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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33일째 - 바라나시

33일째. 34일째인 내일 델리로 이동하는 기차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고, 35일째의 아침에 델리에 도착

하여 공항으로 직행한 뒤 하루종일 빈둥거리다가 자정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 나의 여행은 끝이 난

다. 말하자면, 현지시각 오후 08:09인 지금이 나의 마지막 저녁이었던 셈.


일정에 없었던 두번째 바라나시이지만, - 이미 일정이란 것은 한달 전쯤에 날려 먹었지만, 그래도

설마 바라나시에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 덕분에 마음을 가득 채우는 안녕을 할 수 있었다.


디아가 동동 떠 가는 갠지스강 위의 보트에 앉아, 갠지스, 안녕, 하고 조그맣게 말하다가 눈물이

조르륵 났다. 항상 보트를 태워주던 동갑내기 인도청년 철수와 화장터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누다가 마침내 보트에서 내리며, 이 생에서 다시 만날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행복한 인생을 살다

죽자고 처음이자 마지막 포옹을 했다. 행복하길, 철수 군.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마음을 채우고, 다시 빠져나가, 나는 이 감흥을 감히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가

없다.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 했지만 더 많은 것을 얻고, 잃으리라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을 잃었지만

덕분에 자유로워졌다.


크게 상관은 없지만, 여행 중, 그것도 마지막에 읽었는데 기어이 눈에서 눈물을 뽑아낸 한권의 책에

서 크게 마음을 움직이던 한 문장이 있고 그것이 지금의 내 심경에 위안이 되기에 옮겨 적으며

인도에서 적는 여행기를 끝낸다.


"우리 모두는 끝나지 않는 긴 이야기와 같다네."



안녕, 바라나시. 안녕,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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