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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5

4월 15일 금요일

농담처럼 말하지만, 정말로 내가 근무하는 곳은 섬이다. 새벽과 오후에 막사로 돌아가는 길에야 겨우

서해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바닷가의 기상이란 확실히 육지와 달라 하루종일 섬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은 근무를 시작할 즈음에 항상 해가 떠 있지만, 약 한달 전만 해도 근무를 서다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에는, 마치 우리가 하늘이라고 알고 있는 파란 색 너머로

온통 새빨간 진짜 하늘이 있는데, 동그란 구멍 하나가 슬슬 움직이면서 그 색을 보여준다고 절로

생각하게 된다. 눈과 안개는 눈 앞에서 파도 치듯이 움직인다. 간혹 서울의 어딘가에서도 바닥의

눈이 바람에 따라 춤추는 모습은 보았지만, 나는 '연무'라고 표현할 만한 안개의 모습은 이 곳에

와 처음 보았다.


인천에 배치받아 좋아했다지만 다리를 건너 한시간이나 넘게 가야 육지로 들어가는 곳일 줄은 몰랐

지. 나름으로 격리감 느끼는 곳에 배치받았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결국 느끼는 것은 우리 아가씨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는 것. 군에 와서 가장 변한 것을 꼽으라면 글의 순서조차 고려하지 않는 팔불출

이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