. 일반 자전거나 전기 자전거나 똑같이 2000엔인 것은 다행이었다. 나는 익숙한 전기 자전거를 빌렸다.

 

쇼도시마에 갈 분들은 꼭 참고하시자. 이 섬은 보기보다 크다. 게다가 고저차가 급격하고 커브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 자전거를 타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전기 자전거를 타든지 아니면 셔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왕이면 시간과 체력을 넉넉히 확보해서 전기 자전거를 타시길 권한다. 위 사진은 급격한 커브를 돌아 멋진 내리막길로 달려가기 전에 찍은 것인데, 오른 편으로는 세토 내해의 그림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내리막이라 위험해서 정작 그 장면을 못 찍은 것도 있지만, 안전했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을 것이다. 평생 동안 자전거 안장 위에서 본 풍경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광경이었다. 셔틀을 타고 지나가면 이 즐거움이 너무 빨리 끝나버릴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간 곳은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쇼도시마는 올리브로 유명하다. 20세기 초 일본 정부가 전국의 각지에 올리브 재배를 시도하였으나 이 곳에서만 성공했다 한다. 지중해와 기후가 가장 흡사한 것이 성공의 이유였다. 쇼도시마는 지금도 활발하게 올리브 농사를 짓고 있고 올리브 공원을 지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섬의 영어식 이름도 shodo island가 아니라 olive island로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보니 특히 일본인들의 국내 관광지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여 한두 시간 정도를 달리다가 마침내 미친 듯한 오르막을 오르면 올리브 공원이 나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리브 공원의 명물인 올리브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올리브 공원에서는 어디에서든 세토 내해의 거짓말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어떤 자세를 하고 있더라도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 또한 갈 때처럼 힘들어서 성질 나다가 풍경이 예뻐서 더 성질 나고 그랬다. 그래도 덜덜 떨면서 폭우 속을 헤매었던 전날에 비하면 지중해 같은 바다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천국이라 할 수 있겠다.

 

자전거를 무사히 반납하고 찾은 곳은 쇼도시마의 또 하나의 관광지 중 하나인 앤젤스 로드이다. 실상은 하루에 두 번 썰물 때에 드러나는 길인데 엔젤스 로드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름에 값하는 무엇이 있다고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오르막에 지친 허벅지를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찾아간 내게는 마침 석양이 있어 괜찮은 산책로가 되어 주었다.

 

테시마에 들러서 뭘 좀 볼까 하다가 딱히 뭘 봐야 할지 아는 것도 없고 해서, 우노宇野 항을 거쳐 나오시마로 바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 날 밤 적은 여행기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 우노. 나베 전골. 양 구이. 계란 말이. 진저 하이볼.

- 술집 앞. 밤에도 연 편의점. 반갑다. 유부초밥. 맥주. 아이스크림. 밤 구입.

- 20:45 나오시마 입항. 춥고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