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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4대강 자전거길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여주보 옵서예

 

 

 

 

순식간에 뿅 하고 도착.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두리번거려본다.

 

 

 

 

 

 

 

 

 

여주에는 심지어 보의 벽면에도 세종 어제 훈민정음이. 한두 번 봤을 땐 감동적이다가 자꾸 보게 되니 너네 너무

 

광 판다,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알기로는 세종대왕릉도 원래부터 여주에 있었던 게 아니라 나중에 이장된 것인

 

데.

 

 

 

 

 

 

 

 

 

보 한 쪽에는 유인 인증센터가 있다. 바깥의 무인 인증센터에서 이미 도장을 찍은 터라 딱히 들어갈 필요는 없었

 

지만 종주길을 맨 처음 시작하던 아라뱃길 서해갑문에서 들어가 봤던 것이 전부라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자전

 

거 도로에서도 사람 하나 못 봤는데 자전거길 인증센터에 사람이 없는 것은 정한 이치. 센터 안에는 4대강 홍보

 

사진들과 함께 보나 발전소 같은 시설을 축소해 놓고 그 작동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한 장치가 있었는데, 사진의

 

빨간 버튼을 눌러 보자 조용하던 센터 내에 비행기 날아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리며 작동이 시작됐다. 당황한 나

 

는 허둥거리려는 몸짓을 멈추고 인증센터를 관리하시는 분께로 갔다.

 

 

 

별다른 특이점도 없는 이 부분을 길게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이 관리자 분 때문이다. 본디 성정이 상냥하신 것

 

인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몇 명 오지 않는 시설에서 근무하시다 보니 심심하신 것인지, 사는 동네도 물어봐

 

주시고, 삶의 작은 애환도 들어주시고, 자전거 여행의 보람도 일깨워 주시고, 4대강자전거길 홈페이지에 내가

 

거친 거점도 입력해 주시고, 그리고도 더 해 줄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리시다가

 

 

 

 

 

 

 

 

무인 인증센터의 닳고 닳은 도장으로 찍느라 알아볼 수도 없게 된 여주보 스탬프를 본인이 갖고 있는 새삥 도장

 

으로 다시 찍어주셨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의 보라색 심령 스탬프가 무인 인증센터의 도장으로 찍은 것이고 바

 

로 왼쪽의 선명한 스탬프가 유인 인증센터의 보관용 도장으로 찍은 것이다. 원래는 이렇게나 예쁘게 나오는 것

 

이었고나! 이런 도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여주보 이후로 유인 인증센터마다 들러 보관용 도장으로 스탬프

 

를 찍어줄 수 없는지 물어봤지만, 보관용 도장은 여주보에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랬는지 다른 유인

 

인증센터의 관리자 분들은 그런 거 없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아무튼 예쁜이 스탬프를 찍어주고 나서도 관리자 분은 물을 잘 챙겨마시라든지, 가는 길엔 볼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친절하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정다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 거점인 이포보를 향

 

해 출발했다가, 즐거웠던 마음을 기억하려 사진을 같이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인증센터로 돌아갈 정도였

 

다. 아쉽게도 그 잠깐 사이에 점심 시간이 시작되어 버려 관리자 분이 자리를 비운 바람에 사진은 못 찍었다. 여

 

주보를 지나가시는 라이더라면 꼭 들러서 반갑게 인사해 보시기 바란다. 즐거운 만남이 될 것이다.

 

 

 

 

 

 

 

 

 

여주보 인증센터가 있는 큰 건물의 2층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선글라스, 장갑, 토시, 펑크 패치, 펌프

 

등의 자전거 용품을 판매한다. 나처럼 충주에서 남양주 방향으로 올라가는 사람이라면 별 상관이 없는 정보이

 

다. 여기서부터는 경기도라 곳곳에 중앙선 지하철 역이 있다. 자전거 용품이 없거나 체인이 풀리거나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위의 편의점 말고도 역 앞마다 있는 자전거 가게에서 수리를 해도 되고 혹은 일단 종주를 중단하고

 

지하철에 타 집에 가도 된다. 하지만 남양주에서 충주 방향으로 가시는 분이라면 여기가 자전거 관련 용품을 만

 

나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지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다. 혹 빼놓고 온 용품이 있으면 구입하시고 자전거

 

점검도 해 보신 뒤 출발하시면 좋을 것이다. 참고해 두시라고 굳이 올린다.

 

 

 

 

 

 

 

 

 

전날 밤 치킨 박스에 담겨 있던 계란 한 알을 남겨 두었다가 아침에 먹은 것이 전부라 배가 몹시 고팠다. 하지만

 

가게는 둘째 치고 민가 하나 없는 길이 쭉 이어지는 통이라 그냥 편의점에서 초코바 두 개를 사 먹었다.

 

 

 

 

 

 

 

 

 

이제 갈 곳은 강천보 - 여주보 - 이포보로 이어지는 보 3형제 중 마지막 거점인 이포보. 역시 남한강을 따라 쭉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14km. 오케이.

 

 

 

 

 

 

 

 

 

짧은 구간이긴 하지만 땡볕 아래를 달리다 보니 지치긴 지친다. 고된 페달질에 다시 상쾌한 힘을 가져다 준 것은

 

남한강 변에서 훈련 중인 군인들. 제대한 이후로는 현역들만 보면 살아갈 힘이 다시 생긴다. 저런 애들도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충주에서 남양주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이포보의 유인 인증센터를 먼저 만나게 된다.

 

 

 

 

 

 

 

 

 

점심 시간이 약간 지난 뒤에 와서인지 안내 데스크에 아무도 없었다. 인증센터는 어디에 있담 하고 1층부터 3층

 

까지를 싹 다 뒤졌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데스크는 비어 있었다. 뭐야 이거, 하

 

고 가까이 다가가 보자, 데스크에 '이포보 인증도장'이라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위 사진에서 데스크에 붙

 

어 있는 노란 팻말이 그것이다. 혹 나처럼 이포보 데스크의 관리자를 못 만난 분이 계시다면 볼 것 없는 다른 층

 

괜히 힘들게 오르내리지 마시고 딱 여기서 찍고 가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려 사진을 올린다.

 

 

 

 

 

 

 

 

 

유인 인증센터를 나와서 2 - 300m 가량 달려가면 어느 거점에나 있는 무인 인증센터가 있다. 그냥 여기에서 찍

 

고 가도 된다.

 

 

 

 

 

 

 

 

이제는 6개 구간 중 5번째 구간인 '이포보 - 양평군립미술관' 구간. 한 시간이 안 되는 예상 시간에 마음이 절로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